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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8할이 분위기 탓이다. 그 언젠가 사람이 별로 없는 버스 안에서 무심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는 너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하필 그 순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감성적인 어쿠스틱이 아니었다면, 또 그 순간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노을이 비친 강물이 아니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무작정 너를 따라 내리지도 않았을 테고, 부끄럼없이 네 전화번호를 물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머지 2할은 내 말에 당황스러운 듯 웃던 너의 그 미소 때문이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번지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래서 너에게 반했다. 그래, 그 미소만 보지 않았더라면... 

 

"재환아." 

 

내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면 새까만 눈동자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무심한,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반짝이는 눈동자가 오롯이 나를 비추자 불현듯 그 날 지는 노을 아래서 어색한 미소를 짓던 네 모습이 떠올랐다. 

 

"무슨 생각해?" 

 

평소에도 정택운은 자주 그런 질문을 했다.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운 미간을 찌푸린 그 모습이 증명하듯이 정택운은 나를 이해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다를 바 없었다. 

 

"형이랑 처음 만난 날 생각해요." 

 

내 대답을 잠시 곱씹던 정택운은 이내 눈 앞에 있는 라떼에 시선을 돌렸다. 나는 빨대를 입에 무는 야무진 입술을 잠시 눈에 담고, 흰 뺨, 볼록 튀어나온 볼, 허공을 응시하는 검은 눈동자로 시선을 옮긴다. 

 

정택운과 나는 닮은 점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었다. 사소한 취향부터 취미, 생김새, 성격까지 극단적으로 달랐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개와 고양이같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개와 고양이, 물과 기름, 여름과 겨울, 극과 극을 달리는 어떤 것을 표현하는 말이라면 대부분 우리와 딱 맞아떨어질 만큼 우리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온 연인이었다. 

 

성격이 상극이어도 죽이 맞는 커플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정택운은 가끔 아이처럼 억지를 부리고 고집을 피웠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안 그래도 없는 말수를 더욱 줄이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럴 때마다 보이는 통통한 볼이 귀여웠지만 그것도 반복되니 나중에는 날 차갑게 노려보는 검은 눈동자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럴 땐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차가운 눈빛이 진심인지조차 헷갈렸다. 나는 정택운의 표정을 읽는 데 무척 서툴렀다. 솔직히 말하면, 그래, 정택운이 나를 사랑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매일같이 이별을 떠올렸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잠깐 스쳐갔던 생각이었다. 나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마치 나 혼자 사랑하고, 실망하고, 화해하는 것 같은 느낌은 생각보다 비참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살가운 애정표현 하나 하지 않는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믿는 일이 점차 버거워지고 있었다. 

 

"맛있어요?" 

 

검은 구슬같은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그리고 말없이 아직 따뜻한 라떼를 내 쪽으로 민다. 심장이 간질거린다. 따뜻한 커피가 입안을 간질이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맛있네요." 

 

그제서야 정택운은 끈질기게 따라붙던 시선을 무심한 듯 거둔다. 그는 전혀 웃고있지 않았지만 자꾸만 눈부신 노을 아래 지었던 그 때 그 미소가 겹쳐보였다. 놀라움, 당황스러움, 수줍음, 기쁨. 무표정한 남자의 놀라울 만큼 무한한 감정의 바다가. 어쩌면 그 속에 나에 대한 사랑도 파도치고 있지 않을까. 

 

"진짜, 맛있다." 

 

어쩌면, 이라는 말은 내게 한없이 달콤하다. 어쩌면 정택운도 나를 사랑할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정택운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그렇게 혼잣말을 하다보면 목 끝까지 차올랐던 이별의 말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가슴 깊은 곳에 모습을 감추는 것이다. 바보같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먼저 좋아한 사람이 지는 거라고 하지 않는가, 연애라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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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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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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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사진
독자1
와 너무 좋아... 분위기 대박이야ㅠㅠㅠㅠㅠㅠ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와..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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