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외도가 심해지는 남편 김종인 ┘
Writer. Parliament
Ⅰ
"어, 그래 잘자"
오늘도 어김없이 내연녀와 달콤한 통화를 나누는 그 사람. 구역질이 난다.
소파에 앉아 얼굴에 세상을 다 가진듯한 미소를 한 아름 띄우며 통화를 하는 그 사람을 보니 저절로 표정이 굳어진다.
그런 그 사람에 의해 식탁을 치우던 손길을 멈추고 방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런 생활이 이젠 이골이 나버려서인지 그가 어떠한 행동을 해도 내 마음은 독해져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사람의 생각만 하면 독이 바짝 오른 독사처럼 변해버리는 것 같다.
그와 처음 만난 건 아빠의 장례식장에서이다. 상복을 입고 머리엔 하얀 핀을 꽂은 채 멍하니, 그렇게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때 그가 찾아왔다.
동생의 선배였던 그 사람이 찾아오든 말든 난 그저 허공을 응시하며 엄마보다 더 심하게 울어버렸다. 엄마 잃은 아이가 울어 재끼듯 그렇게 한참을.
울다 지쳐 동생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을 때. 그 사람이 커피를 건네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 그 사람의 행동에 돌아가셨던 아빠가 살아 돌아온 기분을 느껴 그렇게 그 사람을 사랑해버린 것 같다. 그와 나의 사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돈독해지며 행복해져 갔다.
결국, 그와 난 결혼을 했고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틀어질 대로 틀어져 버렸다. 오직 그 사람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지만, 그 사람은 아니었나 보다.
함께 결혼생활을 하다 지쳤는지, 아니면 이젠 내가 지겨운 것인지. 날이 갈수록 그 사람의 외도는 점점 심해져만 갔다.
처음엔 나에겐 알리지 않고, 작은 실마리조차 흘리지 않던 사람이었건만 지금은 아주 대놓고 외도를 즐기고 있다.
어쩌면 난 그 사람의 외도로 인한 스트레스를 학생들에게 풀어버린 게 아닌가 싶다.
-
"쌤! 쌤 남편 유명한 사람이라면서요!!"
"어?"
"쌤 남편 김종인이라면서요! 그 유명한 가수! 아, 배우인가?"
"됐어, 빨리 85쪽이나 펴."
그가 내연녀와 통화하는 걸 듣고 난 후 계속 신경 쓰다 선잠을 자 버렸다.
피곤함이 가득한 가운데 '1교시 1반 체육'이라는 시간표를 본 후 한숨을 푹 쉬곤 이론 수업을 위해 교과서를 든 채 교실로 올라왔다.
종이 친 후 교실로 들어가니 시끌시끌하던 아이들이 제자리에 착석하곤 질문을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그중 체육부장의 질문 속 그 사람의 이름이 새어나와 표정을 굳히곤 책 펴. 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이론 수업은 익숙지 않아서인지 대충 시험에 나올 내용에 밑줄을 긋고 다음 시간에 프린트를 나눠주겠다는 말을 마치고 교실을 나왔다.
자유시간이라는 말을 들은 아이들은 좋다며 손뼉까지 쳐버린다. 고등학생이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을 보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 학생부실로 향했다.
"○○○ 선생님. 많이 피곤해보이네요. 이거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학생부실로 들어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던 도중 김민석 선생님에 의해 고개를 들었다.
내 앞으로 작은 컨디션 음료를 건네고선 예쁘게 웃어 보이는 선생님 덕분에 나 역시 한번 웃어 보이곤 그대로 음료를 들이켠 후 다시 엎드려 버렸다.
많이 피곤한가 봐요. 책상에 엎드리자마자 내 옆으로 다가와 말을 붙이는 민석 선생님. 고개를 들어 좀 피곤하네요. 하는 짧은 대답을 마치고 잠을 청했다.
작은 학생부실에 있는 사람이라곤 학생부장 선생님, 나, 민석 선생님뿐이 없어서인지 더욱 서로에게 관심이 많이 생기고 챙기는 것에 익숙했다.
날 걱정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민석 선생님에게 포스트잇 한 장을 건넸다.
'오늘 시간 있어요? 있으면 끝나고 소주 한잔 해요.'
내가 건넨 포스트잇을 받아들인 선생님은 포스트잇을 보고 한참을 미소 짓다 다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다음 수업을 알리는 종이 칠 때까지 잠시동안 잠을 자고 나니 뻐근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다. 자리에서 일어서 기지개를 크게 한번 켜니 개운한 느낌이 들어온다.
그 사람과 나의 사이도 이렇게 기지개를 한번 켜버리듯 개운해졌으면 한다.
시간은 이리 빠르게 흐르는데 그 사람은 애석하게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외도가 잦아진다.
그의 외도 현장을 볼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다. 이젠 그만 이 생활을 끝마치고 홀로 살아갈까, 하는 생각.
-
"가요,"
"오늘 시간 있어요?"
"있으니까 가자고 하지."
"오늘은 제가 살게요. 갑시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 남아서 하던 작업까지 끝마치고 가방을 챙기니 민석 선생님이 일어서는 게 보인다.
학생부실을 나가려 문고리를 잡는 순간,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가자는 민석 선생님의 말에 놀란 듯 물어보니 의아하게 날 쳐다보며 씩, 웃어 보인다.
그렇게 민석 선생님과 학생부실을 나섰다.
마침 차를 안 가져온 탓에 민석 선생님의 차에 올랐고 웬일로 차를 안 가져왔어? 하며 날 놀려버리는 민석 선생님 덕분에 크게 한번 웃어버렸다.
꽤 오랜만에 짓는 웃음 같다. 그가 외도를 한 지는 벌써 1년 반, 내가 웃음을 잃은 지도 1년 반이었다.
그가 외도를 함과 동시에 난 웃는 걸 하지 않았고, 대학 졸업 후 처음 맡는 학생들에게도 웃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덕에 학교에서 아이들은 가끔 날 웃을 줄 모르는 선생님 또는 웃지 않는 선생님으로 통했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웃음을 짓는 경우는 어이가 없을때 밖에 없는 것 같다.
"왜, 오늘은 무슨 일인데?"
"그냥 좀 짜증 나서요."
"혹시 남편이 바람나거나 그런 거 아니야?"
"ㅇ,아니에요."
"장난이야 왜 그렇게 예민해, 설마…."
아니라니까요!. 학교에선 존댓말을, 사석에선 반말을 쓰는 민석 선생님과 함께 작은 술집으로 들어가니 무슨 일이냐며 물어온다.
주문한 술과 안줏거리가 나온 후 소주 한 잔을 들이켜며 그냥, 하며 대답하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농담을 뱉는다.
민석 선생님의 장난스러운 말에 '바람'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인지 괜히 예민해져 소리를 빽, 질러버렸다.
내 행동에 민석 선생님의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바뀌는 것 같다. 원체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어서 그런지 계속 이 이야기만 하면 민석 선생님에게 다 들켜버릴 것만 같다.
김종인, 그 사람의 외도사실을 알면 굉장히 놀랄 것이다. 한때는 유명했던 가수였자,
지금은 유명한 배우 겸 가수인 그 사람이 외도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온 세상이 떠들썩할 정도로 커다란 이슈거리가 될 것이다.
"어휴, 많이도 마신다. 그만 가자, 취했다."
"어흐, 괜찮아요. 나 아직 더 마실 수 있어."
"내가 못 마시겠다. 뭔 여자애가 술을 이렇게 좋아해."
"쌤도 그냥 대리운전해서 가요. 자,"
됐다. 난 콜라나 마실래. 민석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소주를 두 병 정도 비우고 정신이 몽롱할 때, 소주를 따르려던 내 손을 저지하고 그만 가자며 일으키는 민석쌤.
차로 인해 주구장창 콜라만 마셔대는 민석 선생님에게 소주잔을 들이미니 콜라를 한 모금 마시곤 날 데리고 술집을 빠져나온다.
비틀비틀 거리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내가 답답했는지 술집을 나오자마자 민석 선생님은 날 들쳐업고 차로 향했다.
"남편 번호 뭐야."
"전화하지 마요, 어차피 없을 텐데 뭐 하러 해"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없어. 요즘 남편 스케줄도 없지 않아?"
"없어요- 스케줄도 없고, 집에도 없고. 또 그 여자 만나러 갔겠지."
"뭐? ………."
"아, 몰라- 나 졸려요."
민석쌤의 차에 올라타자마자 민석쌤에게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뱉어버렸다.
내 말을 듣곤 민석쌤은 뭐? 하며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고, 졸린다는 나의 말에 안전밸트를 채워주곤 내 가방을 뒤지고 있었다.
여보세요? 민석 선생님이 채워준 안전밸트를 꼭 잡고 잠이 들려던 그때, 여보세요? 하는 민석쌤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잠이 들어 버렸다.
"뭐하는 거야"
"………."
"그럼 전 가볼게요. ○○쌤, 내일 봐요."
따뜻하던 차 안에 한기가 들어 눈을 떠보니 그 사람이 츄리닝 차림으로 민석쌤의 차 문을 열고 서 있는 게 보인다.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을 때, 민석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목소리를 듣고 차에서 내렸다.
차가운 새벽 공기와 더불어 그 사람의 차가운 표정을 보니 뼈가 시리도록 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다.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나를 봐서 기분이 좋지 않은 건지 표정이 굳어있는 그 사람을 뒤로하고 현관으로 들어섰다.
"이젠 너까지 바람 피려고?"
"왜, 나라곤 그렇게 못해요?"
"술까지 먹었네, 잤어? 그 새끼랑?"
"당신은 생각하는 것까지 그렇네요. 난 당신 같은 사람 아니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요."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발을 한 발짝 뻗었을 때, 그 사람이 뒤에서 하는 말이 들려온다. 한껏 날 비꼬우며 말하는 그 사람의 행동에 나까지 그 사람을 비꼬우며 말을 해버렸다.
내 말을 들은 그 사람은 날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고, 난 그런 그 사람을 뒤로한 채 집으로 들어섰다.
나는 되도 넌 안되. 하는듯한 그 사람의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욕심이 많고 성격마저도 불같은 그 사람에게 그런 말을 뱉었다니,
이젠 얼마나 그 사람이 독이 바짝 오른 독사처럼 나에게 행동할지 안 봐도 눈에 훤하다. 항상 져주던 내가 기어오른다고 생각할 거다.
내 생각은 눈곱만치도 해주지 않는 사람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젠 내연녀까지 집에 끌어드릴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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