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적 관계 W. 말미잘
※ 이 작품은 약간의 세계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보실 때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지금부터 2016학년도 입등식을 시작하겠습니다.
교장선생님의 간단한 연설이 있을 예정이니
학생과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주시길 바랍니다."
(※ 입등식 : 중등부에서 고등부로 올라가는 것을 임명하고 기념하는 식)
오늘은 3월 4일, 입등식을 하는 날이다.
만년 찌질이 중등부로 살 것만 같았던 시간들이 훌쩍 지나고
드디어 고등부라는 것에 설렘 반 걱정 반으로 가득 휩싸여있었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는 반면, 전입을 온 것인지 낯선 얼굴들이 보일 때쯤이었다.
전보다 소란스러워진 분위기에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서 계속 선생님 눈치를 보며 떠들어 대던 여자아이들이
대놓고 떠드는 사태까지 이른 것이었다.
듣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옆으로 기울이는 이 망할 귀 때문에
제 신경은 오직 그 여자아이들에게 꽂히게 돼버렸다.
"야, 너 그거 알아?
우리 전체 석차 이번 전학생 때문에 바뀌었대."
"바뀌어봤자 얼마나 바뀌었다고."
"은상혁이 전체 2등이래."
"뭐? 미친!"
오, 미친. 놀랄 노자다.
중등부부터 시작해서 끝나기까지 단 한 번도 1등을 다른 아이들에게
내준 적이 없는 은상혁이 전입생에게 바로 군말 없이 넘겨준 셈이었다.
나야 뭐 나름 쌤통이긴 한데. 그럼 전학생은 얼마나 성적이 높은 거야? 최소 괴물
나름 흥미로운 얘기에 더 가까이 들으려 귀를 기울이자 아직까지 눈치를 채지 못하는 건지
계속해서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들은 건데,
전학생이 교장한테 스카우트 당해서 전입된 거래."
"교장이? 헐. 걔가 스카우트 최초 아니야?"
"어, 나도 진짜 듣고 놀랐잖아.
은상혁이 전학생 존나 아니꼽게 볼걸."
"전학생 이름이 뭔데?"
"아.. 글쎄 뭐였더라."
"네, 교장선생님의 연설 잘 들었습니다.
다음은 신입생 대표가 단상 앞으로 나와 선서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입생 대표, 단상 앞으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매번 학생들을 대표하는 인물은 은상혁이었던지라
당연히 은상혁의 거만한 얼굴이 보일 줄 알았던 학생들은
예상 밖인 얼굴에 놀란 것인지 모두들 웅성거릴 뿐이었다.
건장하다 못해 근육 돼지 새끼 같던 은상혁의 덩치와 달리
나름 훤칠한 키에 핫바디로 보이는 신입생 대표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단상 앞에 다가가 오른쪽 손을 들어 보였다.
"아, 생각났다. 이름.
권순영이라고 했던가."
"선서, 2016학년도 제11회 입학을 허가받은 저희 입등생 421명은 교칙을 지키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학교생활에 충실할 것을 선서합니다.
이상 신입생 대표 권순영."
피상적 관계
01
입등식은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이 됐다.
옆에 앉아있던 여자아이들도 얘기할 거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는지 아예 대놓고 자기 시작했다.
침 흐르는 걸 닦다 주위 눈치보는 것도 내가 다 봤다.
것보다 연세도 꽤 있으신 교장 선생님은 지치지도 않으신지 모든 학생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연설에 이 한 몸 다 바치리라!!!!!!!는 마인드신거 같은데.. 저희한테 왜 그러세요.
입등식을 다 마친 뒤 선생님들의 지시에 따라 각자 반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B반, 고등부에 있을 3년 동안 바뀌지 않고 지내게 될 내 반이다.
부디... 양아치 새끼만 없길...!
구조가 별 차이 없는 중등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몸이 저절로 긴장한 채 반으로 들어섰다.
제발, 아는 얼굴 한 명이라도 보여라.
![[세븐틴/권순영/이지훈] 피상적 관계 01 | 인스티즈](//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2/21/21/b81e866cd5face0af0fca3e235beec4d.gif)
아, 눈 마주쳤다. 샹.
아는 얼굴이 보였으면 했는데, 정말 나만 아는 얼굴이다.
괜히 제 기분이 침울해져 재빨리 맨 앞자리로 걸어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
전학생 주제 무리에게 둘러싸여 있다.
은상혁을 제낀 신입생 대표라 그런지 무리에게 꽤나 흥미를 끈 모양이었다.
어디서 왔냐, 무슨 종목이 가장 높냐 등 무리의 열등감이 섞인 질문들이 마구 쏟아졌다.
짜증 없이 하나하나 다 대답해주는 걸 보니 단숨에 보살이라는 걸 느꼈다.
나 같으면 좀 닥치라고 꿀밤 한 대 때릴텐데..
사실 어떤 종목이 가장 높을지는 저마저도 궁금하긴 했다.
사격이 높을까, 아니면 수영? 생긴 걸 보면 유도도 잘하게 생겼는데.
아, 나도 얼마나 할 게 없으면 친분도 없는 애 성적을 궁금해하고 있니.
(덜컥)
남 걱정이나 하고 앉아있는 제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찰나
담임선생님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이 앞 문을 덜컥 열고 익살스럽게 웃으며 들어오셨다.
담임선생님 덕분에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금세 정리될 수 있었다.
"자, 난 앞으로 너희 담임을 맡게 될 사람이다.
내가 맡고 있는 종목은 사격이고, 이름은 김정우. 뭐 질문할 거 있나?"
질문할 게 있냐는 담임선생님의 갑작스러운 발언에도 별 관심이 없는지
모두들 멀뚱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물론 나도.
"아, 우리 반에 사격 전교 1등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름이 뭐였더라.. 누구냐? 얼굴 좀 보자."
사격 1등이 누구냐는 선생님의 말에 누가 짜기라도 한 듯 자동적으로 신입생 대표에게 시선이 쏠렸다.
"... 저 아닌데요."
신입생 대표는 자기가 아니라며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해명을 하자
그럼 누구냐며 아무런 반응이 없는 아이들 주위를 한 번 둘러보다
선생님 손에 들고 있던 출석부를 펼쳐 반 아이들 이름을 한 자 한 자 손가락으로 짚으셨다.
출석부를 보자 금방 기억이 나신 건지 아, 여깄구만. 이라며 모두가 선생님께 시선을 집중할 때
굉장히 흥미로운 듯 안경을 한번 내렸다 올리고는 제 뒤를 쳐다보며 입을 여셨다.
"좀 뜻밖이구나."
![[세븐틴/권순영/이지훈] 피상적 관계 01 | 인스티즈](//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7/12/20/f7d9fc30e3a44ec110c5c2a1b974c75e.gif)
"이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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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말미잘입니다. 글 쓰는 것이 처음이라 표현을 충분히 하지 못한 부분이 많을 거라 생각이 되는데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의 학원물과는 살짝 다르게 글을 써봤어요.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ㅠㅠ (간단하게 설명 해드리자면 성적은 필기가 아닌 오직 실기만으로 평가가 됩니다. 국어와 수학이 아닌 생존능력을 키울만한 종목들로 시험을 치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