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무구하여야만 했던 나의 어린 날들은, 많은 사람들이 금단으로 여기는 '나쁜' 것들로 새까맣기만 하다.
마치 타르같이 검고 끈적거릴 듯한 질감의 기억들이 어렸던 나를 잠식시키기 시작했을 때부터, 본디의 나는 이미 아스라졌을지도.
아버지는 조폭 우두머리의 수행원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술집 여자, 그러니까 조금 직설적으로 말해보자면 일개 창년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할 때 즈음에 이미 죽어버렸던 그 들은, 꼴에 나라는 매개로 인해 엮인 사이라고 둘 다 폐암으로 죽어버렸다.
아무튼 빌어먹을 니코틴 중독자들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질이 나쁜 놈은 아니다.
내 나이로서는 굉장히 범접하기 어려운 악과 더러움 속에 들어간 지 오래지만, 주변환경 때문일 것이다, 라고 굳게 믿는다.
중학교 2학년 때였나- 아마도 그 당시였을 것이다. 죽은 엄마의 아는 동생이더랬다, 나에게 그 길을 권한 첫번째 사람은.
빨간 립스틱을 칠해바른 입술이 일그러지며 웃었다.
성규야, 넌 남잔데 엄말 닮아서 여리여리하고 이쁘다. 다리만 벌리면 막, 다 편해질 것 같지 않니. 그리고 난 아마도, 그럴까요, 하고 되물으면서 그 여자의 뺨을 때렸던 것같다.
여자는 병신이었는지 그 역겨운 화장을 한 얼굴로 해사하게 웃었다.
그런데 몸도 팔고, 담배도 피고, 죽도록 나를 때리며 자학을 해도 어느 순간부터 막연하게 바라던 죽음은 찾아오질 않았다.
사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프게 자란 만큼 살고 싶다는 욕구가 훨씬 더 강했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 세상을 활개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난 이 지하와 같은 맨 아래의 바닥에서 헤엄치고 있는지.
슬프기도 했지만 과거부터 문드러져버린 내가 너무 억울했다.
그런 감정이 얽히고 얽혀서 정신병처럼 죽음을 원했던 것같다.
행복, 기쁨.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생소한 단어가 가슴 속 두껍게 응어리진 추억이라 하기엔 너무도 추악한 기억을 번복하여 건드렸다.
이유없는 고통이라기엔 너무도 아팠다.
그러나 소리를 내며 펑펑 우는 것은 생소해서, 눈가에 살짝 힘을 주어 그 꼬리에 딸린 물방울을 떨어트리기만 했다.
동심, 그 딴 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 순수어린 말이다.
내가 더럽다는 걸 나조차도 자각하고 있다.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으며, 나를 미천하게 여기었다.
마치 손이라도 대면 금새 홀려버려 자신까지 저 아래의 늪 속으로 끌어당겨 놓아주지 않을까봐, 나에게 일절의 터치는 금물이었다.그렇게 금지된 선악과와 같았던 나에게 넌 왜 다가온걸까.
티끌만큼도 익숙하지 못한 그런 햇빛인데. 썩은 잡초들 사이의 나를, 넌 왜 비춰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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