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ker bell.
W. 잉크
경수 X 백현
1.
늦은 밤이었다. 어둡게 가라앉은 별 헤이는 고요함이 나의 폐부 깊숙이 스며들 적이었다. 자리에 앉아 얼마 남지 않은 시험을 위해 연필을 억지로 쥐고서 엄마에게 착한 아들의 표본이 되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은 문제집의 문제들을 눈으로만 읽던 밤이었다. 그러던 중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문득 숨겨둔 서랍 속의 담배를 조심스레 꺼내어들고 라이터를 주머니 속에서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불을 담배에 붙이려던 중이었다.
똑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놀라 창문으로 조심스레 다가가자, 어떤 한 소년이 입 주위와 눈 주위에 상처를 달고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똑똑똑똑.
청아한 유리와 가느다랗고 하얀 손이 부딪혀 내는 소리는 마치 내가 환상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도와줘.’
눈으로 나에게 전하는 그 감정에 조심스레 창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게 옆으로 피하자, 급하게 들어오던 그 소년이 바닥에 발을 디뎠다. 그러자마자 종이 인형처럼 소리도 없이 바닥으로 쓰러지는 모양을 보던 나는 조심스레 소년에게 다가갔다. 하얀 피부가 마치 펄이 들어간 화장품을 덧칠한 것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반짝거리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눈을 감고 있는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왔고, 그 소년에게는 짙은 새벽바람의 향이 났다.
“….”
너는 어디서 왔을까.
눈이 힘없이 떠지며 서서히 나와 눈을 마주치는 동공은 아무 일렁임도 없이 고요했다. 그 소년에게 잠식당하고 읽혀지는 기분이 듦과 동시에 온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현기증이 일었다. 너는 누굴까, 이름이 무엇일까, 상처는 어디서 났으며 어떻게 우리 집의 테라스까지 올라오게 된 것일까.
소년의 고운 손가락이 나에게 뻗어졌다. 느릿하게 뻗어지는 그 동작은 슬로우 모션처럼 나에게 닿았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 미지근한 그의 손은 나를 만지는 것인지, 만지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는 촉각으로……. 그저 나와 닿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건, 소년의 손이 나의 얼굴로 다가오고 어느 순간 눈앞이 하얘지며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고 정신을 아주 잠깐 잃어버릴 정도의 아릿함으로 소년의 손이 나를 닿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심장이 뛴다. 숨이 느려지고 1분이 1시간으로 늘어지는 듯, 지루함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끔찍한 아찔함이라 표현하면 표현할 수 있을까.
너는 그렇게 나에게 날아 들어왔다.
2.
“자, 이건 ‘사과’ 라고 읽는 거야.”
“싫어요.”
소년은 모든 말을 존댓말로 했다. 하지만 소년의 그 존댓말은 그저 자신의 세계의 언어였을 듯 했고 존댓말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추측만 할 뿐이었다. 왜냐하면 소년은 간단한 자기 의사를 말할 수 있는 말만 할 수 있었다. 가끔 자신이 표현의 한계에 달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빠르게 말했다. 영어도, 뭣도 아닌 언어였다.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나비 족처럼 딱딱하고 날이 선 언어는 아니었고 불어와 영어가 섞인 듯한 부드럽게 흘러가는 듯한 언어였다. 그래서 불어와 영어, 그리고 이 지구에 있는 모든 언어들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간단한 언어들을 알아보기는 했으나 자신의 세계의 언어는 아닌 듯 했다. 그 중 가장 잘 알아듣는 것이 한국어가 제일 많았는데, 간단한 한국어만 ‘어!’ 하고 아이처럼 좋아하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 하면 일상에서도 같이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지금처럼 이것저것 단어를 보여주고 사물을 보여주며 어린 아이들 가르치듯 가르쳐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싫어요.’ 다. 단호한 척 눈썹과 눈이 치켜 올라가 입술을 삐죽 내미는 것이 제법 아이 같아 귀여워서 두 팔을 잡아 나의 쪽을 잡아끌었다.
“싫어?”
“아니. 좋아요.”
“아니아니, 이거 하는 거 싫어?”
“응. 싫어요. 경수 좋아.”
쪽, 쪽, 입을 맞춰오는 소년은 이것이 자연스러운 듯 했다. 자신의 세계에서도 애교가 많았을 것이라고 또 추측을 해보는 바다.
“알았어. 알았어.”
“좋아.”
“응, 나도 백현이 좋아.”
소년의 이름은 백현이었다. 처음 이곳으로 떨어져 눈을 떴을 때, 처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는 백현, 이라는 말 뿐이었다. 사실 발음이 비슷해 나 혼자 스스로 ‘백현.’ 이라 국어화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소년도 백현이라는 말에 잘 알아듣는 듯 했고 단 한번의 지적도 한 적도 없었고 곧 잘 대답도 잘하기도 했었으니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해시킬 수 있었던 명백한 명제, 백현은 요정이었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아니 믿겨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친 곳을 치료해주려 옷을 벗겼을 때, 하얀 피부의 살결들이 뱀파이어처럼 펄로 반짝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확실한 증거, 날개뼈 죽지 쪽에 날개가 접힌 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날개가 펴진 것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알아 볼 수는 있었다. 이곳에 날개라는 것이 있었구나.
“경수.”
“응.”
“좋아해요.”
나를 끊임없이 좋아한다는 그 눈빛과 손짓과 몸짓, 그 모든 것으로 나를 압도시키기엔 충분했다, 백현은.
3.
사실, 날이 갈수록 백현은 나를 좀먹고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 황홀한 침식이었다.
4.
백현은 물을 좋아했다. 하루에 한 번은 샤워실에서 따뜻한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서 자주 놀고는 했다. 그런 백현을 위해 공부를 하던 도중에도 물이 식었다, 싶으면 다가가 따뜻한 물을 다시 조금씩 받아주며 체온을 유지시켰다. 한 번 욕조에 들어가면 오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샤워를 하고 싶다는 말에 욕조에 충분히 물을 받아놓고 백현을 욕조에 앉혀 씻기고 있었다. 그리고 백현의 마른 허벅지 공간 사이로 나의 손이 지나갈 때 축축하게 젖은 백현의 가느다란 손이 나의 팔을 잡았다.
“만져주세요.”
고개를 들어 백현의 눈을 마주했을 때, 처음 백현을 만난 날처럼 머리가 아늑해지고 현실감 없이 아찔해지는 그 느낌에 다시 한 번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좋아해주세요.”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네?”
내가 백현을 만나고 난 이후부터, 백현에 대한 나의 감정이 욕망으로 물든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테다. 그리고 백현이 나처럼 욕망에 허덕이며 나에게 매달리길 바라는 것을 바란 적 없다고 말하는 것 또한 이 오늘날에 피노키오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백현의 새하얀 도화지에 나의 새빨간 욕심만을… 덧칠하고 싶다는 생각은 원한 적이 없었다.
이제는 백현이 원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내가 조금씩 갉아먹어지고 있는 것은.
6.
나는 어릴 적 보았던 피터팬을 다시 돌려보았다. 피터팬은 피터팬의 주된 감정만을 중시하고 있다.
팅커벨은 피터팬을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피터팬에게 도움을 주려고 착한 의도로 도움을 주지만 오히려 그것들은 피터팬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방해와 피해를 주기 시작한다. 질투에 눈이 멀어 후크선장에게 피터팬에게 해가 될 행동을 하며 피터팬의 관심을 끈다. 죽기도 하고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고로, 팅커벨은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피터팬은 팅커벨을 내치기도 하고 동정하기도 한다. 또 용서한다.
백현은 내가 자신을 욕정하게 만듦으로서 나를 좀먹는다. 그럼으로써 나는 살아간다.
백현은,
숨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7.
끝은 피터팬과 남는 것은 팅커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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