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화
"우와 진짜 인생 왜 이렇게 쓰냐"
"....."
"하나뿐인 친구야, 넌 언니 말이 말 같지 않구나"
"....."
"이 언니가 이렇게 병들어 죽어가려고 하는데 말이야..."
"......"
"...그래 내가 뭣허러 너한테 내 신세한탄을 하냐"
"......"
"버렸네.. 버렸어.... 난 버려졌어... 고작 우지호 따위에게..졌어..."
"......"
"아주 남자에 미친년! 우지호 확 바람이나 나버려라!"
"야, 너 진짜 말 가려서 안 하냐?"
"나쁜 기지배... 친구가 힘들어서죽겠다는데, 그 놈의 우지호가 중요하지?"
"아, 또 왜! 뭐가 문제야 오늘은!"
"아니.... 니가... 나보다.. 우지호를.... 더... 좋아하니까......"
"그렇게 맘에 안들면 너도 남자친구 만들면 되잖아!"
"하..하지만.... 나는..."
"나는 뭐. 또 막 신데렐라, 백설공주 이런 쓸데없는 운명 얘기 하면 죽는다, 너."
".....대,대단해."
"이 언니가 자그마치 김여주 친구 경력 7년이다, 7년!"
"...하지만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게 내 꿈이란 말이야."
"너 그러다가 남자 평생 못 만난다?"
누군가 그랬다.
주변에서 연애를 뜨겁게 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은 차가워지기 마련이라고.
요즘 아주 아주 아주 열심히
그 명언을 가슴에 남기고 있다.
"아, 맞다 여주야."
난
어렸을 적 읽었던 신데렐라 처럼,
백설공주 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기대한다.
근데 운명적인 남자가 안 나타나는데 어떡해.
그게 바로 내 19년 인생에 남자 하나가 없는 이유다!
그게 끝이다.
연애를 못하는게 아니다,
안 하는거다.
그니까 요약하자면,
19년 인생동안
연애라고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나로썬,
하나뿐인 친구년의 연애질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여주!!!!!"
괜히..
내 것을 빼앗긴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이젠
시험 끝나면
같이 학교 앞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 먹고,
노래방 가서 소녀시대도 되어봤다가,
동네 오락실 가서 스티커 사진 찍기 바쁘던,
내 친구, 내 배수지가 없다는 말이다!
시간만 생기면
내가 아닌 우지호를 먼저 찾는다는거지!
치, 우지호 뭐.. 별로 잘 생기지도 않았드만
"야!!! 김여주!!!!!!!!!!"
"아, 깜짝이야. 왜불러 왜!"
"나...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뭐야, 뭐야 이 불길한 예감은.
"나 오늘 방송부 면접 좀 빼주라. 니가 대신 해줘!"
얘 뭐래니 지금
이건 또 뭔 참신한 개소리래?
"아 왜애애애! 너 오늘 어디 가?"
"지호랑 데이트 있어.. 그냥 나대신 부장 자리에 앉아있기만 하면 되잖아!"
"아!!!! 싫어!! 내가 왜 면접을 봐!!! 니가 저번주에 가위바위보에서 진거잖아!!!!"
우리 학교 방송부에 부장의 권위 따윈 없다.
그냥 1년에 한 번씩 신입생 면접을 볼 때마다,
가위바위보로 부장과 면접관을 2~3명 뽑는데,
난 운이 좋게도 이겼단말이지..
근데 내가 어째서
방과후에!
집에 가야하는 시간에!
학교에!
남아서!
면접을!
봐야하냐고!
절대 싫지!
"아아아앙 한 번만~ 내일 매점빵 콜?"
"참나 고작 매점 빵 따위에게 넘어갈 줄 알고?"
"아아아 알겠어. 떡볶이? 콜?"
"웃기시네 떡볶이는 무슨."
절대,
절대!
넘어가지 않겠어.
나 집 가서 자야한단 말이야..
개학식 전 날에도 학원 가서 보충 하느라
내려온 다크써클 보면
눈물이 날 거 같은데..
얼어죽을 방과후!
절대 안 가. 절! 대!
"...언니, 맘스터치 콜?"
뭐,
한 번쯤은 친구를 위해서
방과후에 남을 수 있는거지!
그래! 그렇지!
절대 맘스터치 때문이 아니야!
"코,콜!!!!"
* * *
' 아, 아, 방송실에서 알립니다. 지금, 방송부에 동아리를 지원하신 학생들은 모두 방송실로 와서 면접 대기 해 주시기 바랍니다. '
'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방송부 동아리를 지원하신 학생들께서는 모두 방송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
시간이 흘렀고,
순식간에 학교가 끝나버렸다.
아까 말한대로, 배수지는 학교가 끝자마자 우지호랑 손을 잡고 룰루랄라 나가버렸고,
남자친구가 없어서 어디 놀러가질 못하는 난!
이렇게 방송부실에서 면접을 준비하고있다.
"ㅋㅋㅋㅋ 김여주, 너 또 배수지랑 딜했지."
"헐, 귀신이다, 귀신. 어떻게 알았냐?"
"보나마나 누나 또 먹을꺼랑 딜했죠?"
"헐, 넌 또 어떻게 알았어?"
"ㅋㅋㅋㅋㅋ넌 너무 단순해. 지훈아, 1번 부터 3번까지 먼저 들어오라고 해."
"형, 그 1번 2번 참석 했는데 3번 아직 안 왔다는데요.."
"에헤이~ 기본이 없네, 기본이! 방송부에 기본은 시간약속 아닙니까?!"
"매일 아침마다 아침방송 늦어서 반성문 쓰던게 누구더라."
"
"ㅎㅎ..그..그러게...누구지? 지훈아 1,2번 먼저 들어오라고 해!"
한 명 한 명,
주의깊게 관찰하면서 면접을 보고 있었다.
떨고 있는 여자 후배를 보면서,
나도 제작년에 저랬었나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귀엽기도 하고,
근데 죄다 여자들이네..
남자는 없니?
아, 지루해!
귀여워 보이는건 딱 거기까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딱히 신선함은 없었다.
대충 이야기 몇 번 나눠보고,
성실함이 기반으로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면접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내가 지루한 까닭은 이게 다가 아니다.
매년 방송부 면접 보는 애들은
대부분 여자 후배들 뿐이였다.
우리 학년에 남자라고는 박경 한 명 뿐이였고,
우리 밑에 학년에 남자라고는 표지훈 한 명 뿐이였다.
올해는, 남자후배 좀 들어오나 기대했건만...
달칵- 하고 문 소리가 났을 때,
진심으로 바랬다.
제발, 제발 남자여라!
무조건! 누나가 붙여줄게!
너는 누나랑 운명이야, 인마.
"...."
"...."
우리 엄마가 그랬다.
운명은,
머리로 느껴지는게 아니라,
순간적인 만남으로 인해 느껴지는거라고.
그 찰나에 순간에
서로가 서로를 눈에 담으면,
그게 운명을 낳고 또, 인연을 낳는 것이라고.
19년동안 이해 못 했던 어색한 문제에
해답을 찾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는 아이였다.
"...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내 운명이 입을 열었다.
"1학년 6반 류준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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