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Sacrifice
1
종인은 제 입술을 깨물었다. 여러 갈래로 흩어진 생각들이 한데 뭉쳐 꼬여버린 듯 했다. 언뜻 모든것이 순조로워보였던 순간, 순식간에 모든것이 무너져버렸다. 부서지던 실험실, 깨져있던 유리 파편들, 그리고 피를 흘리던...
종인은 생각을 멈췄다. 울음을 참느라 손이 저릿했다. 울음소리는 막혀 입속을 맴돌았으나, 눈물은 고여 넘쳐버렸다. 소리는 막을 수 있었으나 흐르는 감정은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저도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이 아릿한 기억과 맞물려 함께 천천히 타들어갔다. 무언가 텅 비어버린 마음에 상실감만이, 죄책감과 슬픔만이 자리했다. 저를 향한 분노와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모를 슬픔. 갈곳을 잃은 슬픔은 결국 제 안에 머무르며 눈물로 변해 흐른다. 대체 얼마나 더 울어야 그리움이 사라질 수 있을까. 대체 얼마만큼 더 울어야 이 죄책감을 씻어낼 수 있을까. 종인은 스스로를 부모의 손을 놓친 아이와 같다고 생각했다. 한순간에 저를 인도하던 사람을 잃고, 길을 잃어버린,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
그의 장례식날, 종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영정사진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 듯 했고, 모든 사람들이 저를 비난하는 듯 했다. 대책도, 끝도 없는 죄책감. 종인은 차마 그의 앞에서 눈물 흘릴 수 없었고, 미안하다는 얘기조차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
종인은 더이상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하는 기계 부품들을 만지작거렸다. 책상에 흩어진 설계도와 부품들. 종인은 설계도를 바라보았다. 복잡하게 쓰여진 글자도, 숫자도, 모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도 이젠 모두, 아무 의미 없는 것들이기에. 문득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모든 것은 혼자이기에, 의미가 있다'. 종인은 그 뜻을 물어보았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미소지었었다. 그가 가끔 던지는 말들의 대부분은 종인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으나, 이제 종인은 그에게 그 뜻을 설명해달라 부탁할 수 없었다. 답을 물어볼 사람은, 이제 이 세상에 없었다. 모든 것이 혼자이기에 의미가 있다면, 그렇다면 그는 자신에게서 떠나감으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영원히 떠나버림으로 하여금 완전한 혼자가 되어버린 걸까.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의미를 되찾았으며 여전히 그 '의미'라는 것을 찾지 못한 자신은 아직 미성숙한 것일까. 영혼의 미성숙.
한참을 더 기계 부품을 만지작거리던 종인은 핸드폰 벨소리를 듣고서야 부품을 내려놓았다. 낯선 전화번호. 종인은 전화를 받았다.
-김종인씨 맞으시죠?
"네."
대답하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졌다. 그가 죽은 이후로 벌써 일주일. 일주일만에 처음 입을 열었던 탓인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일주일간의 실어증이었던 것인지, 단지 그가 죽은 뒤의 슬픔에 잠긴 침묵이었던 것인지 종인은 알지 못했다. 그저 종인은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현재 개발하시던 로봇은 임시로 가둬놓은 상황인데, 직접 와서 처분하시던지 아니면 해체를 하시던지...조치를 취해주셔야 되서 말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또 이번 프로젝트 총책임자가 김종인씨 아닙니까. 이번에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고. 정부 입장은 조용히 묻자는 쪽으로 가고 있고...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끝낸 뒤 종인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떨리는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져 바닥과 충돌했다.
그와 함께 만든, 자신이 설계도를 그린, 그가 조립한, 함께 프로그래밍한,
그를 죽인.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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