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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8256l 4
'여주야, 그냥 우리 결혼하자.' 

 

 

 

나의 그 한마디로 우리가 여기까지 올지 몰랐다. 

24, 어쩌면 아직 어린 나이. 아이를 키우기엔 나 조차도 철이 없던 나이였다.  

아이가 아이를 키운다는 말을 나한테 한다면 난 반박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누구보다도 나에게 적합한 문장이였으니까. 

시작은 사고였지만 나는 당연히도 열심히 아이를 키울 생각이었고, 여주와 행복하게 그리고 단란하게 지낼 생각이였다. 

 

 

 

 

 

책임에는 댓가가 따르는 법.  

알바비로 가족을 먹여살리기엔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회사에 취직할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 당장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꿈을 포기하고 사회생활에 뛰어들었다. 

 

 

 

 

 

솔직히 여주가 조금 얄밉기도 했다.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드니까 내 눈에 여주는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아이 키우는 게 뭐 어렵다고. 가장의 무게랑은 비교할 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너무 힘들 때는 여주에게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묵묵히 받아내는 여주한테 항상 미안하긴 했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했다. 

 

 

 

 

여느날도 다를 거 없었다. 

 

 

 

 

'야, 김여주.' 

 

 

'또 술 마셨어?' 

 

 

'회사에선 술이 일상이야. 하긴, 집에만 있으면서 니가 뭘 알긴 하겠니.' 

 

 

'.... 꿀물이라도 타줄까?' 

 

 

'응.' 

 

 

'하....그래, 잠깐만.' 

 

 

'너 나 한심하냐?' 

 

 

'어?' 

 

 

'방금 한숨 쉬었잖아.' 

 

 

'아니야. 그런 거.' 

 

 

'힘든 것도 하나 없이 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밥 먹고 살면 내가 시키는 건 군말 없이 해야 되지 않니?' 

 

 

'알았어. 내가 언제 뭐라고 한 적 있어?' 

 

 

'니 얼굴에 다 써있어.' 

 

 

'솔직히 너가 힘든 게 얼만큼인지 가늠은 안되지만  

나도 충분히 힘들어. 너만 힘든 거 아니라고.' 

 

 

'하. 이해해주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나 엄청 씹었구나.' 

 

 

'전정국.' 

 

 

'난 너랑 전예림 때문에 내 꿈과 인생을 버렸어. 넌 날 위해서 뭘 버렸어?' 

 

 

'그만해. 예림이 깨면 어쩌려구. 예림이 이제 말도 다 알아듣는데.' 

 

 

'넌 예림이가 우선이지? 나같은건 신경도 안 쓰이고.' 

 

 

'너 지금 너무 예민한 것 같아. 이거 마시고 들어가서 자.' 

 

 

'닥치고 잠이나 자라 이건가ㅋ' 

 

 

'정국아.' 

 

 

'그래, 너한테 나는 그냥 돈줄이지. 내 건강 잘 챙겨. 너 돈줄 날라가겠다ㅋㅋ' 

 

 

 

 

 

조금은 서운했다. 이제 사랑 따위는 하지 않는 건가. 진짜 나를 돈줄로만 생각하는 건가. 여주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정국이가 또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까칠해진 얼굴을 보니 괜히 마음이 아팠다. 맨날 똑같은 말싸움. 정국이가 힘든 것들을 알아서 이해하고 내가 참으려고 했지만 나는 하나도 안 힘들다고 하는 말에 화가 났다. 예림이란 선물이 나에게 찾아왔지만 그거에 대한 댓가가 이리 지독할 지 몰랐다. 정국이는 예림이도 나도 사랑하지 않는다.  

 

 

 

 

 

징글징글하게 참았지.. 예림이 세살때부터 우린 이미도 멀어지고 있었는데 지금 예림이가 6살이니. 이정도면 가족보단 남인 것 같기도 했다. 그냥 같은 집에서 사는 룸메이트 같은.. 그런. 

 

 

 

 

 

'정국아, 일어나.' 

 

 

'예림아, 일어나야지.' 

 

 

 

 

하루가 또 시작했다. 

 

 

 

 

'정국아. 일어나.' 

 

 

 

 

세 번 정도 흔들어 깨워야 정국이의 아침이 시작된다. 이런 모습은 참 귀여운데. 애기 같고..  

 

 

 

 

'일어났어. 밥이나 가서 차려.' 

 

 

 

 

말만 안하면... 하... 

 

 

 

'엄마!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자기 몸만한 인형을 들고 꾸벅 아침 인사를 하는 예림이.. 어떻게 저런 선물이 나한테 온건지 내 인생의 행복이였다. 저런 예쁜 아이에게 눈길 한 번 안 주는 정국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예림이는 아빠를 무서워한다.. 

 

 

 

 

'예림아 밥 먹자' 

 

 

'네 엄마! 잘 먹겠습니다!' 

 

 

 

 

 

유치원에서 배운건지 철이 일찍 든건지 예림이는 항상 예의를 지켰다. 나는 그게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아이다운 밝은 모습보다는 눈치보고 억지로 밝아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꼭 모두 내 탓 같았다. 

 

 

 

 

'잘 다녀와.' 

 

 

'다녀오겠습니다 엄마!!' 

 

 

 

 

아무런 인사 없이 나가는 정국이가 원망스럽기도 전에 밝게 인사하는 예림이가 안쓰러웠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잠깐 숨을 돌리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네, 예림이 어머님, 저 유치원 원장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예림이 일로 상의드릴 게 조금 있어서요.'' 

 

 

'제가 유치원으로 갈께요.'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똑똑'' 

 

 

 

 

''아, 예림이 어머님! 안녕하세요.'' 

 

 

'네..' 

 

 

''들어오세요.'' 

 

 

'네.' 

 

 

''커피 드시겠어요?'' 

 

 

'아, 아닙니다. 제가 조금 바빠서.. 말씀 바로 해주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 예림이가 사회성이 조금 부족해요. 아이들이 다가와도 도망만 가고.. 저희 유치원에서 아이들 전체 심리 검사를 한번씩 하거든요. 그림으로요..'' 

 

 

 

 

 

심장이 멑는 것 같았다. 그럴 거라 전혀 예상을 못한 건 아니였다. 친구들 생일파티에도 한 번 가본 적 없고, 친구들 이야기 자체를 내 앞에서 해본적이 없으니깐. 하지만 이렇게 확인사살을 당하니 마음이 미어졌다.. 

 

 

 

 

 

''어머님..? 우실 정도는 아닌데..'' 

 

 

'아, 네.. 죄송해요.'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알고 계시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아버님께도 전화 드렸는데 안 받으셔서 어쩔 수 없이 어머님께 연락드린 거거든요..'' 

 

 

'네..' 

 

 

''음.. 이게 예림이가 그린 그림 이거든요.. 주제는 엄마, 아빠, 자기를 바다 속 동물로 그리기..'' 

 

 

'아..' 

 

 

''예림이가 자신을 멸치만큼 조그만한 물고기로 그렸고 물고기가 상어를 피해 바다식물 사이로 숨어 있죠.'' 

 

 

'설마.. 상어가..' 

 

 

''네, 아빠에요.'' 

 

 

'저는요..?' 

 

 

''여기, 바다식물이 엄마에요'' 

 

 

'아..' 

 

 

''검사 결과 예림이는 아빠가 무섭고, 엄마가 자기를 지킨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네..' 

 

 

''남의 가정사 제가 신경쓰면 안 되겠지만.. 엄마 아빠가 화목해야 할거에요. 그래야 예림이도 안심하고 편해질 수 있어요.'' 

 

 

'네..' 

 

 

 

 

 

한참을 멍 때리며 걸었다. 예림이에게 하염없이 미안했다. 이 선물같은 존재가 길을 잘못 들어서 나한테 온 것 같아 괜히 낳았나 생각도 들었다. 다른 곳에서 눈치 안보고 행복하게 사랑 받으면서 살 수 있는 아이를 불행하게 인생을 망친 것 같았다. 

 

 

 

 

 

 

원장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하루종일 넋을 놓았다. 제정신을 차린건 오후 7시쯤 되어서였다. 

 

 

 

 

 

 

 

 

 

''띠띠띠띠'' 

 

 

 

이 시간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올 사람은 없는데...  

 

 

 

 

'전정국?' 

 

 

 

정말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었다. 도둑이면 도둑이였지 전정국이 이 시간에 온 건 너무 오랜만이라. 

 

 

 

'반차 냈어. 내일까지 쉴 거야.' 

 

 

'아..' 

 

 

'예림이는?' 

 

 

'이제 올꺼야.' 

 

 

'그래.' 

 

 

 

그 말을 끝으로 방으로 들어가려하는 정국이였지만 붙잡을 수 밖에 없었다. 

 

 

 

 

'전정국.' 

 

 

'왜.' 

 

 

'할 말 있어.' 

 

 

'나 지금 힘들어서 반차냈다니깐? 별거 아니면 나중에 하지.' 

 

 

'지금 해야 하는 말이야.' 

 

 

'하.. 뭔데' 

 

 

'유치원에 전화했다던데. 왜 안 받았어?' 

 

 

'할 말만 간단히 해.' 

 

 

'예림이가 사회성이 떨어진대. 심리 검사에서 가족을 바다 안에 물고기들로 그리기 했는데 본인은 조그만한 물고기를 그리고 너는 상어, 나는 물고기를 지켜주는 바다식물로 그렸대.' 

 

 

'......' 

 

 

'뭐 느끼는 거 없어?' 

 

 

'하....' 

 

 

'예림이가 당신 눈치를 봐. 고작 여섯살 짜리 아이가 분위기를 판단하고 억지로 웃으려고 해. 당신이 우리를 위해서 매일 바쁘게 일한 결과가 이거야.' 

 

 

'......' 

 

 

'당신 많이 힘든 거 알아. 나보다 훨씬 힘들겠지. 나 사랑 해달라는 말 안해. 나 아껴달라는 말 안해. 나는 신경 안 써도 되니깐 예림이 좀 신경 써. 아빠가 딸한테 상어로 보이면 안되잖아.' 

 

 

'내가 이제와서 예림이 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 

 

 

'해줄 게 없다고 미루면 괜찮아져? 이왕 반차 낸 거 내일까지 반차 내고 예림이 데리고 놀이동산이라도 가자.' 

 

 

'알았어.' 

 

 

 

 

순순히 알았다고 하는모습을 보니 죄책감을 느끼긴 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예림이 앞에서 우리 싸우지 말자. 화목해 보여야 돼.' 

 

 

'연기를 하자고? 난 너랑 그런 거 못해. 그런 거 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지 않나. 우리,' 

 

 

'알아. 너 못하는 거. 그래도 나 무시하진 말라고. 적어도 예림이 앞에선' 

 

 

'노력은 해볼께.' 

 

 

'그래.' 

 

 

 

 

 

 

'엄마!!!!!' 

 

 

 

 

예림이의 목소리에 우리의 대화는 끊어졌다. 

 

 

 

 

'예림이 왔어?' 

 

 

'응!! 엄마 보고 싶었...... 아빠..?' 

 

 

'안녕.' 

 

 

'안녕하세요.' 

 

 

 

 

부녀지간에 하는 인사치곤 너무 어색했지만 이정도면 장족의 발전이였다. 늘 예림이 잠들면 술 취해서 오곤 했던 전정국이였는데 달이 뜨지도 않은 이 시간에 인사를 나누다니. 

 

 

 

 

'너 나한테는 왜 존대말하냐?' 

 

 

'아....' 

 

 

(여주) '예림이가 어색하니깐 그렇지.' 

 

 

(예림) '아빠도 보고싶었어!' 

 

 

(정국) '어? 아... 아빠도 예림이 보고 싶었어.' 

 

 

'히히' 

 

 

 

 

 

이번에 보인 미소는 진짜에서 나오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잠깐은 진짜 화목한 가정이 된 것 같아 행복했다. 

 

 

 

 

 

'예림아, 정국아. 저녁 먹자!!' 

 

 

'응!!' 

 

 

'어.' 

 

 

 

 

얼마만에 같이 먹어보는 저녁인지.. 곧 죽을 것 같았다. 너무 행복해서 곧 죽을 것 같았다.  

 

 

 

 

'예림아, 우리 내일 놀이동산 갈까?' 

 

 

'어? 진짜?' 

 

 

'응' 

 

 

'아빠도 같이 가는 거야?' 

 

 

'....어.' 

 

 

'와아!! 예림이 진짜 좋아! 너무 너무 좋아' 

 

 

'....ㅎ.' 

 

 

 

웃었다. 그 까칠하던 전정국이 웃었어.  

 

 

 

 

 

 

너무 힘들어서 예상에 없던 반차를 내고 집에 돌아왔다. 어둡기 전에 퇴근한 건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괜히 어색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저녁 준비가 한창이였다. 놀란 토끼눈을 뜨고 굳어서 날 쳐다보는 여주를 보니 귀여웠다. 

힘들었던 게 조금 내려 간 것 같기도 했다. 어색해서 방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여주가 날 불렀다.  

그렇게 말하려던 건 아니였는데 또 까칠하게 대답했다. 늘 그랬듯이 막 말하고 후회했다. 후회를 하고 있을 시간도 없이 여주가 내게 하는 말은 놀라웠다. 예림이를 신경쓰지 못한 내탓이였다.  

조금 냉하게 대하긴 했지만 나를 무서워 할 줄을 몰랐다. 그래도 내 딴에선 나름 최선을 다한 줄 알았는데.. 예림이가 선물을 바란 줄 알았는데 선물을 주면서 하는 따듯한 말 한마디를 원했던 거라는 걸 이제야 바보같이 깨달았다. 

 

 

 

 

 

 

너무 늦었지만 가장으로써만 아니라, 여주의 남편. 예림이의 아빠의 역할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조잘조잘 말하는 예림이를 보니 내가 이 아이를 놔두고 지금까지 도대체 뭘 한 건지 죄책감이 들었다.  

 

 

 

 

 

 

 

'예림아, 벌써 자려구?' 

 

 

'빨리 자야 빨리 내일이 오잖아.' 

 

 

'ㅎㅎ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어?' 

 

 

'응!!' 

 

 

'그래. 잘자' 

 

 

'안녕히 주무세요!!' 

 

 

 

 

잠시 멈칫하더니 나한테 와서는 

 

 

 

 

'아빠!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해요' 

 

 

 

 

하면서 뽀뽀를 하고 들어가는 예림이었다.  

 

 

 

 

 

 

 

 

빌어먹을. 어제 미리 회사에 말했어야 했는데.. 신도 너무하지. 하필이면 오늘 급한 일이 생긴 건 뭐냐고.  

 

 

 

'정국아? 어디가?' 

 

 

'나 회사.' 

 

 

'오늘 놀이공원 가기로 했잖아. 잊었어?' 

 

 

'아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아... 예림이 기대 많이 했는데..' 

 

 

'미안. 먼저 갈께.' 

 

 

'우리끼리 갈께. 그래도 빨리 올 수 있으면 되도록 빨리 와.' 

 

 

'급한 일이 있다니깐. 못 들었어? 빨리 못 가.' 

 

 

'그래도..' 

 

 

'간다.' 

 

 

'응...' 

 

 

 

 

 

예림이가 기대 많이 하고 있을 텐데.. 물론 내색은 하지 않을테지만 속으로 실망 할꺼다.. 

 

 

 

 

 

'예림아.. 아빠가 회사에 급한 일이 있대.. 그래서 오늘은 엄마랑 같이 가자..' 

 

 

'아... 괜찮아. 둘이 가면 되지!! 히히' 

 

 

'아빠가 많이 미안하대.' 

 

 

'예림이는 괜찮다고 전해줘' 

 

 

'착하다.. 다음엔 꼭 셋이 가자' 

 

 

'응!!' 

 

 

 

 

 

 

원래 이 정도까지 미안하진 않은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유독 마음에 걸렸다. 예림이가 미안해 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은 여주한테 전해들었지만 뭔가 정말 중요한 걸 놓친 기분이랄까.. 빨리 하고 가고 싶었지만 복잡미묘한 감정 때문에 일이 하나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오후 5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때, 나는 하루종일 무슨 이유에서 이런 불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았다.  

 

 

 

 

 

 

 

 

 

''김여주, 전예림 보호자 되시지요? 교통사고를 당해서 저희 병원에 빨리 좀 와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마구잡이로 엑셀을 밟았다. 무슨 정신으로 병원까지 온 건지도 몰랐다. 그냥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누워있는 사람이 내 가족이 아니기를 바랬다. 동명이인을 착각한거이길 바랬다. 그러면 정말 앞으로 잘 해줄 수 있었다. 모시고 살테니깐 무사하길 기도했다. 

 

 

 

 

 

 

 

신은 존나 너무했다. 

 

 

 

 

 

 

 

 

 

''김여주, 전예림 보호자 되시지요?'' 

 

 

'어딨습니까. 예림이는 괜찮아요?' 

 

 

 

 

아이니깐 더 위험 할 것 같아 먼저 예림이를 찾았다. 찾았는데..  

 

 

 

생각보다 멀쩡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었다.  

 

 

 

 

 

''아빠!!!!!'' 

 

 

'예림아, 괜찮아? 많이 아파? 아빠가 미안해.' 

 

 

'아빠..' 

 

 

'무서웠지. 아빠가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빠....' 

 

 

'왜 이렇게 울어.. 많이 아파서 그래?' 

 

 

'엄마가...' 

 

 

 

 

 

잊었다. 내 아이가 너무 멀쩡해서 순간 안심이 되는 바람에 소중한 한 사람을 잊었다.  

예림아, 그렇게 울지마. 아이인 예림이도 이렇게 멀쩡한데 어른인 여주가 위급하겠어? 당연히 괜찮겠지. 근데 왜 그렇게 울어.. 아빠가 불안하게..  

 

 

 

 

 

'예림아, 그만 울어.. 왜 왜 자꾸 울어.' 

 

 

'엄마가 예림이 지켜줬어.. 엄마가 예림이 대신 차 막아줬어. 엄마가 막막 빨간 물감 흘렸어. 엄마가 예림이 한테 곧 어디 갈 것 처럼 말했어.. 아빠. 엄마 괜찮지? 그치?' 

 

 

'엄마.. 어딨어?' 

 

 

 

 

 

''김여주 환자 보호자분이세요?'' 

 

 

 

 

 

무슨 생각인지 몰랐다. 그냥 앞에있는 커튼을 걷었다. 그냥 너가 거기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솔직히 거기 없었으면 했다. 

 

 

 

 

근데 여주야. 너가 왜 여기있어.. 왜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있어. 그러면 안 되잖아. 여기 있으면 안되잖아. 앞으로 나한테 사랑 받으면서 살아야지.. 내가 온맘을 다해 사랑하려고 했는데 왜 왜 여기 있어.. 놀이동산에서 예림이랑 같이 놀고 웃으면서 돌아와야지 왜 여기... 

 

 

 

 

 

'ㅈ.,...저..정국아' 

 

 

'여주야, 여기 있으면 안되잖아.' 

 

 

'미안해.' 

 

 

'너가 뭘 미안해. 도대체 뭐가 미안한데!! 미안하다고 하지도 말고 미안해 하지도 말고, 그냥 웃으면서 일어나란 말야!!!!!' 

 

 

 

 

애원보다는 절규에 가까웠다.  

 

 

 

 

'의사선생님, 여주 살 수 있죠? 보기엔 이래도 곧 살 수 있을 거잖아요. 그쵸?' 

 

 

''죄송합니다. 살 수 있었으면 벌써 수술하고 있었겠지만 가망이 없습니다.'' 

 

 

'아니에요. 있어요. 얘 살 수 있으니깐 살려내요. 제가 이렇게 빌께요. 돈이란 돈은 다 드릴께요. 제발' 

 

 

 

 

 

무릎이라도 꿇으려고 했다. 여주를 살릴 수만 있다면 모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차라리 내 목숨을 가져가라고 빌고 또 빌었다. 

 

 

 

 

 

'정국아. 나.... 못 살아.... 그....ㄱ그건.. 내가 알아.' 

 

 

'여주야.' 

 

 

'마지막....까지... 이....이런.... 말해..서 미안한데... 예림이... 잘 부...ㅂ..부탁해....' 

 

 

'그런 말 하지마. 왜 꼭 어디 갈 것 처럼 말해. 제발 여주야.' 

 

 

'그리고....정국아... 사...사랑해.... 나 그래도.. 이.. 말은 하고 죽어서... 너...무 행복해... 꼭... ㅈ...잘..지내야....돼..' 

 

 

 

 

 

그 말이 끝이였다. 그게 여주의 끝이였다. 그리고 나의 행복의 끝이였다..  

 

 

 

 

 

 

 

 

 

 

 

교통사고는 음주운전이였다. 예림이에게는 차마 못 물어보고 씨씨티비를 확인한 결과 예림에게 차가 돌진했고 여주가 대신 치인 거였다. 후회가 됐다. 내 차를 타고 갔으면 그런 일을 없었을 테니깐. 음주운전자를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내가 무슨 자격이 있나 싶어 포기했다. 

 

 

 

 

 

 

 

예림이는 생각보다 의연했다. 

 

 

 

장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여주의 죽음이 실감났다. 진짜 날 두고 갔구나.. 더이상 여주의 흔적이 있는 이 곳에서는 살지 못할 것 같아 이사 준비를 했다.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은 여주가 나몰래 일을 했다는 사실.. 거의 1억 가까이 모은 걸로 보아 내가 준 생활비도 아껴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돈이라도 펑펑 쓰지. 그럼 지금 내가 덜 미안하지 않았을까. 너는 끝까지 나빠. 김여주. 

 

 

 

 

 

 

 

 

 

 

정국이에게. 라는 편지까지 보았을 때 난 진짜 처절하게 울었다. 넌 끝까지 예림이랑 내 생각만 하지.  

 

 

 

 

 

 

 

 

 

 

 

 

 

 

정국아,  

음.. 이 편지를 보여줄려고 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방 한켠에 내 본심이 넣어두면 내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써봐. 

예림이 이야기는 접어두고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다. 너도 고작 24살인데 내가 너무 무거운 짐을 준 것 같아 많이 미안해. 그래서 화 안내고 항상 웃으면서 맞이하려고 했는데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해서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어. 말도 막한 것 같은데 너무 미안해. 근데 진짜 미안한 건 예림이를 낳기 전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똑같이 너 만날거고 임신할거고 예림이 낳을 거야. 너무 이기적이라 미안해. 너랑 결혼해서 행복하기만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후회는 안해. 정국아, 내가 아직 너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 아니, 사실은 정말 많이 사랑해. 이 편지는 안 봤으면 좋겠지만 봤으면 좋겠기도 해. 내가 표현을 못해서.. 만약 보게 된다면 이제 그만 나 좀 사랑해줄래? 나 매일 그 날만 기다려. 

 

 

 

 

 

 

 

 

 

 

있잖아, 여주야. 나는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너랑 결혼 안할꺼야. 예림이도 안 낳을꺼야. 너한테도 예림이한테도 너무 힘든 인생을 살게 못하겠어. 둘 다 나 아니였으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존재들인데, 사랑 받고 살 존재들인데 내가 너무 큰 죄를 지었어. 그 마음 속죄하면서 너랑 꼭 닮은 선물, 예림이 열심히 키울께. 여주야, 이제 말해서 정말 미안한데 

 

 

사랑해.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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