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핀잔
: INTRO (Part 1-3)
Part 1
"정말 안 비킬 거예요?"
"네."
"생긴 거랑 다르게, 하드한 거 좋아하시나 봐요."
"글쎄요."
남자는 가로등에 기대 있던 제 몸을 일으켜 내게로 걸어왔다. 그는 단정한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물었다. 정말 안 비킬 거냐며. 나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하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한 번, 실소를 터트리며 물었다. '하드한 거 좋아하나 봐요?' 나는 차 밑 고양이들을 살피며 글쎄요 - 하고 대답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의 상처를 제 혀로 핥아내고 있었다. 아니... 나오면 내가 병원 데려가 줄게! 남자는 내 대답이 별로였는지, '그럼 이번 기회에 알아봐요.' 하고는 빠르게 제 차에 올라탄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시동을 걸어, 핸들을 돌린다. 남자의 행동에 놀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봐요!' 하고 소리치자 그는 조금 전 나와 똑같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차를 움직인다. 그는 제 차를 뒤에 있는 건물에 닿을만큼 후진을 한 뒤에, 도로로 방향을 틀었다. 거친 엔진 소리와 함께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뒤섞였다. 나는 멀어지는 차를 노려보다가, 두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진짜 미친놈. 나는 남자의 차가 내 시야에서 모습을 사라지고 나서야, 고양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나 처참한 모습일까 두 눈을 꼭 감고.
Part 2
"이런 집 자제 분인 줄 몰랐네요."
"이런 집 자제 분들은 얼굴에 써붙이고 다니나봐요."
"되게 날카로우시네."
"이런 집 자식들은 어떻게 하고 다니는 지, 설명 좀 해주세요. 한국은 또 오랜만이라."
야외 테라스로 나온 나를 따라온 남자였다. 그와 잔뜩 날이 선 대화를 주고 받았다. 기싸움이었다. 남자는 제 손에 들려있는 와인잔을 빙빙 돌리며, 입꼬리만 살짝 들어올려 웃었다.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그는 테라스에 기대고 있던 제 몸을 틀어, 내 쪽을 바라봤다.
"적어도 자기를 소개하는 자리에, 그런 티셔츠와 그런 청바지를."
남자는 제 말을 끝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나는 최대한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대답했다. '계속하세요.' 남자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을 이었다.
"입고 나타나지는 않죠."
"누구 덕분에 늦어서요."
"확실하게 하죠. 늦은 건, 저 때문이 아니라."
"..."
"고양이 때문이죠."
남자는 제 말을 끝으로 와인잔을 테라스 밖으로 떨어트렸다. 고의였다. 잠시 뒤, 유리 잔이 깨지는 소리가 건물 위를 타고 올라왔다.
"실수."
"뭐하시는 ㄱ."
"유리 파편을 고양이가 밟으면 어쩌죠?"
"저기요."
"고양이 되게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
"어서 내려가서 치우셔야겠어요."
Part 3
"사랑이 진짜 있다고 믿어요?"
"당연하죠. 다른 건 다 없어도. 그건 있어요."
"엄청 강하게 확신하시네. 반박도 못하게."
"진짜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사랑이 가득한 직업을 선택하셨나봐요."
"네. 그러는 그쪽은 직업이 뭐예요. 나만 모르네."
'난민구호자' 라는 직업이 남자에게는 '사랑이 가득한 직업' 으로 해석되는 모양이었다. 뭐, 아닌 건 아니니까. 나는 새로운 맥주 캔을 따며 물었다. '그러는 그쪽은 직업이 뭐예요.' 히고. 그러자 그는 다 마신 맥주 캔을 쓰레기통을 향해 던진다. 꽤 멀리 떨어진 거리였지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캔이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사랑이 없다고 믿어야만 할 수 있어요."
"...네?"
"내 직업은 그래요."
*
안녕하세요. 겨울 소녀입니다.
사실 뮤즈 보이를 20화 완결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차기작은 이미 구상이 끝난 상태였어요. 그래서 이렇게나 심하게, 일찍 와버렸어요...
우리 이제, '다정한 핀잔' 으로 만나요.
또 반갑게 :)
이번 작품은 전체적으로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분위기의 달달...? 입니다! 원래 태형이와 호석이 중에 주인공을 누구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태형이는 '여린 위태로움' 호석이는 '숨겨진 위태로움' 의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는 호석이의 분위기가 더욱 잘 맞을 것 같아서...ㅎㅎ 다정한 핀잔은 호석이와 함께 하게 됐어요. 잘 부탁해. 희망아 :)다정한 핀잔의 남자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