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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김남길
건축학개론 전체글ll조회 2095l

 

 

 

 

 

 

 

 

 

"아니, 여기가 한국도 아닌데 떡을 돌리긴 왜 돌려?"

 

"그냥 예의잖아, 예의. 안면 터서 손해 볼게 뭐가 있어?"

 

"아니, 아빠. 안면은 터도 이상하게 본다니까? 여기 한국 아니라고!"

 

"설거지 오늘 니 차례지? 아빠가 대신해줄게. 갔다 와."

 

"콜"

 

 

 

 

 

미술을 하는 아빠를 위해 우리 집은 매년 이사를 갔다.(아빠 말론 그림의 영감을 위해서라 했다.)

'내년엔 꼭 해외로 가자' 매일 말만 하다 올해 드디어 미국에 발을 디뎠다.

기대반 걱정반. 아니, 사실 걱정이 조금 더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선 아빠와 딸, 둘만 같이 산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많이 도와주신다.

동네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집을 제일 먼저 챙겨주셨고, 매일 밝게 인사해주셨고, 가끔 저녁밥도 챙겨주셨다.

내가 그분들의 도움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엄마 없이 타지에서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까.

그래도 변함없는 아빠의 모습에 조금 안심이 됐다.

 

 

 

 

 

/똑똑/

.

.

.

/똑똑/

.

.

.

"아무도 없나?"

 

 

 

 

 

엉기적거리며 약 1분정도 걸어가니 큰 집 하나가 떡하니 서 있었다.

몇 번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길래 다시 집으로 가려는 순간, 어떤 남자가 내 등 뒤에 서있었다.

'댁은 누구길래 남의 집 문을 그렇게 두드리냐' 하는 표정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혹시 이 집 주인..."

 

 

"네, 근데 누구시죠?"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초면에 '떡 돌리러 왔는데요.'라고 말하는 건 정말 아아아아주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냥 돌아가기엔 내가 너무 대놓고 노크를 했고, 대놓고 떡 접시를 들고 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애꿎은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저희 집에 볼 일 있어서 오신 거 아니에요?"

 

 

"볼 일... 어... 그랬나...?"

 

 

"아, 혹시 그거.. 떡 돌리러 오셨어요?"

 

 

"네? 네,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엉거주춤 서있었다.

아빠가 너무 원망스러웠고, 설거지하나에 굴복한 나 자신도 원망스러웠다.

그때 옆집 남자가 엄청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미국에서 떡 돌리러 오는 이웃이 흔하진 않지.

웃느라 정신없어 보이긴 했지만 중간중간 고마워요라고 말했던 것 같다.

난 더 뻘쭘하고 창피해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 난 그저 떡을 돌리려던 것 뿐인데.

그 남자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눈가를 쓱 닦더니 '아 웃기다'라고 말을 뱉었다.

 

 

 

 

 

 [이제훈] 떡으로 맺어진 인연 (부제: 생각하시는 그런 떡 아닙니다.) | 인스티즈

"첫인상이 아주 강렬하네요."

 

 

"뭐, 뭐가...."

 

 

"떡 진짜 오랜만이다. 일단 들어와요.'

 

 

"예? 어디를요?"

 

 

"떡 접시는 되로 가져가셔야지. 다시 오실라고? 괜찮겠어요?"

 

 

 

 

 

그 남자분은 문을 열어주시곤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셨다.

그래, 노란색 트레이닝복에 동그란 안경까지 쓰고 떡 돌리러 온 주제에 다시 오긴 뭘 다시 와.

창피해서라도 다신 오고 싶지 않다.

심호흡을 한 번하고 생전 처음으로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갔다.

 

 

 

 

 

 

 

 

 

 

**

 

 

 

 

 

 

 

 

 

 

막상 들어와 보니 우리 집과 그렇게 다른 점은 없었다.

굳이 문제 될 걸 뽑자면... 남자 혼자 사는 집이 이렇게 넓을 필요가 있나?였다.

그 남자분이 떡을 옮겨 담을 동안, 난 작은 소파에 앉아 생전 처음 보는 넓은 집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를 흘겨보는데 티비옆에 익숙한 그림이 걸려져있었다.

더 가까이서 보니 우리 아빠 그림인 것 같았다.

그때 남자분이 깨끗한 접시를 건네주며 말을 걸어왔다.

 

 

 

 

 

 [이제훈] 떡으로 맺어진 인연 (부제: 생각하시는 그런 떡 아닙니다.) | 인스티즈

"그림 좋아해요?"

 

 

"어... 관심은 많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그래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뒀어요."

 

 

 

 

 

옆에서 그림 자랑을 너무 많이 하셔서 아빠 그림이라고 말하기 무안했다.

뭐, 꼭 말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알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그나저나 이 분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 걸까.

혼자서 이 넓은 집에, 우리 아빠 그림까지. 뭐가 어찌됐든 내가 알 바는 아니다.

남자분이 시원한 음료 한 잔을 주시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난 어색한 분위기에 더더욱 세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거, 입술 깨무는 거.. 습관이에요?"

 

 

"네. 잘 고쳐지지가 않네요."

 

 

"어? 입에 피나요."

 

 

 

 

 

남자분이 깜짝 놀라셔선 몸을 내 앞으로 기울이셨다.

나 역시 깜짝 놀라서 턱을 뒤로 댕겼다.

남자분은 '얼마나 세게 깨물었으면 피까지 나요?!'라고 말하며 연고를 가져오셨다.

난 건네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어, 됐어요. 나 이래 봬도 의사니까. 연고 발라주는 의사 드물어요."

 

 

"괜찮아요. 저 혼자 할게요."

 

 

"거 참. 이상한데 안 바를 테니까, 걱정 마세요."

 

 

"아니, 딱히 안 발라도 될 것 같은...."

 

 

 

 

 

남자분은 금세 내 앞 낮은 테이블에 앉아 연고를 발라주셨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팔은 무슨 태권도 하는 거 마냥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연고를 발라주는 와중에도 입술이 계속 입안으로 들어가 남자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또 깨물면 어떡해요? 웃기는 사람이네, 진짜."

 

 

"아 그러니까 저 혼자 할게요."

 

 

"됐다니까. 혼자 하려면 거울도 필요하고, 가져오기도 귀찮고."

 

 

".......... 어색해서.."

 

 

"뭐가요. 의사한테 진료받는 건데 뭐가 이상해."

 

 

"아니, 뭐, 그렇네요. 하하."

 

 

 

 

 

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어색한 웃음만 내보였다.

이 분 아까부터 묘하게 계속 날 놀리는 거 같단 말이지.

연고 하나 바르려고 의사 된 거처럼 연고에 집착했다. 연고 성애잔가 싶을 만큼.

별 힘든 것도 아닌데. 진료라 할 것도 없는데. 본인이 더 웃기는 사람같구만.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진짜 떡 이 웬수야.

 

 

 

 

 

"다 됐다. 연고 다시 먹지 마요."

 

 

"네... 감사합니다."

 

 

"뭘.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빨게요?"

 

 

"네? 뭐, 뭐가."

 

 

 

 

 

이놈의 얼굴은 감추질 못해. 남자 못 만나고 다닌 거 티 내는 것도 아니고.

남자분은 연고를 제자리에 넣어두려다 말고 다시 내 앞 테이블에 앉으셨다.

그러곤 내 이마와 본인의 이마를 동시에 짚으셨다.

난 또다시 이마를 뒤로 빼고, 애써 바른 입술을 깨물었다.

 

 

 

 

 

"열나나? 음... 아닌 거 같은데..."

 

 

"열 안 나요. 저 안 아픈데, 건강한데.."

 

 

"근데 어떻게 얼굴이 이렇게 빨갛지?"

 

 

 

 

 

난 너무 가까운 남자분의 얼굴을 견디지 못한 채 벌떡 일어났다.

오늘 처음 봤다기엔 너무 스스럼없는 이 남자가 너무 당황스러웠다.

 

 

 

 

 

"가, 가봐야겠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누가 봐도 어색한 말투로 현관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남자분도 따라 일어섰다. 그러곤 내 등 뒤에서 소리쳤다.

 

 

 

 

 

 [이제훈] 떡으로 맺어진 인연 (부제: 생각하시는 그런 떡 아닙니다.) | 인스티즈

"잘 가요! 다음에 또 볼 수 있음 꼭 보고."

 

 

"안녕히 계세요!!!!"

 

 

 

 

 

난 뒤돌아 90도로 꾸벅 인사했다. 그러곤 바로 휙 돌아서서 문을 열었다.

슬쩍 뒤돌아보니 남자분이 웃으며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셨다.

가벼운 목례를 하곤 집으로 향했다. 정말 다신 안 봤으면 좋겠다.

아빠가 왜 이리 늦어냐고 하면 또 뭐라 하지. 오늘 하루 조용하게 살긴 그른 것 같다.

찝찝한 마음을 안고 우리 집 문을 여는 데 문득 어떤 그림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흰 접시......?

 

 

 

 

 

"아... 접시 두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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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54
헐 제훈씌ㅠㅠㅠㅠ의사라니요ㅠㅠ
심쿵하고갑니다

7년 전
건축학개론
우와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13.187
작가님 죄송해요...제가 눈에 뭐가씌여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의사로써 연고도 발라주는 제훈씨가 나오는 순수한 글인데....ㅋㅋㅋㅋㅋㅋㅋ
7년 전
건축학개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렸습니다ㅋㅋㅋㅋㅋㅋ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7년 전
비회원203.105
아 떡이라길래 헐레벌떡 누르려다 부제보고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졌습니당..ㅎ 그래도 심장폭행 당하고 가네여❤❤
7년 전
건축학개론
부제가 큰 역할을 했죠ㅎㅎㅎ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1!!
7년 전
독자1
헐 ㅠㅠㅠㅠㅠㅠ대박 이제훈ㅠㅠㅠㅠㅠ 완전 설레요 ...♡♡
7년 전
건축학개론
설레셨다니 다행이네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7년 전
독자2
위후 옆집남자 의사 이제훈ㅎㅎㅎㅎ벌써부터 설레여
7년 전
독자3
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훈 너무 좋아여ㅜㅜㅜㅜ
7년 전
독자4
호우 다음편 없나요 이대로끝내기는 너무아쉽습니다!
7년 전
독자5
힝 다음편 주세요....ㅠㅜㅜㅜㅠㅜㅠㅠㅠㅠ자까님ㅜㅜㅠㅜㅜㅠ어디계시나요ㅠㅜㅠㅜㅜㅜ
7년 전
독자6
작가님 너무 설레요ㅠㅠㅠ 2년이나 지났지만 다음편주세요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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