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골목 대장
: 내가 골목 대장이었어? 언제부터?
어느새 스물넷. 20대 중반을 달려가는 내게, 그동안 당신 삶에 무엇을 남겼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하나밖에 대답할 수 없을 거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남겼습니다.
코흘리개 아기 때부터 우르르 골목을 몰려다니던 아이들은 어느새 모두 성인이 돼 각자의 자리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라면 아버지 다음으로 생각나는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다.
"설~ 창섭이가 너 괴롭혔어?"
"응? 아니 안 괴롭혔어 오빠! 애들한테는 공짜로 줘도 된다면서? 그냥 이창섭한테 장난쳤어, 공짜로 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카페로 들어오자마자 묻는 민혁 오빠에게 웃으며 대꾸하자, 오빠는 창섭이는 참 그런 거에 잘 속아. 하면서 크크크 소리내 웃었다.
"바보라 그렇지. 아! 근데 진짜, 시간 휙휙 지나간다. 나이 먹으니까."
"내 앞에서 뭐 하는거야?"
"에이 오빠 두 살 차이는 이제 뭐, 친구 아닌가?"
"어쭈. 맞먹어? 하긴 네가 대장이니까. 어렸을 때부터."
"내가 무슨 대장이에요. 오빠가 맨날 애들 끌고 다녔지."
"몰랐어? 우리 사이에서 니가 골목 대장이었어."
엥? 설마. 하면서 장난스럽게 쳐다보는 내게 꽤 진지한 투로 진짜로! 하는 말이 돌아왔다.
내가 골목 대장이었어?
내가?
언제부터?
"언제부터는 언제부터야. 17년 전부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