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견 정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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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똑같은 업무를 보고 평소와 똑같은 시간에 퇴근을 해서 똑같은 지하철, 똑같은 길, 평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지독히도 일상적인 하루였는데 그 날따라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어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현관 입구에 다다랐을 때, 힘 없이 축 늘어져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죠.
"아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평소 동물을 워낙 좋아하던 터라 거리낌 없이 다가가 자신의 말의 대답할 리 없는 강아지의 털을 살살 쓰다듬었어요. 그렇게 멍멍이에게 실 없는 소리를 잔뜩 늘어놓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높은 구두를 신은 채 오랫동안 쭈구려 앉아있어 아파오는 발과 어느새 깜깜해진 하늘에 똘망똘망한 눈으로 저를 가만히 쳐다보는 강아지를 뒤로하고 치마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언니는 이제 집에 갈 거니까 너도 얼른 집에 들어가."
방금 본 귀여운 강아지의 영향으로 언젠가는 꼭 강아지를 키우고 말겠다는 생각을 하며 현관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안으로 들어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헥헥 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어요. 소리의 근원지인 발 밑으로 시선을 두니 아까 봤던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깜짝 놀라서 저도 모르게 '엄마야'하는 소리를 내며 강아지 주인에게 연락을 하려고 강아지의 목을 살피는데 목줄이 없지 뭐에요. 주인도 없는 것 같은 마당에 바깥은 벌써 어두워졌고, 조금만 나가면 큰 대로변이 있는 자신의 집 위치에 혹여나 로드킬을 당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엘레베이터가 띵 하고 자신이 도착했다는 소리를 내며 문을 열었어요.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의 눈빛에 못 이겨 충동적으로 그 강아지를 품에 안고 그 안으로 몸을 실었어요.
그 강아지가 얼마나 특별한 강아지인 줄은 모르고 말이죠.
강아지를 품에 안고 힘겹게 도어락을 풀어 집 안으로 들어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바로 욕실로 향했어요. 밖에서 돌아다니느라 더러워졌을 강아지의 발을 씻겨주기 위해서죠. 입고 있는 치마가 불편해 네 개의 발을 물로 대충 헹구기만 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없애는데 얌전히 제 품에 안겨있는 강아지가 너무나도 귀여운 것 아니겠어요.
결국 모찌모찌해 보이는 볼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강아지의 볼따구를 잡아 쭉쭉 늘리는데,
"아가, 너는 왜 이렇게 귀엽니,,,,, 여우도 아니고 사람 마음을 이렇게 홀려서야 되겠니,,,,,,,, 이 언니 심장이 많이 아프다,,,,,,,,"
문득 강아지의 이름이 떠올랐어요.
"그래 좋아!!!!! 너의 이름은 이제부터 꾸기야!!!!! 볼따구 꾸우우우우욱 누르는 게 너무 재밌으니까!!!!!!!!! "
네, 이쯤이면 여러분 모두가 느끼셨을 텐데 사실 이 언니도 정상은 아니에요.
배가 고파보이는 꾸기에 (착각) 강아지의 사료가 있을리 만무한 자신의 집을 뒤지다 천하장사 소세지 몇 개를 발견해 훈련을 시키니 뭐니 하며 강아지와 놀다 보니 어느새 자야할 시간이 되었어요. 거실에 평소 쓰지 않던 담요 한 장을 깔아주곤 꾸기의 재롱에 미소를 지으며 침실로 들어가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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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오전은 이상하리만큼 상쾌하죠. 개운하게 잠에서 깨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게으름을 피우는데 어제 데려왔던 멍멍이가 한참 뒤에서야 생각 나 꾸가아아아! 를 외치며 얼른 거실로 달려나갔어요.
그런데 왠 걸, 귀엽고 깜찍하던 우리 꾸기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왠 건장한 남자 하나가 꾸기가 덮고 있던 담요를 두른 채 곤히 자고 있네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앙아아악!!!!!!!"
제가 낸 괴상한 돼지 멱 따는 소리에 남자가 잠에서 깼나봐요.
"......"
"누구, 누구세요!!! 누구신데 저희 집에 들어오신 거에요ㅠㅠㅠㅠㅠㅠ!!!!!!!!! 우리 꾸기는 어디 있어요!!!!!!!!"
이 분 멘탈이 부서졌나봐요. 하긴, 우리 언니 멘탈은 유리만도 못한 쿠크다스 수준인데 안 부서지는 게 이상하죠.
.....근데, 좀 심각하게 잘생겼잖아....
엄청난 얼빠 기질을 억제하지 못하며 자신의 집 거실에 누워있는 이 남자에게 지금 당장 키스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어요.
"시발. 이보쇼, 일단 그 시끄러운 입 좀 다무시는 게 어때요? 제가 그 쪽이 찾는 그 좆같은 꾸기인 것 같은데."
...이런, 인간의 몸인 시바견과의 첫 만남은 꾸기가 아닌 정국이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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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반인반수 글을 드디어 쓰게 됐어요 (감격)
이 소재 오늘 새벽에 갑자기 떠오른 거라 무근본, 무계획, 쪽대본이지만 열심히 써볼게요 하하
여러분 근데 그거 알아요?
사실
이거
이중인격 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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