엄마덜아빠덜6
-캬라멜마끼아또 한잔이요(카디번외1)
W. 이너설
경수시점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있는 것은 내 성격상 맞지도 않았고 또 누군가 하라고 시켰어도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묵묵히 회사를 다니고 있는 내 친구 백현이를 보면 정말 내가 다 답답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카페였다. 이미 고등학생때 부터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손을 조금 벌려 회사가 밀집해있는 지금 이 곳에 카페를 차렸다.
"어서오세요"
억지로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필요도 없을 뿐더러 조용히 커피향을 맡으며 있는 내 직장이 좋았다.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내 카페. 여기가 천국일꺼야-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점심시간이 되었다는 느낌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 오후 1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점.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분명히 그가 들어올 것이다.
딸랑
"어서오세ㅇ..."
"캬라멜마끼아또 한잔이요"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급하게 전해오는 주문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계산을 했다. 이 남자는 벌써 우리 카페 쿠폰 3장을 꽉꽉채웠다. 누가 들으면 좋은 단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달전부터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캬라멜마끼아또를 주문한다. 섹시할 정도의 구릿빛 피부와 매력적인 쌍커풀을 가진 이 남자는 누가봐도 반할만큼 잘생겼다. 달디 단 캬라멜마끼아또를 주문하는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게 또 매력이란 말이지.
"캬라멜마끼아또 한잔 나왔습니다."
그 남자를 바라보며 완성된 음료를 살짝 들어 얘기하자 멍하니 앉아있던 남자는 그 긴 다리를 휘적휘적 저으며 다시 내 앞으로 왔다. 그리고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또 한가지 행동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선물이요."
"아, 감사합니다."
내 손에 있던 음료를 가져가고 항상 그 남자가 주는 것은 이니셜이 박혀있는 작은 초콜릿. 이것또한 이 남자가 카페에 올 때 마다 하는 행동으로 나는 지금까지 한달 내내 이 달콤한 초콜릿을 받았다. 처음에는 한개 두개 주고 끝날줄 알았지만 이렇게 꾸준히 줄 줄이야, 매일 달콤한 캬라멜마끼아또를 마시고 달콤한 초콜릿을 소유하고 있는 저 남자는 엄청나게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쿠폰 찍어드릴게요"
잘생긴 손님에게만 날리는 친절한 웃음을 방실방실 지으며 쿠폰에 도장을 두개 쾅쾅 찍어주었다. 왜 두개를 찍어주냐는 남자의 눈빛에 '항상 초콜릿, 받고 있잖아요' 작게 웃으며 이야기하자 고개를 끄덕이곤 항상 앉는 창가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아 멀리서 봐도 잘생겼다. 이 앞에 있는 회사 다니는 것 같은데 친하게 지내자고 말 걸어볼까- 속으로 생각하며 이내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에 '어서오세요' 형식적으로 말했다.
내가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을 때에도 그 남자는 멀리서 나를 계속해서 쳐다봤다. 한없이 무표정인것 같지만 가끔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썹이 움직였다 하면서 작은 표정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좋았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이였지만 주문하는 목소리가 좋았고 나를 보는 눈빛도 좋았고 무엇보다 그가 주는 초콜릿이 너무 좋았다. 원래 나는 단걸 잘 먹지 않지만 그가 주는 초콜릿은 꼬박꼬박 받았다. 호기심이아니라, 호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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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왔어 언제 퇴근이야 사장님"
'오늘 사람 많았어, 왔으면 마감하는 것좀 도와주지?' 답답한 정장을 입은 백현 역시 우리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직장을 다닌다. 집 가는 방향이 같아서 항상 집에 같이 가기 때문에 퇴근을 하면 카페에서 만나는 것이 약속이 되었다. 백현은 투덜거리면서도 내가 건내주는 작은 수건을 받아 이곳 저곳을 닦기 시작했다. 아 착해라 바보.
"이거 또 받았어? 안 먹을꺼면 나 줘"
백현의 목소리에 정리하던 컵을 내팽겨치고 카운터 옆으로 달려갔다. '안되' 그 남자에게서 받은 초콜릿을 모아둔 작은 상자를 뒤적거리고 있는 백현에게 상자를 빼앗아 들었다. 치사하다며 징징거리는 백현을 뒤로하고 상자를 잘 덮어 밑에 넣어두었다. '계속 징징거려도 안 줄꺼야'
"야야 사먹는다 내가 사먹어, 그깟 초콜릿"
"누가 준건데 니가 함부로 먹어!"
내 대답에 수상하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는 백현이다. '왜? 누가 줬길래 그렇게 애지중지하나?' 다 알고있으면서 꼭 저렇게 놀리듯이 얘기한단 말이지. 한숨을 폭 내쉬는 내 앞에 온 백현이 '오늘도 왔었어?' 라며 궁금증을 숨기지 못하고 질문한다. 카운터 옆의 작은 화분을 만지작 거리면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바보, 번호라도 물어봐야지 그냥 초콜릿만 먹다 끝내게 생겼네"
"야 그걸 창피해서 어떻게 물어봐"
'왜 못물어봐!'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백현을 보며 눈을 흘겼다. 내 연애사는 내가 알아서해. '니가 그렇게 애타지 않아도 내일 물어볼꺼야.'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나보다. 작은 목소리로 말꼬리를 늘리자 백현이가 '그 남자가 초콜릿 줄때 너는 번호를 주면 되겠네' 깔깔거리며 먼저 카페를 나섰다. 어떻게 번호를 물어보지 밤새 고민할 거리가 갑자기 생겨버렸다. '휴...' 한숨을 쉬곤 카페 문을 잠궜다. 내일이 빨리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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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빨리 카페를 열었다. 긴장을 너무 해서 그런가 잠도 오지 않고 내 번호를 적은 종이 쪽지만 만지작 만지작. 손님이 와도 종이 쪽지만 만지작 만지작. 빨리 한시가 되기를 바라면서 시계를 보고 보고 또보고, 너무 떨려! 커피를 못 내리겠어! 와플도 못 굽겠어!
"왜 안오지..."
한시가 지났다. 그리고 두시가 지나고 세시가 지났다. 그리고 매일매일 오던 그 남자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매일 받았던 초콜릿도 나에게 오지 않았다. 종이 쪽지도 갈 곳을 잃고 카운터 옆에 나뒹굴 뿐이였다.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조금 일찍 카페 문을 닫기로 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여니 문자가 한통 와 있었다.
「미안! 나 오늘 회사야근이야ㅠㅠ 먼저가 - 배큥이」
혼자서 집에 가는건 오랜만이다. 이렇게 외롭고 쓸쓸한 날에 백현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하필. 기분이 더 좋지 않아졌다. 그리고 가슴부근이 아팠다. 나 혼자 설레고 기대한 일인데 왜이렇게 서운함이 몰려오는지 모르겠다. 카페안 불을 끄고 문을 잠궜다. 그리고 빗방울이 어깨에 떨어졌다. 하늘을 보니 내 마음처럼 잔뜩 구름이 껴있다. 쏟아지는 비를 보니 소나기 인것 같아 잠시 카페차양 밑에서 비가 조금이나마 그치기를 기다렸다.
차양밑에 앉아서 기다리를 10분정도 됬을까 저 멀리서 흐릿한 인영이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이 벌떡 일어났다. 그였다. 그는 우산도 쓰지 않고 카페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섰다. 땀인지 빗물인지 뚝뚝 흐르는 것들을 손을 들어 닦아주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아직 비는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은 늦었네요"
"미안해요. 기다렸어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나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가 젖은 옷 사이에서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나에게 안겨주었다.
"내가 둔해보여도 이런건 좀 급해요. 대답은 내일까지. 알겠죠?"
그리고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다시 빗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나는 그를 부를 수 없었다.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다. 비가 그칠 모양이다. 빨리 집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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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쓰려고 노력했는데ㅠㅠ 만족하셨으면 좋겠어요ㅠㅠ
카디 번외편 입니다! 종인이가 주고 간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암호닉은 계속 받고 있습니다! (암호닉) 이렇게 써주시면 되요!
+댓글 반응 보고 연재합니다! 계속 보고싶으시면 흔적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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