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향한 거짓은 곧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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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시점>
수학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짝꿍인 박지민이 역정 소리를 내며 교과서를 꺼내는 걸 흘끗 보니 다음 시간은 문학.
어차피 꿈나라 갈거 좀 일찍가야겠다는 생각에 책상에 그대로 드러누우려던 찰나
“야. 전정국”
나의 그녀가 심상 찮은 표정으로 교실 뒷문 앞에서 나를 부른다.
평소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쳐들어와서는 등짝을 한 대 갈길 터인데 왠지 오늘은 심상 찮다.
괜히 쫄아서는 심장을 지긋이 부여잡으며 뒷문으로 향했다.
말을 꺼낼 틈도 없이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 옥상 입구 앞으로 향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 나는 말을 걸고,
“왜 불렀어. 또 뭐.”
아무렇지 않게 그녀는 내게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할 게 뻔하다...
“....정국아.”
싶었는데.
“사실은... 할 얘기가 있어서..”
뭔가 잘못됐다. 상황이 뒤바뀐듯한 이 기분.
왜 그녀가 나만큼 긴장해 있는걸까.
그녀는 마치 그녀 앞에 선 지금의 내모습을 똑 닮아
눈을 피하며 이런 저런 생각에 할 말 다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나야 그녀를 좋아하니까 한 순간이라도 그 감정을 묻어둘 수 없어서
자꾸만 새어나올까봐 긴장에 휩싸인 얼굴을 하고 지낸다지만 그녀가 왜...
설마...
진짜로 만약에...
그럴리 없겠지만 정말 만약에
그녀가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나랑 사귈래..??”
미친.
말도 안돼.
머릿 속에 떠오르던 나의 온갖 가정과 생각, 그리고 걱정을 밀어내고
드디어 적셔진 그녀의 한마디는 나를 벙찌게 만든다.
나는 어쩔 줄을 모른다. 어쩔 줄을 몰라서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어떤 말이 그녀의 감정어린 고백에 대한 답으로 아깝지 않을까, 한참을 고민한다.
고민도 잠시.
“...하... 이게..말이야.. 정확히는 사귀는 게 아니라 잠시만 사귀는 척, 아. 그니까!! 얼마동안만 내 남자친구인척 해주면 돼!!”
괜한 상상의 나래에 빠진 내가 한심하다가도 그나마 다행인 건, 난 망설였다. 나의 모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적어도 내 기분이 정말 극단적으로 밑바닥까지 떠내려가지는 않아도 될 수 있다.
정말 멍청하게도 망설인 것에 안도했다.
안도 하는 내 모습을 살피던 그녀는 내 눈치를 보며 입을 또다시 연다.
“... 정말 미안해..나도 진짜 이렇게까지는 안하고 싶었는데... 정말 미안해.. 싫으면 싫다고 해! 어쩔 수 없지...뭐..”
이쯤 되면 나는 또 나의 그녀에게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그녀는 영리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의 이성은 그녀가 너무 멍청해보이고 나쁜 년이라 욕해 마땅하다고 외친다.
그녀는 이렇게도 내맘을 모르고 있었다니. 이렇게 멍청할 수가.
그러나 사랑의 그림자에 어린 나는 예리한 감성의 칼날을 또다시 내게 겨눈다.
그녀는 너무나도 영리해서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단 하나 만으로 나를 잠식한다.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껌뻑 죽어버리고 마는 것. 그것 하나를 아는 것만으로 나의 모든 수를 읽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아는 대로 행동해 주어야지.
읽혀주어야지.
이렇게라도 나의 예민해진 감정을 위로해주어야지.
“...그래.”
“.......”
“해줄게.”
네 남자친구. 이 한마디는 삼킨다.
꼭꼭 씹어두었다가 언젠가 다시 뱉어내기 위해 지금은 삼켜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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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를 못참고 글을 들고 돌아왔어요...!!
뭔가 글의 전개가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차차 정리 되면서 하나의 갈래가 될 터이니 조금만 지켜봐주세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만나요.
댓글은 많은 힘이 됩니다.
지적 사항이라도 적어주시면 많은 도움이 되구요.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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