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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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카페도 길거리도 모두 한적한 시간이다. 일주일에 딱 한번, 커피하우스의 면접이 있는 오늘 용대와 태환이 사장실에서 의자를 나르기 시작하고, 나름의 면접장 분위기가 갖춰가기 시작했다. 대훈도 4시30분 까지 영업을 잠시 중단 한다는 팻말을 문에 걸어 놓았다. 의자 배치를 다 한 태환이 사장실을 빠져나가고 곧이어 성용이 들어왔다. 성용은 아 귀찮아. 라고 얘기하며 털썩- 소리나게 사장실 한쪽벽에 위치한 쇼파 위에 앉는 용대를 힐끔 쳐다 보았다.
“사장이 보는 앞에서 농땡이나 피우고 말이야.”
성용의 말에 용대가 피식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성용은 낮게 웃더니 사무실 책상에 다가가 걸터 앉았다. 한동안 말없이 천장을 올려다 보던 용대에게 성용이 말을 걸었다.
“대훈이 한테 고백은 해봤냐?”
“컥, 쿠엑 쿨럭 쿨럭 야이 씹새…”
헛기침을 헤대며 쿨럭이는 용대를 보고 성용이 낮게 지랄하네- 라고 중얼 거렸다. 왜 갑자기 그 얘길 꺼내! 라며 발끈하는 용대에게 되 갚아주듯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보인 성용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런 성용을 보다 길게 한숨을 내뱉은 용대가 이번엔 바닥을 쳐다 보았다. 사실 자신이 처음 남자에게 관심이 있다는 사실에 놀란 그였지만 그 사실을 성용에게 말하자 자신에게 욕을 할 줄 알았던 성용이 너무 무덤덤하게 받아 들인 건 더 놀랄 일이였다.자기가 대훈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커밍아웃을 했을 때를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긴 용대가 밖에서 웅성웅성 하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용은 어느새 사무의자에 앉아 이력서를 훑어 보고 있었다. 어느날 부터 인가 성용이 혼자서는 하기 힘들다며 용대 까지 면접에 끌여 들였다.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용대가 성용의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이번엔 제발 그러지 마라”
“뭘?”
“이상한 질문 던지지 말라고.”
“난 그런 적 없어, 질문을 했을 뿐이지.”
됐다 내가 무슨 말을 해. 용대와 성용이 아웅다웅 다투고 있는 사이 홀에선 이미 면접자들이 테이블 곳곳에 앉아 있었다. 면접자들을 위해 홀에서 커피를 준비하던 학선이 뒤를 도는 순간 한 남자와 부딪혔다. 으악- 하며 눈을 질끈 감고 넘어 지는 학선을 남자가 붙잡았다. 학선이 질끈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자 한 잘생긴 남자가 서서 자신에게 괜찮냐고 물어 보았다.
“괜찮아요! 아, 감사합니다.”
“진짜 괜찮은거 맞아요? 죄송해요, 밑을 못봐서….”
밑을 못봐서 라는 말에 괜히 뜨끔한 학선이 괜찮다며 꾸벅 인사를 해보이곤 카운터에 서서 폰을 만지작 거리던 대훈에게 다가갔다.
“와, 잘생긴 사람 많다. 키도 크고”
학선의 말에 대훈이 카페안을 빙 둘러 보았다. 인정하듯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린 대훈이 학선이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사장님에게 걸리는 놈이 없어야 할텐데, 학선이 어? 하고 되묻자 대훈이 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아니야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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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면접이 시작 되었고, 한명 한명 사장실에 들어 설 때마다, 성용은 그들을 아래 위로 훑어 보았다. 용대가 힐끔 성용을 보았다. 표정이 영 못마땅 한 걸 보니 이번조 역시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태환의 안내에 따라 3명이 면접을 마치고 나가고, 또다른 3명이 들어섰다. 무심한 표정으로 아래 위로 훑던 성용이 한 남자에게 시선을 멈췄다. 용대는 이번 조는 꽤 괜찮네 라고 생각했다. 두명에게 차례로 질문을 한 용대가 마지막 '구자철' 이라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려하자 성용이 치고 들어 왔다.
“구…”
“구자철씨는 커피 좋아 하세요?”
앞에 두사람과는 전혀 다른 질문에 용대도 당황하고 자철도 당황하고 다른 면접자 두명 도 당황해 하고 있는데 성용 혼자 진지 하게 자철을 바라 보고 있었다.자기소개, 지원동기는 어디가고 갑자기 커피 좋아하냔 말이 웬 말이냐 라는 표정의 용대 였다.
“아, 예… 뭐. 좋아해요.”
“아메리카노 좋아하세요?”
“아뇨… 아메리카노는 안 좋아하는데요.”
“그래요? 그럼 제 첫인상은 어떤가요”
“네? 잘…생기셨네요.. 키도 크시고…”
“그쵸? 저 잘생겼죠?”
“…….”
“대답 하셔야죠.”
“아, 네… 잘생기셨어요.”
대답을 하던 자철의 표정이 점점 이상한 사람을 만난듯 한 표정으로 바뀌어 갔고 가만히 지켜보던 용대는 '이 또라이 같은 놈…' 이라는 표정으로 성용을 쳐다 보았다.
“그럼 여자친구 있으세요?”
“아뇨 없습니다만….”
“합격”
“예????”
“뭐… 뭐야”
“뭐긴, 태환아 오늘 면접 여기 까지, 자철씨는 남아서 얘기 좀 하고 가요.”
태환이 벙찐 표정으로 벙찐 표정인 다른 면접자 두명을 데리고 나갔다.용대는 여전히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 이었고 자철은 한참을 멍하니 사장이란 작자를 바라보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이 카페 이상하다며 자신의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고 있었다. 갑작스런 면접 종료에 아직 면접을 보지 않은 면접자들이 볼멘 소리를 내며 카페를 떠났고 태환이 대훈과 학선에게 다가가 사장이 약 먹었나봐, 이상해. 라며 말을 전했다.태환을 말을 들은 학선이 대체 누구길래 사장님이 갑자기 그러시지? 라고 골똘히 생각하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사장실 안을 힐끔 들여다 보았다. 그리곤 성용과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는 남자를 쳐다 보았다. 어, 저사람은 아까…. 아까 자신과 부딪힌 남자였다. 괜한 반가움에 학선이 계속 안을 들여다 보았다. 성용과 말을 끝냈는지 그남자가 일어나 사장실을 나서다 또다시 밑에 있던 학선을 보지 못하고 쿵, 하고 부딪혔다. 이번엔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은 학선이 이 남자 일부러 그러는게 아닌가, 하며 괜히 의심 했다.학선이 짧은 신음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들자 머리 맡에 잘 뻗은 손가락이 보였다. 남자의 손을 잡고 일어선 학선이 바지를 탈탈 손으로 털었다.
“아, 죄송해요 또 못 봤네요 밑을…”
“아니에요. 괜찮아요”
“진짜 괜찮은거 맞아요? 아파 보이는데…”
“아녜요! 안아파요 진짜.”
“이제 부턴 조심 할게요, 아. 저는 구자철 이라고 해요. 내일부터 일하게 됐는데 잘 부탁드려요.”
서글서글 눈웃음이 참 매력적 이라고 생각한 학선이 내밀어진 자철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학선씨는 되게 귀여우시네요.
“네? 제 이름 어떻게 알았어요?”
“여기”
자신의 명찰을 쿡 찌르는 자철에게 학선이 아… 하며 바보같이 대답했다.
“구자철씨 혹시 몇살…헉!”
“응? 왜그러…헉!”
자철에게 나이를 물어 보려 입을 열던 학선이 두손을 책상위에 올려 깍지를 낀채 턱을 받치고 금방이라도 달려올 기세로 자신을 노려보던 성용과 눈을 마주치곤 헉, 하며 내뿜 었다. 학선의 행동에 뒤를 돌아 덩달아 성용의 째림을 받은 자철도 당황해서 내뱉었다. 태환이형, 무서워요.사장님이 이상해요. 라고 속으로 생각한 학선이 자철에게 꾸벅 잘가라고 인사를 해보이며 주방실로 잽싸게 이동했다. 그런 학선을 바라보다. 여전히 자신을 노려보는 성용에게 꾸벅 인사를 해보이곤 자철 역시 잽싸게 카페를 빠져 나갔다.
“참… 이상한 놈이네.”
고개를 갸웃 거린 자철이 자신에게 이것저것 설명 해주며 웃던 성용과 자신을 노려보던 성용을 비교 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말로만 듣던 이중인격 인가. 제대로 헛다리를 짚은 자철이 내일까지만 일해보고 영 안되면 그만둔다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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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가 되어서야 카페는 다시 정상 영업을 시작했다. 비었던 공간이 금세 손님들로 북적였다. 물론 여손님들로. 다른날 보단 확실히 한가한 오늘, 태환이 조심스레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왔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태환을 보며 성용이 말을 했다. 태환은 능청스레 사장님 또 일 안하시고… 라고 말했다. 성용은 푸흐흐 웃으며 나 원래 일 안하는거 알잖아. 라고 자랑스레 답했다.
“무슨 일로 왔냐?”
“저 오늘 조기퇴근 한다고 어제 말씀드렸는데.”
“아 수영?”
“네.”
“가 봐.”
“그럼.”
세상에 이렇게 잘 빼주는 사장이 기성용 밖에 더 있을까… 태환이 웃으며 인사를 꾸벅 하고 나가려고 하자 성용이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태환이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성용이 말했다.
“너 어깨 넓은거 수영해서 그러냐?”
“……. 그런거 같은데요?”
“흠…. 그래 알겠어. 조심해서 가.”
태환은 성용이 저러는게 한두번이 아니였는지 이제는 포기했단 표정을 잠시 지었지만 예의상 끝까지 미소를 지으며 사장실을 빠져 나왔다. 직원 휴게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학선에 혼자 카운터에서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게 보였다.
“형 간다.”
“어? 수영 가세요?”
“응”
“와…. 빠지는 날이 없네요 그래서 그렇게 키가 큰가?”
학선이 정말 부러운 투로 말을 하자 태환은 그런 학선이 귀여운듯 머리를 쓰다듬어 보였다.
“대훈이랑 용대형은?”
“주방에 있어요.”
“그래? 아, 형 이제 가볼게.”
“네 형 잘가요.”
학선이 태환에게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 귀여운 놈 이라고 중얼거린 태환이 주방실로 들어섰다. 아직 태환을 못 본건지 용대와 대훈은 웃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이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태환이 정신을 버뜩였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거야… 사내 둘 한테… 태환이 용대와 대훈을 향해 걸어갔다.
“어? 가네?”
“수영가요?”
“응, 인사하러 왔어. 형 저 가볼게요. 대훈아 형 갈게”
용대,대훈과 인사를 나눈 태환이 카페를 빠져 나와 택시를 잡아 탔다. 어렸을때 부터 취미삼아 시작했던 수영 이었다. 선수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도 많이 받고, 실제로 대회에 나가서 상도 몇번 탔었다. 허나 그저 취미로 즐기는 거에 만족한 태환은 선수 인생을 거부했다. 자신이 다니는 수영장 에서 만큼은 제일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계속 눈에 띄는 한 남자가 보였다. 그는 키도 클 뿐만 아니라. 수영도 정말 잘했다. 중국인 이라 그랬는데, 중국에선 꽤 유명해 팬카페도 있다고 같이 수영하는 친구에게 들었다. 태환 자신도 말을 걸어 보고 싶었지만 수영장에서 자신을 자꾸 흘끔흘끔 여자 쳐다 보듯하는 그 때문에 왠지 무서워 쉽사리 말을 걸 수도 없었다. 오늘은 말 걸어 봐야지, 라고 생각한 태환이 택시에서 내려 수영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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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그다.수영복 으로 갈아 입은 태환이 수영장 안으로 들어 서자 그가 보였다.그는 항상 자신보다 일찍 수영장에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태환이 슬금슬금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헉.”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를 돌아 대뜸 태환에게 인사를 건냈다. 혹여나 자신에게 한 인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 태환이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 자신 밖에 없었다.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낸게 왠지 모르게 반가워 태환도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태환 맞죠?”
“제 이름 아세요?”
태환이 되묻자 그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순간 아차한 태환이 급하게 영어를 쓰려고 했지만 당환한 나머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답답해 하는 태환의 모습에 싱긋 웃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쑨 양 입니다.”
쑨양이 잡고있던 태환의 손을 놓으며 얘기했다. 쑨양 이구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태환이 고개를 들어 쑨양을 바라 보았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듯 우물쭈물 거리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았다.
“저…태환?”
“네?”
“우리…음, I Want to be your friend”
친구 하자고? 한국말이 익숙치 않았던지 결국 영어로 말을 한 쑨양이 어쩐지 귀여워 보였다. 분명 자기보다 키도 크고 훨씬 사내 같은데, 자신 앞에서 어린아이 같이 구는게 마냥 태환의 눈에는 귀여워 보였다.
“그래요.”
태환이 웃어 보이자 쑨양도 씨익 따라 웃었다. 와 잘생겼다…. 수영장을 찾는 여자 들이 괜히 수근수근 거리는게 아니였구나. 음,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하지 나도 영어로 해야하나? 속으로 생각한 태환이 무언가 생각난듯 쑨양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다
“태환?”
“잠깐만 따라와 봐요.”
태환이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끌려가는 쑨양을 데리고간 곳은 탈의실 이였다. 태환은 자신의 사물함을 열고 지갑을 뒤적 거리더니 커피하우스 라고 필기체로 멋들여지게 쓰인 명함 한장을 꺼내 쑨양에게 건냈다 쑨양은 명함을 받아든 채 특유의 궁금하면 나오는 표정인듯한 표정을 짓고 명함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태환이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명함 뒤쪽으로 돌려 카페로 오는길을 나타낸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
“Come over.”
아, 하고 대답하더니 쑨양이 크게 하하 하며 웃었다. 그러곤 가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두어번 끄덕여 보였다. 태환은 갑작스레 친해져서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쑨양은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쑨양이 자신의 사물함을 열곤 휴대폰을 태환에게 내밀었다. 그러곤 010 이라고 적어주는 센스 까지 잊지 않았다. 태환은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혹시나 길을 잃어 버리면 전화 하란 뜻으로 자신의 번호를 찍어 주었다. 뭐, 말은 잘 안통하겠지만 상관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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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끊기네요^^; 재미없음 주의 망글 주의를 위에 달았어야 했어여..
음 이번편 까진 거의 주연(?)들이 다 나온듯 해요.한명 더 남았지만ㅋㅋ
저번편에서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해요! ㅠㅠ 기억하고 있슴돠.
아 그리고 글 쓰는게 처음이라..
암호닉 신청해주신 시든나메코 님 감사해여ㅋㅋㅋㅋㅋㅋㅋㅋ
바이바이 오타는 애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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