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세계관 설명 |
태어날 때부터 운명의 상대가 정해져 있고, 그 운명의 짝을 만나기 전엔 모든 것이 무채색으로 보인다. 운명의 짝을 만날 경우, 점차 자신의 세상에 색이 입혀지고 색으로 가득 찬 세상을 볼 수 있다. 여기선 주인공만 해당,,, |
컬러풀 (colorful)
태어날 때부터 색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다시 정의해서. 회색, 흰색, 검은색. 그 정도. 쉽게 무채색이라 칭한다. 어렸을 때는 당연하게 다 나와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게 언제였지. 어느 날에 엄마가 단어 카드를 가져와 나에게 말했었다. 이건 하늘이야. 그 말에 다른 곳만 보며 고개만 작게 끄덕이던 나를 보던 엄마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하늘은, 파란색. 무슨 색이라고? 파란색이야.
"응, 하늘... 파란색."
하늘이라 칭하며 카드 한 장을 잡고 나를 보던 엄마는 곧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잘했어. 그 칭찬에 다른 곳을 보며 엄마의 말만 곧이곧대로 따라 하던 나는 흥미를 느끼고 엄마의 손에 들린 카드를 쳐다봤다. 하늘, 파란색. 중얼거리던 나를 보던 엄마는 하늘 카드를 뒤로 넘겨 다른 카드를 나에게 또 보여주었다. 이건, 사과. 전에 아빠가 들고 있던 것의 모양새와 비슷한 그림이었다. 응, 사과. 내 말을 듣던 엄마는 또 한 번 입을 열었다. 사과는 빨간색.
"파란색!"
소리치는 내 말에 엄마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야, 사과는 빨간색. 빨간색이야, 하며 말을 번복했다. 이상하다, 하늘이랑 사과랑 똑같은데. 분명 사과는 파란색이다. 그 사이에 엄마는 뒤로 넘겼던 하늘 카드를 다시 앞으로 보이며 파란색은 하늘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나를 보고 엄마는 다시 카드를 뒤로 넘겨 사과 카드를 내게 보였다. 사과는 빨간색.
"아니야아, 파란색이야!"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엄마는 사과 카드도 뒤로 넘겨 다른 카드를 보였다. 이건 무슨 색이야? 노란색. 그 말에 도리질 치고 이건 파란색이라며 엉엉 울었다. 갑자기 우는 나에 당황해 안아주던 엄마는 얘가 왜 이러지, 하며 어깨를 토닥여주던 것 같다.
"이건, 이건 무슨 색이게?"
"파란색."
엄마와 아침부터 손을 잡고 온 곳에서 엄마는 어제 나와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그 말을 앞에 앉아 가만히 듣고 있던 선생님은 곧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나에게로 옮겨 옆에 있던 카드를 들고 웃으며 이건 무슨 색이냐며 물었다. 당연하게 파란색이라 대답한 나를 보고 다시 카드 한 장을 넘겨 이건 초록색이야. 무슨 색같이 보여?
"파란색이야."
곧 카드를 다시 옆으로 치우더니 옆에 앉아 있던 엄마에게 아무래도 아기가 색맹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된다고 얘기하며 병원에 가서 한 번 치료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 말에 내 손을 잡고 나를 쳐다보던 엄마는 곧 시선을 앞으로 옮겨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다시 손을 잡고 나온 그곳에서부터 엄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다음 날엔 아빠도 함께 나갔다. 오랜만에 다 같이 나가 기분이 좋았던 나는 아빠의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하늘에 손짓했다. 하늘은, 파란색. 내 중얼거리는 말을 끝으로 차 안에서는 빗소리와 함께 정적만이 남았다.
"눈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어요. 보니까 색맹도 아닌 것 같고, 제일 처음 가르쳐준 색이 무슨 색이죠?"
"파란색이었던 것 같아요."
곧바로 대답한 엄마에 음, 하는 소리를 내며 컴퓨터를 바라보던 의사는 고민하며 곧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색을 보지 못 하는 것 같네요. 처음 배운 색이 파란색이라 모든 걸 파란색으로 인식하는 것 같고. 병도 아니고. 지금까지 없던 증상이라 치료도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그 말을 듣던 엄마는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그런 엄마를 토닥여주는 아빠를 나는 멀뚱히 쳐다만 봤다.
그 날로 몇 년이 지났나, 이젠 여름 방학이 끝나간다. 나는 벌써 18살이고. 색을 알지 못하던 나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그냥 외우는 거였다. 사과는 빨간색, 바나나는 노란색. 이런 식으로. 그래도 내가 모르는 색은 너무나 많았다. 문득 내 옆에 돌아가는 선풍기를 바라보며 저건 무슨 색이었지, 생각했다. 곧 그 생각을 접고 핸드폰을 잡아 반장이 만든 반 톡에서 일부만 나누는 대화를 휙휙 넘겼다. 저럴 거면 그냥 개인 톡을 하지. 오늘도 이렇게 의미 없이 지나갔다.
"야, 방학 잘 지냈냐?"
매일 새벽에 잠들다 갑작스레 일찍 일어나려고 하니 오늘 몸 상태는 영 좋지 않았다. 오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있던 나를 치며 깨우던 친구는 웃으며 옆에 앉았다. 그에 고개를 들고 일어나는 나에 친구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거 아냐? 오늘 전학생 온다. 우리 반일 걸. 잘생겼으면... 좋겠다. 신나게 내뱉던 말을 듣던 나는 대충 맞장구를 쳐주며 교실 뒤의 시계를 바라봤다. 곧 선생님 오시겠네. 내 말이 끝나자마자 교실 앞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선생님에 옆에 앉아 있던 내 친구는 벌떡 일어나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에 웃으며 옆을 보던 몸을 앞으로 돌리고 턱을 괴며 선생님을 바라봤다.
"오늘 전학생 왔다. 알지?"
선생님은 들어오시자마자 방학 때 뭐 했냐는 시시콜콜한 얘기나 나누다 곧 생각났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 말에 답하며 소리치는 우리를 보며 선생님은 앞으로 다시 나가더니 누군가와 얘기를 했다. 그사이에 지루함을 느낀 나는 턱을 괸 반대 손으로 오랜만에 보는 책상이나 톡톡 건드렸다. 곧 얘기가 끝나 들어오는지 애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교탁 앞에 선 아이의 얼굴은 환했다.
"안녕, 내 이름은 전정국."
하며 인사하는 아이는 예뻤다. 흰 셔츠에 메고 있는 파란색 가방. 어? 파란색 가방. 놀라 소리도 나오지 않고 턱을 괴었던 팔을 풀고 그 아이를 쳐다봤다. 교탁, 교탁은 갈색. 칠판은 초록색이었다. 색이 보였다. 갑자기 밝아진 세상에 눈이 아려와 잠시 감았다, 떴다. 선생님과 애들의 소리가 귀에서 멀어졌다. 곧 내 옆자리로 걸어오는 아이에 입만 벌리고 쳐다보았다.
"안녕."
"어? 어, 어... 안녕."
짧은 인사를 마치고 그 아이는 가방을 벗어 책상 옆에 걸고 다시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 가방은 정말 파란색이었다. 말없이 가방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나는 갑자기 앞에서 들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지금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하늘이 정말 파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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