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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 The Roman baths




로마시대의 목욕탕. 그 에메랄드빛 물 속에서 자신이 던진 동전이 별 처럼 빛나고 있었다. 유럽인들도 대중 목욕을 즐기다니. 민석은 런던 임에도 불구하고 하얀 백인 뚱보들이 김이 모락모락나는 광장만한 목욕탕에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등을 밀어주는 한국식 사고를 떠올렸다. 로만 바스의 대중 목욕탕은 그 오랜시간 속에 낀 물끼리 들에 의해 초록 빛깔 수질속에서 수없이 많은 동전들이 반짝이는게 아름다웠다. 온천수에 의해 생긴 김들이 마치 안개처럼 드리워 졌을때 몇천년이 지난 고대의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민석은 눈을 감고 주머니속에 남은 동전들을 만지작 거리며 속으로 작게 되네었다.



'다음에 올 땐 혼자서는 안 왔으면 좋겠다.'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민석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다시 물속을 바라보고 몇 번이나 반복했다. 자신의 머리 위가 하늘인지 발 아래가 하늘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통 부분만 어둠 속에 갇힌 것 같았다. 알수없는 기분에 가슴이 먹먹해진 민석은 괜히 머쓱해져 발걸음을 옮기려 시선을 돌렸다. 주위는 아름다운 서양인들이 저마다 짝을 지어 자신들의 축복을 빌듯이 동전을 던지고 있었다. 좋을때야. 그 거대한 목욕탕 테두리를 따라 쌀쌀한 밤 바람을 헤치고 걸어가던 민석은 숨을 들이키다 그대로 멈췄다.


멍하니 자신처럼 물속을 바라보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짙은 갈색 눈동자가 동양인 같아 보였지만 이국적으로 큰 눈과 굳게 다물린 얇은 입술이 꽤나 다부져 보였다. 자신보다 키가 조금 더 큰 그 남자는 뭔가 생각에 잠겨있는듯 보였다. 남자는 영혼이 없는 타락한 천사 같은 모습이였다. 그의 모습을 보기위해 조금씩 앞으로 다가 갈수록 매혹적이였고 어딘지 모를 간절함이 있었다. 프렌치 코트 사이로 내민 희고 큰 손, 찬 바람에 빨갛게 피가 몰린 손가락이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동전을 이미 던진것인지, 아직 던지기 직전인지 민석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말을 걸어보고픈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가 민석은 작은 은색 동전을 내밀었다.



"hey. need a coin?"



남자는 처음엔 듣지 못한듯 미동을 않자 민석이 hey 하고 다시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손바닥 위에 조금은 부끄럽게 올려진 작은 동전을 보고 그 남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남자의 차가운 손마디가 자신의 작고 따뜻한 손바닥에 닿을 때 민석의 안 쪽 가슴이 바르르 떨렸다. 남자는 그제서야 피식하고 민석의 눈을 바로 마주했다. 깊은 눈동자가 물속의 동전 처럼 반짝였다. 남자의 입술이 열리려던 찰나 민석은 얼굴에 피가 몰려 화끈거림을 느꼈다. 동전이 손을 떠났을때 민석은 그곳을 도망치듯 지나쳐 로만 바스의 큰 건물들 사이로 몸을 옮겼다.


거리에 수많은 세단들이 각자의 길을 가듯 무심하게 민석을 지나쳤다. 민석의 눈 앞에 아직도 그 갈색의 눈동자와 열리지 않을것 같던 입술이 아른거렸다. 이상하게도 그가 자신에게 말을 꺼내려 하였을때 왜 자신의 심장이 터질것 같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자신이 그 자리를 도망치듯 피했는지. 첫사랑에게 처음 발렌타인데이에 수줍게 사탕만 안겨주고 도망쳤던 시절이 떠올랐다. 민석은 괜히 자신의 따뜻한 두 손바닥을 포개며 슬며시 세어나오는 웃음을 삼켰다.



참 이상한 사람이였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까.















건물 사이로 자리 했을 때 자잘하게 들어선 음식점들 사이로 달콤한 메이플 시럽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민석은 시럽향이 가득한 엔틱풍의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 화로 가까이에 자리 잡아 주문을 기다렸다. 호두까기 인형들이 키 순서 대로 화로 위에 자리잡고 있는것이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관경이였다. 자신도 모르게 민석은 그 앞으로 다가가 가장 키가 작은 아기 병사의 모자를 잡고 들어 올렸다.



"귀엽다..."



익숙하게 가방을 열어 조그마한 폴로라이드로 아기 병정들을 담아냈다. 그리고 뒤쪽 카페 밖으로 보이는 좁게 들어선 서양식 건물들을 찍기 시작했다. 민석이 행동을 멈춘것은 파란 눈을 가진 점원의 질문으로 마무리 되었다.



"Are you ready to order?"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영국식 영어발음에 민석은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애플 시나몬 와플과 생긴것은 꼭 아메리카노 처럼 보이는 커피를 주문하고 다시 민석은 자신의 일에 열중 했다. 그는 자신의 폰을 켜 익숙하게 블로그에 들어가 어제 쓴 여행 일지에 달린 댓글의 수를 파악했다.그리 유명한 블로그는 아니였지만 이제 막 인지도를 높여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보며 민석은 만족감을 느꼈다. 자신의 기행문은 다른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였다. 표현을 아름답게 묘사한다며 꼭 한번 가보고싶다는 평이 대부분이였다. 자신도 딱딱한 문체가 아닌 느낀점 그대로를 공유하고 호평을 받는일이 썩 좋았다. 민석은 오늘도 한편의 소설같은 기행문을 쓰기 위해 지체하지 않게 '글쓰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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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바스의 동전들이 아름다웠다. 마주친 작은 은하수들. 그중에 가장 빛나던 그 별은 물에 잠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별은 나에게 작은 떨림을 안겨주었다. 여행중 아마 '로만 바스'에서의 추억들은 몇년이 지나도 잊지 않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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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BIG BEN








민석은 예쁜 접시에 담겨진 와플과 따뜻한 커피를 보자 하루종일 쌓였던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아메리카노를 들려던 찰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여보세요?



"형. 아직도 영국이야?"



언제나처럼 안부는 생략하고 위치만 묻는 상대방에 민석은 섭섭해져 포크로 와플 위의 딸기만 푹푹 찔렀다. 응. 아직 영국이야. 왜 전화했어?



"한국은 영영 안 올거냐. 보고싶어 죽겠네."



그제서야 표정을 푼 민석은 베시시 웃으며 아직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걸? 하며 커피를 호로록 마셨다.



"이제 슬슬 여긴 추워질려고 하는데 거긴 더 추울거 아니야. 이걸로도 충분히 책 분량은 될 것 같은데. 빨리와"



민석은 그제서야 무언가 잊고 있던것을 말하듯 상대방에게 줄줄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야 오늘 내가 여행지에서 어떤 남자를 봤는데. 진짜 그렇게 생긴 사람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봤어. 진짜 잘생겼었는데 표정이 엄청 심각해 보이길래 동전도 줬어. 뭔가 빌 소원은 있는데 안빌고 있는 느낌이였나. 아무튼 그래서 형이 간만에 착한짓 좀 했지.




남자는 가만히 들으며 웃기만 했다. 형, 나 지금 다시 사무실 들어가야 해서. 아무튼 빨리와. 올때 꼭 전화 하고? 건강도 좀 챙겨요 형. 끊을게.



민석은 아쉽다는듯 전화를 끊고 식어가는 커피와 와플을 허겁지겁 입속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호텔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어제와는 다른 기분이였다. 같은 골목, 같은 바람냄새에도 이상하게 해실해실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어두워지는 거리에서 밝게 빛나는 가로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근데, 그 남자 소원 빌었을까?


















London / Hillingdon





"이틀 뒤 부산국제공항 오전 11시 비행기. 맞으시죠?"



벌써 세번째 질문 이였다. 민석은 시간을 요리조리 바꾸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점점 그의 귀국 날짜가 늦게 잡혀갔다. 급기야 사람 좋기로 소문난 항공사 안내원들까지도 그 미소가 점점 식어갔다. 잠깐!잠깐만요! 민석은 애꿎은 손톱만 잘근잘근 씹으며 다시 시간표를 보여 달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급기야 안내원이 짜증을 냈다.



"고객님, 뒷분들이 밀려 계세요. 인터넷으로 검색이 가능 하시니까 결정하시면 다시 와주시겠어요?"



민석은 뒤를 돌아보고 사람들이 자신을 무섭게 노려보는것을 그제야 알았기에 슬며시 물러났다. 사실 한국에 가고싶지 않은 변명이 많이 있었다. 특히 한국으로 오라는 주변의 말을 들을때 마다 로만바스의 추억 때문에 가고싶지 않은 영향이 가장 컸다.



'다시 딱 한 번만 더 봤으면 좋는데...'



역시 아직 한국은 아냐. 민석은 자신의 여권을 가방 깊숙히 찔러 넣으며 공항을 빠져 나왔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밖을 돌아다니다 런던 브릿지에 선 민석은 높게 돌아가는 런던아이를 가만히 바라 보았다. 런던아이는 쉬지않고 천천히 그 형태를 유지하며 돌고 있었다.
민석의 첫사랑이였다. 박찬열. 발렌타인데이에 수줍게 건낸 사탕을 찬열은 고마워요 형. 하고 그것이 다 였다. 선후배 사이에 두터운 우정이라도 확인 한 듯한 찬열의 반응에 민석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자신이 남자를 좋아했다는 사실도, 자신이 찬열을 좋아 했다는 사실도 마음속에서 묻어야만 한다고. 생각보다 빨리 정리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찬열은 자신의 동갑인 여학생과 교제를 한다는 소문이 학교 만천하에 퍼졌고 민석은 그날 쉴 세 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 민석은 어찌 자신이 남자를 좋아했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번 여자아이들을 사귀었고 그것에 대해 아무도 눈치를 챈 사람은 없는듯 보였다.
민석은 런던아이를 보며 지금 자신이 찬열과 연애를 했다면 어땠을까, 과연 로만바스의 그 남자를 보고 자신이 설렘을 느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찬열 이후 꽤나 오랫동안 자신은 남자에 대한 셀레임을 느끼지 못했다. 지금 찬열을 떠올리면 그땐 그랬었지 하고 웃어 넘길 정도였지만 그 남자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였다. 심장이 뛰는 소리와 피를 박차는 속도까지 비교를 할 수 없었다.



여자친구는 있을까.



런던 브릿지 밑으로 차가운 바닷물들이 쉴 새 없이 흘렀다. 길을 거니는 커플들은 저마다 다 사연이 있는듯 행복 해 보였다. 자꾸 떠오르는 갈색 눈동자에 시우민은 점점 더 우울 해져갔다. 기분이 좋지 않으면 찾는것은 언제나 찬열이였다. 찬열은 언제나 따뜻했고 다정했기 때문에.  어김없이 민석은 폰으로 셀카를 한장 찍어 찬열에게 보냈다. 자신이 이렇게 사진을 보내면 언제나 함께 기뻐 해주던 사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잔잔하게 폰 진동이 울렸다.



"형. 사진 잘 봤어요. 근데 이번 여행은 내가 졸라도 안돌아오네요?"



조금만,조금만 더있다 갈려구. 민석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자꾸 돌아 오라고만 하는 찬열의 행동이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또 시작되는 잔소리에 민석은 딱 잘라 찬열에게 용건만 했다. 아... 찬열아 나 잘지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민석은 바쁜척을 해보이며 전화를 끊었다. 모든것이 변했다. 짜증나는 찬열의 행동도, 답답한 자신의 행동도. 유난히 가슴이 답답한 날이였다.












London / Parliament Square


민석의 다음 여행지는 빅벤이였다. 그 광활하고 거대한 건축물 앞에서 자신이 더 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피사의 사탑을 본 적도 있었지만 그 크기가 빅벤이 훨씬 컸다. 민석은 거대한 시계 앞에서 어떻게 저런 어마어마한 크기의 시계바늘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지 궁금했다. 민석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봤던 만화영화 피터팬을 떠올렸다. 저 위에 앉으면 어떤 느낌일까. 런던이 다 보이겠지, 사람은 안보이겠다. 멍청하게 홀로 서있던 그때 한 여자가 민석에게 말을 걸었다. 왜그러시죠? 하니 여자는 말없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자신의 손바닥에 은색 동전이 반짝였다.



어?...



민석은 자신의 손을 확인하고 또 다시 확인 했다. 그럴리가 없잖아. 눈을 깜빡여도 사라지지 않고 견고하게 반짝였다. 손바닥 위에서 작고 단단하게 빛나는 은색의 동전. 민석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그곳에 있었어... 그 사람이. 민석이 그 자리에서 모든것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지만 남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빅벤이 꽝 하고 울렸다. 열두시를 알리는 진동이 온 몸에 퍼졌다. 가슴이 윙윙거리고 민석의 눈가에도 잔잔한 울림이 퍼졌다. 두번째 종이 울렸다. 웅웅 거리는 잔 진동에 결국 민석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한방울 툭 하고 떨어졌다. 마치 자신을 놀리는 그림자 같았다. 이틀동안 죽어있던 가슴이 반짝하고 빛나더니 다시 죽어갔다. 시간을 잡지 못한 피터팬은 시계탑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London / The Roman baths


민석의 손에 비행기표가 가지런히 끼여진 여권이 어색했다. 몇 번이고 시도를 했지만 하지 못했던 한국행이 어젯밤 일로 인해 깔끔히 정리 되었다. 바스의 동전들은 환한 태양 아래 빛을 잃고 그 갈색의 변질 된 모습으로 초라하게 비추어졌다. 민석은 어색하게 웃으며 바스의 동전들에게 인사하듯 중얼 거렸다. 그래도 밤엔 별보다 빛났어.민석은 코트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들었다. 남자는 끝내 소원을 빌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금 나도 저 동전처럼 볼품 없는 꼴이겠지. 민석은 있는 힘껏 그 동전을 던졌다. 동전은 공중에서 반짝 빛을 내더니 퐁당 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민석은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안녕.



민석은 자리를 옮겼다. 바스의 거리는 빛을 잃었다. 잿빛의 날씨가 더욱 런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민석은 이제 사진을 찍지도, 일지를 쓰지도 않았다. 이틀동안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내쫒기듯하는 자신의 행색이 우스웠다.



'왜 항상 먼저 마음을 줘 버리는 걸까...'



먼저 시작한 쪽도, 끝내는 쪽도 자신이였다. 언제나 그랬다. 비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제는 그저 한국으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었다. 책을 출판하면 그렇지 않아도 바빠 질 것이다. 바스의 밖으로 빠져나올 찰나 누군가 민석의 어깨를 잡았다. 화들짝 놀란 민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를 돌아봤다. 갈색 눈, 얇은 입술, 하얀 피부. 눈 앞에 별이 반짝 빛났다. 민석은 자신의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꼈다. 정지가 된 테이프처럼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한국인 맞죠."



물어보는 말투가 어색했다. 큰 갈색 눈동자가 자신을 비추고 있었다. 생각보다 낮은 목소리에 민석은 놀랐다. 남자의 음성이 녹음이라도 하듯 귓가에 계속 맴돌았다. 남자는 자신을 신기하게 바라보는것이 귀여운지 풉 하고 웃었다. 민석의 심장이 쿵쿵 거렸다. 빠르게 뛰는 심장에 맞춰 빗방울들이 런던 돌 바닥위에 자국을 남겼다. 민석은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지 그 남자의 모든것을 하나하나 천천히 쳐다보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을 하나하나 훑어보고 있는 민석을 배려라도 하는것인지 빗방울이 어깨를 적실때도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민석의 눈가가 시큰해 졌다. 비가 새차게 내리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민석의 흐느낌이 아니였다면. 그제서야 남자도 얼른 민석의 옷소매를 잡고 근처 건물의 차창 아래로 몸을 피했다.



"동전 왜 다시 준거예요?"



민석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입술이 바짝바짝 타는것 같았다. 그가 입을 여는 순간에도 그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되게 말랐네...



"왜 다시 준 것 같아요?"


알수없는 그의 반응에 민석은 금방 풀이죽었다. 40분 정도 밖에 시간이 없었다. 민석은 점점 초초해지고 자신이 선택한 귀국이 후회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비는 더 세차게 내렸고 남자는 대학생인지 가방을 매고 이리저리 거리를 두리번 거렸다. 행여나 남자가 갈까봐 민석은 조급해 지는 마음에 아무 질문이나 막 던졌다.



"그쪽은 한국인 아니시죠?"



한번이라도 그의 목소리를 더 들어보고 싶었다. 그의 말투를 감안해 물었을때 남자는 중국이요 하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민석은 작게 아... 하고 얼버무렸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그때 처음 보고 계속 생각 났어요.'
 
 
입술까지 튀어나오려던 그 말이 남자의 음성으로 인해 숨이 죽었다.
 


"저는 루한 입니다."




내가 너무 티를 많이 냈나?...
자신의 속 마음을 들킨게 아닌가 대답이라도 하는듯한 그의 행동에 민석은 깜짝 놀랐다. 저는 김민석이라고 해요. 이름 하나 말 해주는 것도 발작을 할 정도로 심장이 떨렸다. 분명히 좋은 징조였다. 서로 통성명을 하는 것. 다시 볼땐 더 가까워 질 수 있으니까. 습기 젖은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그에게서 연한 민트향이 났다. 민석은 그에게 폰 번호를 채 물어 보기도 전에 루한이 민석에게 웃으며 말했다.




"또 우리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루한은 빗속으로 뛰어들어 어디론가 달려갔다. 점점 작아지는 그 뒷모습에 민석은 큰 상실감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따라 가보고 싶었다. 어딜가는걸까? 우리가 다시 만날수 있다는 말을 어떻게 저렇게 당연하게 하는걸까. 나를 아는 사람일까. 머릿속에 수만가지의 생각이 겹쳤다.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도 비가 내렸다. 하늘 역시 잿빛이였고 더이상 허브향이 나지 않았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날아오른 민석은 자신의 소매깃을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는것 같았다. 민석은 폰으로 게시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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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기행문을 읽어주신 모든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닿아 책을 발행 하기로 했어요. 당분간 블로그를 잠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한 달 정도 걸릴것 같아요. 그때까지 모두들 아무탈 없이 잘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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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을 마친 민석은 다시 한숨을 쉬며 눈을 감고 사색에 빠졌다.
 
 
 
 
 
 
 
 
 
 
Republic of Korea / Busan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리는 귀국길 이였다. 한국에도 비가 오네...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전화가 왔지만 그닥 받을 기분이 아니였다. 그 전화가 찬열 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석은 통화 거부를 누르고는 전원을 꺼버렸다. 민석의 머릿속도 휴대폰 액정처럼 까맣게 변하는것 같았다. 한숨을 쉬자 빗물이 비치는 유리창에 하얀 김이 서렸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고 민석의 입속이 바짝 말랐다. 런런의 비와 한국의 비는 자신이 견디기에 너무 힘든 변화 였다. 루한을 마주 했을 때 나던 허브향 빗물과 타국 같은 한국의 차가운 빗물이 민석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루한...'




민석은 차마 소리내어 말하지 못했다. 그를 만났을 때 직접 해주고 싶었다. 존재하긴 했을까. 민석은 그것이 꿈인지 자신이 환영을 본건지 아롱거리는 추억 같았다. 어젯밤에 보고 잔 피터팬 영화 처럼 민석의 기억이 흐릿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집은 오늘따라 유난히 거대해 보였다. 차가운 마루바닥에 민석은 먼지앉은 슬리퍼를 신고 복도로 들어갔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자신의 집. 그에 자신은 너무 초라 해 보였다. 무엇하나 고티 나지 않는것이 없었지만 빈 털털이가 된 느낌이였다. 거실 불을 켜는 순간 민석은 헙 하고 숨을 들이켰다. 검은 남자의 실루엣. 소파에 기대어 화가 난 얼굴로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남자는 서서히 자신쪽으로 다가왔다. 보고 있던 민석의 표정도 따라 굳어져 갔다.
 
 
 
"박찬열. 당장 나가."




 
-end-
 
 
 
 
 
 
 
다음 장면도 구상중인데 재미가 없으면 연재를 못하쟈나~  TT 댓글로 반응 보고 후속도 올리겠습니다. 오타있어도 예쁘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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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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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문체도너무좋고 분위기ㅈ도좋아요ㅠㅠㅠ다음편꼭연재해주시면안되나요ㅠㅠㅠ루한이랑민섣이랑만나는것보고싶어요ㅜㅜ찬열이랑민석이도더보고싶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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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진짜 이런글너무좋습니다ㅠㅠㅠㅠㅠ취향타직격이시네요ㅠㅠㅠㅠ이랗게잔잔하게플어가는느ㅏ낌정말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ㅠ진짜짱짱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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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너무좋쟈나ㅠㅠㅠㅠㅠㅠ뭔가 아련아련하면서 ㅠㅠㅠㅠㅠㅠㅠ좋아요좋아 연재해주세요!!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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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정말좋아요ㅠㅜ완전취향저격 !!다음편연재꼭해주세요ㅜ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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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찬열이랑 민석이가 그냥 사이는 아닌것같구 찬열이도 마음이 있어서 민석이보고 계속 오라고했던건가여?ㅎㅎ 여행을 가면서 저렇게 느껴보고싶네여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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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헐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다음편은 어딧나여ㅠㅠㅠㅠㅠ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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