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A
나에게는 아주 오래된 로켓이 하나 있다. 그 로켓이 나를 위한 것은 아니였지만, 나는 아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나의 궤도가 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서.
- 김진환의 일기 中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는 도저히 잠이 들 수 없을것 같았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였다. 내가 구준회를 좋아.., 아니 구준회를 좋.., 아니 구준회에게 심장박동이 빠르게 뛰다니. 두근두근. 이런건 청순한 여자에게나 뛰어야하는거 아닌가. 말도 안된다. 정말로.
그런데 빌어먹게도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내 앞에 펼쳐지는 건 구준회의 얼굴이였다. 정말로 울고 싶어졌다. 새벽 2시. 잠못이루는 이유가 구준회였기 때문에.
밤을 꼬박 새웠다. 의도하지 않게 일찍 등교를 했다. 새벽 6시에 등교를 하는 아이들은 매우 드물었다. 간간이 몇몇 보이기는 했지만. 역시나 교실문은 잠겨 있었고, 나는 졸린 눈을 꿈뻑이며 열쇠를 가지러 교무실로 향했다.
교실문을 열고 서늘한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책상위로 가방을 얹어놓고는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밤을 새워서 그런가 정신이 몽롱했다. 창밖으로 아침의 푸른 공기를 보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뜨니 어느새 시계바늘은 8시를 향하고 있었다. 학교에 오자마자 퍼질러 자냐며 잔소리를 하는 남태현을 뒤로 하고 첫교시가 시작하기전에 화장실을 다녀오려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비몽사몽인채로 걷다가 그만 교실로 들어오던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얘 왜 이래?"
"…."
"정신차려. 잠 덜깼냐?"
아직 꿈속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눈을 꿈뻑이며 구준회를 올려다 봤다. 멍청하게 서있는 내 손목을 잡아오는 느낌에 그제서야 이상황이 꿈속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구준회다. 진짜 구준회다.
달칵달칵. 손에 쥔 볼펜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결국 남태현에게 한소리 듣고 나서야 볼펜 뚜껑을 희롱하는 짓을 그만두었다. 평소 보다 수십배 신경 쓰이는 뒷통수였다. 바로 뒤에 구준회라니. 다시한번 선생님을 원망했다. 내가 느끼는 나와 구준회 사이의 체감거리는 정말이지 구준회가 바로 내 등 뒤에서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수업 중 간간이 들려오는 구준회의 숨소리가 나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 평소 그나마 좋아하던 국어수업도 이미 내 안중을 벗어난지 오래였다. 바로 내 뒤에 구준회가 있는데 어떻게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구준회가 대각선에 앉아있었다면 그래도 좀 어떻게 힐끔힐끔 볼텐데 바로 뒤라 그를 보는것이 쉽지가 않았다. 나는 선생님의 말소리를 비지엠삼아 어떻게 구준회를 볼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심끝에 나온 방법이였다. 뻐근한 허리를 돌리는 척하면서 구준회를 보는것. 후아. 나는 쉼호흡을 한번하고 굳은 결의를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가 요지인 행동이였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구준회를 보는 것. 굳은 결심뒤는 행동이였다.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의자의 등받이를 잡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나는 인간이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가 느꼈다.
구준회는 책상에 몸을 눕이다시피해서 책을 보는 습관이 있다는 사실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지만, 그것은 이미 내가 고개를 뒤로 돌린 후에 깨달은 사실이였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거냐면, 구준회의 코끝과 내 코끝이 맞닿을뻔 했다..고.
김진환의 작은 로켓
준회X진환
Written by 최적화
이동수업이 있는 시간이였다. 귀찮음에 몸부림치던 아이들도 하나둘씩 이동교실로 향했다. 나는 숙제를 급하게 끄적이다가 어느새 조용해진 교실에 서둘러 이동수업을 갈 준비를 했다.
"늦겠다. 안가냐?"
먼저 간줄 알았는데 내 뒤에서 내가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고 있던 구준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교실에 우리 둘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나를 내려다 보는 구준회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아, 그러네."
"천천히 해. 어차피 늦었네."
내가 꼼지락 거리는 사이에 수업을 알리는 종이 쳐버렸다. 구준회는 다시 자기 자리에 앉더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다리를 꼬았다. 나는 망설였다. 조용한 교실에, 나와 너. 단 둘.
"저기 있잖아."
"어?"
"‥아니야. 빨리 가자."
복도가 소란했다. 추운데 히터도 안틀어준다며 학교험담을 하기 시작한 동혁의 말에 아이들 모두 한마음으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주머니 밖으로 내놓은 손이 빨갛게 변했다. '춥긴 진짜 춥네.' 느닷없는 교장의 부름에 전교생이 강당에서 훈교를 듣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나는 구준회와 단둘이 있을 기회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마침 지금이 기회인 것 같았다. 구준회는 강당에서부터 꾸벅꾸벅 졸더니 아직도 잠이 덜 깬듯한 얼굴로 뒤에서 느릿느릿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은글 슬적 빠져나와 걷는 속도를 늦췄다. 반쯤 눈을 감고 걷는 구준회 옆으로 자연스럽게 걸었다.
"구준회."
"어.."
잠에 취한 나른한 목소리마저 멋있어 보였다. 그런 구준회를 쳐다보며 말을 건내려는 순간이였다.
"학교 끝‥."
"김진환!! 매점 가자!"
언제 온건지 내 앞에 서있는 김지원이 내팔을 잡아 끌었다. 아.. 아직 할말이 있다고! 김지원에게 붙잡혀 매점까지 끌려왔다. 옆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김지원을 한번 쳐다보고 나는 울상을 지었다. 정말이지,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았다.
"존나 배고프다. 뭐 먹을래? 내가 쏨."
"하..헣. 난 그냥 사탕먹을래."
"애새끼 입맛."
"딸기."
"오냐."
내 손에 쥐어진 딸기맛 사탕을 입에 털어넣었다. 오늘만 날인가. 내일은 진짜 말해야지.
하교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아이들은 미친듯한 괴성을 지르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굴리며 그모양새를 지켜보다가 나를 삐딱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구준회와 눈이 마주쳤다. 뭔지 모르겠지만,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가방에 손에 집히는 대로 쑤셔넣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가방을 싸고 남태현에게 먼저간다는 다급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교실밖으로 튀어나갔다.
하루종일 준회에게 할말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오던 사람이 준회와 눈을 마주치자 도망을 갔다. 준회는 오늘 그것을 알아야 겠다 싶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냥 존나 궁금할 뿐. 이라고. 옆에서 말을 걸어오는 김동혁을 뒤로 한채 미친듯이 뛰어나갔다.
뒤에서 구준회가 달려왔다. 나 잡으러 오는건가..? 더 무서워진 이유였다. 나는 숨쉴틈도 없이 달렸다. 하지만 나는 체육고자였고, 구준회는 체육을 존나 잘한다. 얼마 안가서 누군가 내 어깨를 거칠게 잡아 돌렸다. 누구긴 당연히 구준회겠지만.
나는 이렇게 숨가빠 죽겠는데, 구준회는 숨차보이지도 않았다. 여전히 내 어깨를 우악스럽게 잡고 있는 구준회때문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그럼에도 나는 어떠한 소리도 하지 못했다. 왜냐면 구준회의 표정이 무서웠으므로.
"야 너 왜 도망가냐."
"아니 그게.."
"나한테 할 말 있는거 아니까 이제 좀 하지?"
"…."
"또 안해? 그럼 도대체 언제할껀‥."
"구준회."
"어."
"나 너 좋아해."
A
나에게는 아주 오래된 로켓이 하나 있다. 그 로켓이 나를 위한 것은 아니였지만, 나는 아주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나의 궤도가 될지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서.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인물이 내 로켓의 심지에 불을 붙이려 시도했다.
- 김진환의 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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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연재 텀이 아주 똥이죠..?
저에게 돌을 던지세요ㅠ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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