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도 한 나라의 군주 아닙니까. "
남자가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 입을 열었다.
" 원하는 것만 말하시지요. "
원하는 거, 원하는 거라.
" 조국의 승리, "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계속해서 피했던 남자의 눈을 마주했다.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 나를 보고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 그것이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 "
" ... "
어디 해볼테면 더 해보라는 남자의 얼굴에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어쩌면 이번 전쟁이 홍나라의 완전한 패배는 아닐 수도 있겠다.
" 그대가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시면 저도 그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드리지요. "
" 멍청하군요. "
살짝 올라갔던 입꼬리가 내려갔다. 예전부터 청나라의 군주는 재수가 없었다. 남을 깔보는 듯한 시선과 말투, 그리고 자신의 권력을 가지고 남을 괴롭히는 그가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지금 그대의 눈 앞에 있는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겁니까? "
" 조국의 승리라, 아버지의 목숨은 상관 없다는 말씀입니까? "
" 그대야말로 멍청하군요. "
아버지의 목에 닿아 있던 검을 남자가 나의 목에 갖다 댔다.
" 더 지껄여 보거라. "
" 조국의 승리는 곧, "
" 한마디만 더 하면 목을 베겠다. "
" 제 아비의 목숨이지요. "
남자의 검을 손으로 막았다. 손에서 피가 흐르고 남자가 검을 내게서 거두고는 말했다.
" 죄송하지만 그 부탁 못 들어드리겠습니다. "
남자의 말과 검이 올라가고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 .. 아버지! "
청나라의 완전한 승리였다.
***
나라가 뒤집어졌다. 청나라의 군주는 홍나라의 군주, 나의 아버지를 이기고 나라로 돌아갔다. 나라는 왕이 죽자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곡식과 돈이 부족했는데 이번 전쟁으로 인해 홍나라는 거의 망해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제 홍나라는 청나라의 소유가 될지도 모르겠다.
" 어머니,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
" 니 아비가 죽었는데 어찌 정신이 멀쩡할 수 있겠느냐. "
" 오라버니는 지금 아버지를 대신해서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
"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구나. "
조용히 눈을 감는 어머니를 보다가 교태전을 빠져나왔다. 신하 한명이 급한 듯 내게 달려왔다. 한참동안 숨을 고르던 신하가 내게 살짝 구겨진 종이를 건넸다.
" 청나라의 군주께서 서찰을 보냈습니다. "
" ... "
" 오늘 술시(오후 7시-9시)에 대답을 들으러 오신답니다. "
" 지금이! 아니, 아니다, 됐다. 가보거라. "
신하에게 어서 가 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술시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한 시진(2시간)이다. 인상을 찌푸리며 서찰을 확인했다.
' 나라는 괜찮습니까? 청나라는 지금 축제 분위기입니다. 내가 생각을 해 보았는데 그대의 나라는 작아서 제가 가져봤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그대가 청나라의 왕비가 되어 주신다면 홍나라를 돕겠습니다. 오늘 술시에 찾아가겠습니다. '
언제 봐도 재수없는 남자다. 남자의 서찰을 손에 쥐고는 말에 올라 탔다. 대답을 들으러 온다니, 어머니가 보고 놀라실지도 모른다. 아마 정신을 잃고 쓰러지겠지. 오라버니는 검부터 꺼내고 볼 것이다. 그러다가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홍나라는 진짜로 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내가 직접 가서 답을 해 줘야지.
마지막으로 교태전을 한 번 바라보고는 어머니는 듣지 못 할 작별 인사를 하고는 청나라로 향했다.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이렇게 가야 하다니 청나라의 군주는 도통 정을 줄 수 없는 사람이다.
***
" 무슨 일로 온신 겁니까. "
" 비키거라. 내 청나라 군주께 친히 드릴 말이 있으니. "
" 전하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습니다! "
몇번 봤던 남자의 호위무사인 정국의 말을 무시하고 문을 벌컥 열고 강녕전에 발을 들였다. 남자가 침대에서 후궁들과 놀고 있었다. 술 냄새가 풍겨왔다. 축제 분위기라더니. 정말이구나.
" 한 나라의 군주께서 천박하기 그지 없군요. "
" 어인일로 오셨습니까. "
" 대답을 하러 왔습니다. "
" 벌써 결정하신 겁니까? "
" 예, 약조 꼭 지키십시오. "
남자가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봤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위에 있던 후궁을 밀치고는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술 냄새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자 남자가 내 손목을 붙잡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정말 청나라의 중전이 될 생각입니까. "
" 예, 그렇습니다. "
" 매일 제가 다른 여자와 있는 걸 봐도 괜찮습니까? "
" 그대는 자신의 아버지의 목을 벤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습니까. 설령 그대는 사랑할 수 있다 하여도 저는 아닙니다. "
" 재미있군요. "
남자가 비틀거리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술잔에 술을 딸고 술잔을 들어 쭉 들어마시고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 그래서 지금 그대의 마음은 무엇입니까? "
" 증오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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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받습니다. 구독료는 아직까지는 받을 생각 없어요. 제가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서 받으면 너무 염치 없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2화는 차차 수정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잘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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