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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달기만 했던 잔향에 취해있으면

그는 항상 새로운 쓴 맛을 숨긴 채 더 진한 향기를 끌고 나를 찾아왔다.

 

 

 

-

 

 

 꽤나 뜨거운 날씨였다. 꽃을 시샘하는 겨울이 마지막으로 찬 바람을 보내기 직전의 날씨. 그 당시에는 날씨가 워낙 변덕이 심했어서, 겨울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날이 뜨겁다는 사실에 아이들의 불만이 굉장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교복은 동복인지라 온 몸이 땀으로 가득했던 때. 나는 그 뜨거운 바람이 몰아부는 날 창문 앞에서 빵을 뜯으려다 전학생의 인사를 받았다. 눅눅하게 젖은 빵봉지의 습기가 손가락을 따라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맞잡은 오른손은 벌써부터 습기가 차올라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었고, 하필 내 표정으로 그것이 드러났는지 전학생은 급히 손을 빼냈다. 어쩜 타이밍도 귀신 같았는지, 동시에 전학생과 함께 점심을 먹겠다는 짐승들이 한바탕 교실을 뒤집고 흩어졌다. 살짝 차오른 습기를 치마에 벅벅 문질러 닦은 후에야 책상에 올려둔 빵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더운 날씨 때문에 녹아버린 빵 속 크림과 봉지에서 흘러내린 습기가 빵을 더 촉촉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입, 두 입, 미지근히 맹맹해진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키면서도 시선을 손에서 뗄 수 없었다. 분명 치마에 벅벅 닦았는데 아직도 땀이 차있는 기분이었다. 평소에는 느껴본적이 없던 감정이었다. 교실에는 나 혼자였음에도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미간을 구기며 빵을 씹었다.

 

 학교에서 빠져나와 뒷문으로 걷다보면 좁은 골목길이 하나 나온다. 그곳은 옛날부터 좀 논다는 학생들의 집합소로 유명했는데, 학교 구역이 아님에도 경비아저씨는 항상 그곳을 깨끗하게 청소하셨다. 자고로 학생은 교복이 깨끗하고 풋풋한 향기가 스며들어야 학생다운 법인데, 저렇게 담배냄새가 가득한 곳에서 놀면 아무리 교복을 입고 있어도 예쁜 학생이 될 수 없다는 말씀이었다. 아저씨, 그래봤자 저것들은 안 변해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나중에 아저씨만큼 나이를 먹고서도 저렇게 골목마다 담배꽁초나 버리고 살 거라구요. 하지만 경비 아저씨는 말없이 웃음만 보이셨다. 그리곤 항상 덧붙이셨다. 넌 저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으니 괜찮다고.

 내가 공부와 거리가 멀어 모범생들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막 나가는 애들과 친한 것도 아니었다. 다른 감각들에 비해 후각이 유독 예민했던 난 향수도 쉽게 못 뿌리는지라, 당연히 알코올이나 담배냄새는 혐오하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내게 그 골목길은 아주 가끔 친구들과 뒷동네 맛있는 분식집에 갈 일이 생기면 지나치는 그런 흔한 장소들 중 하나였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 야, 어디가냐?

 

 친구들과 맛있는 분식집을 가려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나 혼자였다. 평소 날 고깝게 지켜보던 무리들이 하필 그 골목길에 있었고, 난 타이밍 좋게 친구들 하나 안 데리고 그 길을 걷고 있었던 거다. 누가봐도 나 불량학생이에요 홍보를 하듯 짧은 치마에 진한 화장을 한 여학생 하나가 나를 불렀다. 거기서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다면, 난 그때 귀에 이어폰을 꽂아 그들의 부름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들을 휙 스쳐지나가니 날 부른 여학생을 포함한 나머지들도 꽤나 당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다음날 유치한 보복으로 돌아왔다. 책상에 유성펜으로 온갖 욕설을 써놓더니, 내 공책들은 모두 찢어서 소각장에 태우고, 의자에는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본드를 한 열 통 가까이 쏟아부은 것 같았다. 설마 내가 이걸 보고도 앉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당연히 내가 울고불고 질질 짤 거라고 예상했던 그들은 내 웃음에 다시 한 번 놀랐는지, 아예 대놓고 머리채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미련하게도 난 나를 포함한 주위 모든 것들에 굉장히 무신경했다. 잡힌 머리가 이리저리 돌아가도 아, 아프다, 금방 끝나겠지, 라는 생각만 했을 뿐 그들의 행동에 특별히 반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덕분에 한동안 이름 대신 미련한 년으로 불렸을 정도.

 아무튼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당시의 나는 나름대로 이미지라는 것을 쌓고 있었기에, 머리채를 잡은 손을 쳐낼 생각은 못 하고 그저 무신경히 흔들리기만 했던 내 모습은 꽤나 쪽팔렸던 것이다. 친했던 친구들이야 원래 내 성격을 아니까 지들도 별 걱정을 안 했다 치지만 다른 애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쟤 원래 저렇게 약했어? 쟤 원래 저렇게 당하는 애였어? 쟤 원래 저렇게 불쌍했어? 기타 등등. 전혀 원하지 않던 말들을 듣게되니 수치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이 손을 쳐내고 몇 배로 갚아줄까. 웃기게도 그 생각은 실행하지 못했다. 누군가 끼어들어 상황을 종료시켰고, 날 붙잡고 열심히 흔들던 년은 뜬금없이 뭐가 무서웠는지 부리나케 자기네 친구들을 끌고 교실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난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정돈한 뒤에야 고개를 들었다. 대체 누가 이렇게 간 큰 행동을 했을까.

 

- 괜찮아?

 

 전정국이었다. 하루 전날에 인사했던 전학생. 이목구비가 너무 뚜렷해서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외모를 가진 전학생이 날 도와줬다. 대체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맙다고 할까, 쪽팔리게 왜 끼어들었냐고 할까. 열심히 눈과 머리를 굴리는 와중에 정국이 손을 내밀었다. 정신을 못 차리던 난 그게 또 악수를 하자는 의미라고 착각했었다. 내민 손을 멍하니 쳐다보자 전정국은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었다.

 

- 계속 그러고 앉아있을 거야?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나 지금 바닥에 넘어졌구나. 그것도 굉장히 추한 자세로. 거울을 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뜨거움이 귀까지 전달되자 나는 급히 전정국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전정국은 뭐가 웃겼는지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내가 얼마나 웃겼을까. 쪽팔렸다. 쪽팔리고 수치스러웠다. 17살의 나는, 아무리 무신경해도 사춘기를 겪을 시기의 여학생이었고, 남학생에 관심은 없을 지언정 나를 가꾸는 것에는 큰 관심이 있던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전학온지 하루 밖에 안 된 놈한테 평소와는 전혀 다른 내 모습을 보였으니 얼마나 창피했던지. 전정국은 귀까지 붉어진 날 보며 꼭 잘 익은 사과랑 비슷하다 놀렸고, 나는 그 말에 다시 한 번 쪽팔림을 느끼며 급히 교실을 빠져나왔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리니 금방 벚꽃나무에 도착했다. 바람이 많이 불었음에도 벚꽃잎이 가득했던 나무는 살랑이는 꽃잎으로 내 볼을 간지럽혔다. 나는 널 싫어하는데 넌 나를 항상 반기는구나. 벚꽃나무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싫어하는 꽃내음을 잔뜩 풍기며 운동장에 자신의 흔적들을 쌓고 있었다. 조금씩 스며드는 벚꽃의 향이 코를 찔렀지만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대로 나무 밑에 주저앉아서 등을 대고 쉬려는 생각 뿐이었다. 체육시간인지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축구를 하던 남학생들은 입으로 싸우고 발로 차느라 바빴고, 피구를 하던 여학생들은 소리만 꺅꺅대며 상대팀의 여학생을 죽이기에 바빴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첫째는 부모님이고 둘째는 귀신이고 셋째는 피구하는 여고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내 머리에 닿기 시작한 꽃잎들은 경기를 구경하는 내 시선을 따라 바람을 타고 이동했다. 체력이 소진된 탓에 머리에 쌓인 꽃잎들을 치우기도 귀찮았다. 가끔 한 두 번씩 머리 흔들어주면 알아서 떨어지니까. 뜨거운 온기를 담았던 바람은 해가 조금씩 지기 시작하면서 시원해졌고, 난 그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눈을 감고 있었다.

 

- 여기서 뭐해?

 

 아직까진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아마 그때가 전정국의 목소리를 세 번째로 들은 순간일 것이다. 감았던 눈을 느긋하게 뜨자 벚꽃잎들 사이로 가려진 전정국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코를 찌르는 벚꽃의 향기. 그리고 미세하게 섞였던, 익숙한듯 낯선 또 다른 향.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으려 열심히 눈을 굴렸지만 전정국은 이미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손을 뻗어 내 머리에 붙은 꽃잎을 떼주고 있었다. 너 여기에서 잤어? 머리에 꽃잎이 엄청 많이 쌓였어. 그렇게 개구진 웃음을 지어보인다. 나는 차마 귀찮아서 털지 않았다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손으로 꽃잎을 떼주는 그의 손길이 오갈데없이 민망해질까봐. 그건 스스로 무신경하다 자신할 수 있었던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배려한, 내가 생각하기에는 꽤나 큰 사건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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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아아아 정구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잉 울 정구기 너무 조아여 ㅠㅠㅠㅠㅠ 흐으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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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글 분위기 너무너무 좋아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울 정구기 다정한거봐ㅜㅜㅜㅜ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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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왜 이리 다정하니 ㅠㅠㅠㅠㅠ 너무 좋아 진짜 정구 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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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헐 ㅠㅠㅠ 암호닉 [난나누우] 로 신창해도 될까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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