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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투비/이창섭] 나의 소녀시대 | 인스티즈 

 

 

여러분을 글 속의 '소녀'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뭔갈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분명 다 가지고 있는데 어딘가 허한, 잊어서는 안 되는 걸 잊어버린, 그런 기분이었다.





한여름의 무더위에 잠 못 들어 뒤척이는 밤이었다. 밤하늘을 가득 울리는 매미소리가 선선한 바람을 타고 창을 통해 창섭에게 들려왔다. 해는 저물었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았는지 방 안이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게다가 오늘 낮에 비가 내려 습기까지 가득하니 아주 환장의 콜라보였다. 창섭의 구세주는 오직 저 선풍기였다. 선풍기는 곧 고장이라도 날 듯 탈탈 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야심차게 꺼내놓은 홑이불은 이미 침대 아래로 던져버린지 오래, 창섭은 맨살로 선풍기 바람을 느꼈다. 땀에 절어있던 몸이 조금이나마 산뜻해졌다. 이제야 조금 살만해졌는지 창섭은 찌푸렸던 인상을 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켰다. 시원한 선풍기 바람이 폐에 들어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창섭은 잠에 들었다.





아득히 들리던 드럼 소리가 점점 커졌다. 소년의 조그만 손이 감당하기엔 살짝 커 보이는 드럼 스틱, 앳된 얼굴을 한 소년은 그것을 야무지게 쥐곤 정신없이 드림을 쳤다. 사실, 창섭이 드럼을 그리 오래 배운 것은 아니다. 지난겨울에 우연히 한 밴드의 공연을 보고 드럼에 꽂혀 그 즉시 달려와 음악학원을 등록했다. 그렇게 드럼을 배운지 어언 6개월, 계절은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으로 향했고 이제는 막판 스퍼트를 내어 가을을 향해 달리고 있다. 여름의 마지막은 장렬하다. 태양은 자신의 모든 것은 내줄 듯이 햇빛을 쏟아낸다. 까만 아스팔트 위로 달궈진 공기는 아지랑이를 만들어내고, 사람이고 동물이고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더위에 허덕인다. 전기세 걱정에 제대로 작동시켜본 적 없는 에어컨은 그냥 비싼 애물단지. 혹은 장식용일 뿐이었다. 같은 이유로 창섭은 피신 가듯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학원에 왔다. 오자마자 드림 스틱을 쥐고 의자에 앉으면 연주는 그때부터 시작인 것이다.






음악의 리듬이 점점 빨라지고 심장 박동수가 고조된다. 드럼에 도취해 막 연주를 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 차려 보면 세 시간이 훌떡 가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이다. 짐 정리라 할 것도 없었지만 스틱을 제 자리에 두고 대충 뒷정리를 한 뒤 연주실에서 나온다. 연주실에서 나온 창섭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아직 안 왔나 보네.. "

창섭은 나즈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뒷걸음질 쳐 다시 연주실로 들어간다. 그리고선 문 뒤에 숨어 눈만 빼꼼히 내밀고 학원 입구만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꼭 말 걸어야지. 입을 굳게 닫으며 다짐을 한다. 머지않아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보컬 연습실 쪽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창섭이 찾는 그 사람인 것 같다. 창섭은 이때다 싶어 문을 열고 나간다. 우연히 마주친 척, 절대 의도하지 않은 척, 창섭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어? 안녕. "
" ...? "

난데없이 나타난 창섭이 난데없이 말을 걸자 소녀는 당황하여 걸음을 멈춘다. 그도 그럴 것이 창섭과 소녀는 단 한 번의 일면식도, -같은 학원을 다닌다는 것을 제외하면-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는 생판 남이었다. 창섭이 초면에 아는 척한 셈이다. 게다가 창섭의 당당한 말투가 소녀를 더욱 당황스럽게 한다.

" 복도 지나면서 가끔 네 노래 들었어. "
" ... "
" 연습실 몰래 본 건 미안. 노래 주인공이 궁금해서. "
" ... "
" 여하튼! 너 노래 잘 부르는 거 같다고.. "

소녀는 창섭을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창섭이 답지 않게 부끄러움을 타며 얼굴이 붉어진다. 

" ..고마워. "

굳게 닫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소녀의 입에서 열린다. 비록 개미만치 작은 목소리지만 소녀의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기엔 충분했다. 여기 더 있다간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질 것 같던 창섭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잽싸게 학원을 나온다. 확 더워진 온도와 눅눅해진 공기 덕에 얼굴이 더 붉게 탄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창섭이 불현듯 무엇인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번쩍 든다. 

" 아! 친하게 지내자는 얘기를 안 했네. "

창섭은 자신의 머리를 탓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다음, 다음에는 꼭..






꿈속에서 다음을 기약한 창섭은 찌는 듯한 더위에 눈을 떴다. 악몽이라도 꾼 듯이 창섭의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침대 위에 대자로 뻗어있는 창섭은 밀려오는 더위는 생각지도 않은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다. 아.. 그 여자애. 기억났다. 7년 전 여름 이후, 매 해 여름이 되면 날 지독하게 괴롭혔던 건 더위도, 습기도 아닌 공허함이었다.  감기약을 먹은 듯 정신이 몽롱해졌다. 여름날 뙤약볕 아래서 왜 그렇게 불안했는지. 그 이유는 까맣게 잊어서 눈에 보이지 않았던 첫사랑 때문이었다. 해일보다 강력하게 밀려오는 기억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공허함의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져 갈수록 그에 상응하는 쓸쓸함이 마음 가득히 채워졌다.





내가 소녀에게 처음 말을 건 날. 소녀는 그날 이후 보지 못했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부모님을 따라 이사를 갔다고 했다. 그렇게 스치듯 흘러간 인연은 사춘기 소년에게는 상당한 상처였다. 그래서 그 기억을 꼬깃꼬깃 구겨서 다시는 꺼내보지 않으리, 하고 한구석에 던졌던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별거 아닌 인연이라 생각하고 했던 행동이었는데.. 계절이 겨울에서 봄, 봄에서 여름으로 흐르는 그 6개월 동안 소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미소 짓길 열몇 번. 연습실 안을 힐끔 쳐다본 게 두세 번. 소녀가 오기까지 연주실 안에서 기다리던 게 몇십 번. 창섭은 소녀를 꽤 길게, 진득이 좋아했던 것이다. 





 더 이상 바람이 불지 않았다. 아- 그리 위태로이 돌아가더니 결국 멈춰 버렸구나. 더위가 언제부터 이렇게 서러웠지. 창섭의 고개는 멈춰버린 선풍기를 향했다. 선풍기는 더 이상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미동 없이 꿈적 않는 선풍기는 오히려 안정적이었다. 툭툭- 엷은 빗방울이 창문을 때렸다. 반쯤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비가 창섭의 얼굴에도 몇 방울 떨어졌다. 창섭은 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빗방울은 창섭의 가물은 마음속 한 구석을 촉촉이 적셔갔다. 어째선지 눈물이 났다. 이게 여름의 무더위 때문인지 갑작스레 내린 첫사랑 때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창섭은 그 여름날 기억을 고이 접어 마음속 찬장 안에 사푼히 넣어 놓았다. 가끔 더운 날이면, 습한 날이면 혹은 비가 오면, 또는 여름이 되면 꺼내볼 수 있게.





나의 여름 가장 푸르던 기억.
수채화처럼 기억된 그날의 장면이 또렷히, 예쁘게 걸려있다.















반복재생

오랜만입니다!! 현생에 치이느라 덕질도 제대로 못하고 글도 못 쓰고..
뭐..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들도 없겠지만 하하하(우럭)
뜬금없이 드럼치는 소년 창섭이가 보고 싶어서 가볍게 시작한 글이었는데 며칠 째 내리 붙잡고 있었네요.
 사담은 여기서 그치도록 하겠습니다! 글 봐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감사드려요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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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80.204
좋아요 ㅠㅠㅠ 창섭이 글에 나의 소녀시대라길래 끌려서 들어왔더니 좋네요 ㅠㅠ 그나저나 창섭이가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못했다고 할 때 모습이 상상이 가서 귀여웠네여ㅠㅠㅠ그러다 꿈에서 깨고 생각하다 어째선지 갑자기 눈물이 났다는 부분은 왠지 모르게 남자미,,,? 뭐라 해야할까여 왠지 모르지만 큰 손으로 얼굴 덮고 눈물 흘리는 게 연상돼서 설렜네여,,,ㅎㅎㅎㅎ 아무튼 잘 보고 갑니다! 작가님 다른 글들도 읽으러 가야겠네여ㅠㅠ
7년 전
반복재생
자고 일어났더니 이렇게나 긴 댓글이 달렸다니!! 창섭이의 소년미를 어필하고 싶었어요ㅠ 창섭이 넘나 귀여운..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D
7년 전
비회원233.203
작가님이 쓰신 글들 전에 읽었었는데 글 분위기라든지 이런게 여러모로 여운이 남았었어요.. 한여름 밤에 딱 맞는 글이네용:) 잘 읽고 갑니당!
7년 전
반복재생
크으으..여름밤에 맞는 글이라니 굉장히 영광이네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오늘 밤 편히 잘 수 있을 거 같아요 :)
7년 전
독자1
크 너무 청량하고 좋아요ㅠㅜ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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