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얼굴에서 생기 넘치던 표정을 흔적도 남지 않도록 싹 지운 후, 그녀의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눈을 맞춘 채로 서 있었다. 손을 살짝 들고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넨 그. 흥분으로 덜덜 떨리는 손을 감추고는 그녀의 표정을 찬찬히 살폈다. 확실히 겁에 잔뜩 질린 표정이었다. 만족스러웠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살려주세요."
눈을 뜨자 보이는 아까 그 남자와, 이 곳의 분위기 덕분에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여기는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공간이고, 또 저 남자는-
"뭐야, 진부한 반응... 재미 없게 말이야"
누군가를 쉽게 죽일 수도 있는...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나를 죽일 수 있는, 내게 위협적인.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입을 꾹 다물고 남자를 쳐다보자, 그 남자는 내 반응이 진부하다며 표정을 보기 좋게 구긴다. 눈빛이 정상이 아니다. 미친. 그래, 미친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당하겠다. 저 남자는 미친 사람임에 틀림 없다.
"다들 여기에 오면 그렇게 말을 해"
"… …"
"살려주세요, 제가 뭘 잘못했어요, 제발 그만하세요."
그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 가며 내게 재미있는 것을 설명하는 듯 말했다. 눈빛에 광기가 서려 있는 게, 작정하고 나를 죽이려는 것 같았다. 석진 오빠와 사귀면서 많은 범행 일화를 들어왔기에 몰려오는 공포감을 무시하려고 애쓴 후, 생각보다 차분하게 상황을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평소엔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지! 라는 생각들을 곧잘 했던 것 같은데, 막상 내 앞에 상황이 닥쳐오니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는데 말이야. 참 웃기지?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게-"
"누구시냐니까요?"
나는 겁 먹은 표정을 최대한 숨긴 후, 남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어봤다. 그러자, 기이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래, 이 정도 까칠함은 돼 줘야 10번째답지'라는 남자. 그가 하는 말이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았고, 남자는 내 앞에 털썩 주저 앉으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말 해 줬다.
민윤기. 저의 이름을 말하고는 까르르 웃는 남자의 모습에 온 몸이 소름이 오도도 돋는 듯 했다.
"그리고- 김석진."
"...오빠를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나랑 김석진이랑 사이가 존나게 안 좋거든"
"왜요..?"
"걔가 날 잡으려고 요즘 난리지?"
남자의 말을 듣자 마자, 최근에 석진오빠가 연쇄 살인범을 잡아야해서 야근이 엄청 많아졌다고 화내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그 말인 즉슨, 저 남자는...
"연쇄... 살인범..."
"그래, 역시 경찰 지망생답다. 머리가 좋아"
"........"
"9명을 죽인 희대의 연쇄살인마- 그게 바로 이몸이란 말씀."
자랑스러운 듯 이야기하는 그의 말을 듣자, 거짓말 처럼 온 몸이 덜덜 떨려왔으며 속이 메슥거렸다. 금방이라도 변기를 붙잡고 토악질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발. 20대의 여성만 노려서 죽인다던 그 연쇄살인마가 지금 내 눈앞에… 두려움 보다는 이것이 정녕 현실인가. 하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무서워?"
연쇄 살인마가 내 눈 앞에, 그것도 칼을 들고는 활짝 웃으며 앉아있다니... 이 상황 자체를 부정하려고 눈을 꾸욱, 감았다 떠보아도 현실이었다. 온 감각과 피부로 직접 느껴지는 지독하게 끔찍한 현실. 우욱- 계속 참아 오던 토기가 올라왔다. 저 남자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진짜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비릿한 피 냄새가 가득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내 반응이 익숙한 건지 괜찮아. 시체는 이 방에 안 두니까. 라며 나를 달랜다.
"어쨌든, 10번째는 그 새끼의 여친으로 하고싶더라고?"
"… …"
"근데, 어쩜. 너는 너무 내 취향이다. 김석진의 여자친구가 아니었어도, 지나가다 마주쳤으면 잡아왔을 거야. 계획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게다가, 너는 향기마저도 머리 아프도록 아찔해-"
말을 마친 남자는 빠릿한 속도로 내 눈앞까지 다가오더니,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몸을 덜덜 떨면서 숨을 들이 쉬던 남자는 입가에 잠시 미소를 띄우더니 아- 향기 죽여준다. 라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급하게 몰리도록 세게 무는 게 내 눈에도 보일 정도였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한다. 어떻게든.
"존 갈리아노 팔레즈, 맞지?"
"예...?"
"한번에 알아들어주라"
"햐, 향수.. 말씀하시는거죠?"
"그래, 이렇게 한번에 알아들으면 얼마나 좋아. 그 향수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여자, 처음 봐"
"감사합니다..."
일단, 최대한 저 남자의 기분을 맞춰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어 보였다. 괜히 아무런 계획도 없이 섣부르게 도망치려고 했다가는 석진오빠가 내가 없어진걸 눈치채는 것 보다도 내가 시체가 되어 오빠의 눈 앞에 나타나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참 예쁘게 생겼다."
이 끔찍하고 지독한 현실에서 날 구해줄 사람, 누구든지 좋으니까. 어서 와주세요 제발.
-
'삐리리리-'
모두가 굳은 표정으로 적막을 유지하며 앉아있는 경찰서의 전화기가 눈치 없이도 요란하게 울려댔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던 호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빠릿하게 전화기를 받아들었고, 전화를 받은 호석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굳어져가기 시작했다.
"......"
미친거다. 분명 이건, 이번 사건은... 정말 미친거다. 내게 전화를 건 것은 젊은 남자였고, 목소리에서는 여유가 묻어났다. 그가 내게 한 말은 '조만간 김석진에게 택배를 보낼거니까, 꼭 받아야해. 아, 그리고 아직 죽인건 아니라고 전해주고?'였다. 모두가 잡으려고 혈안을 하는 살인범이 경찰서에 당당하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우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우리의 굼뜬 대처가 재미없는건지 상황을 벌리고 있었다. 당황한 와중에도 녹음 버튼은 본능적으로 눌러두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순경님!"
"아, 안녕하세요-"
머리를 어지럽히는 생각들을 정리하려 애를 쓰고 있던 와중에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이번 연쇄 살인사건의 시체 부검을 맡은 분이 서 계셨다. 그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하자, 그도 나를 향해서 살짝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아차, 말씀하신 결과 나왔습니다-'라면서 종이 열댓장 정도를 건네었다. 종이를 한 장씩 넘겨가며 천천히 내용을 훑어보자, 뒷머리를 세게 맞은 듯 정신이 아찔해졌다. 우리는 왜 시체를 그렇게나 가까이서 확인해놓고는 이런 공통점을 찾지 못한걸까.
"감사합니다. 김경사... 김경사님 어디계셔!!!"
한시라도 빨리 김경사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한다.
남자의 전화도, 피해자들의 신체에서 발견된 공통점도.
사담 |
오늘은 여기까지밖에 수정 못 하겠어요... 1시가 다 돼 가는데... 넘나 힘들어... (어제 밤 샘) 일단 지금 계획은 이거 빨리 수정하고 뒤쪽 콘티 짜 둔 다음에 글로 오는 거예요! 언제나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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