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친구 전원우. 中
W. 처으메야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원우를 보지 못했었다. 곧 있으면 개학이었고 수시에 합격한 너는 겨울 방학 새에 합격한 친구들을 축하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렇게 개학을 했다. 이제 떠나 보낼텐데 뭘 수업을 하냐고 늘어지는 소리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너는 어색하게 머리만 긁적였다. 얼굴은 보지 못해도 원우는 문득문득 너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그 때 했던 말이, 원우의 진심이, 너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그런 생각만이 둥둥 떠다녔다. 하루의 절반을 영화 몇 편으로 흘러보낸 너는 잠깐 내려오라는 담임의 말에 걸음을 옮겼다.
"몰랐는데 오빠랑 같은 대학이라며?"
"아, 네."
"어머니가 좋아하시겠네."
"그냥, 뭐.."
"아, 그래서 이거 참여하면 좋을 거 같아서."
"..캠퍼스, 탐방이요?"
"응. 여태까지 합격 발표난 애들 대상으로 하는 거거든. 이번에 장학금이 들어왔나봐. 잘 쓴 애들 대상으로 장학금 내려온다고 하더라. 어머니 더 기쁘게 해드리면 좋잖아. 안 그래?"
"네..언제까지, 내면 돼요?"
"다음주 수요일까지. 넉넉하지?"
"네, 안녕히 계세요."
"그래, 가봐."
교무실을 나온 너가 가방끈을 고쳐맸다. 대학 캠퍼스가 얼마나 넓은데 설마 마주치진 않겠지. 기대 반 우려 반에서 나온 마음이었다. 그 날 집에 가 오빠에게 담임에게 들은 말들을 전했을 때 오빠가 지었던 미소의 의미를 너가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안타깝게도 너는 몰랐다. 보고서 명분이 있으면 평일에 가도 상관없다는 너의 말에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던 너의 오빠는 이틀 후에 정문 앞에서 보자는 말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
[야 나 사회 생활 원만하게 하고 싶으니까 꾸며라.]
[내 방에 과잠있는데 입을거면 입어라. 뭔가 오늘 행운의 옷.]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에 온 문자를 본 너는 실소를 터트렸다. 행운의 운세도 아니고, 뭐하자는거야.. 느긋하게 일어나 샤워를 마친 너가 옷장을 열었다. 대학 캠퍼스라는게 괜히 사람 마음을 들뜨게 하는지 괜히 이 옷, 저 옷을 꺼내보고. 친오빠와 만나는 거면서 이것저것을 골라보는 너 자신이 웃기면서도 그렇다고 대충 입고 싶지는 않아서 꽤나 긴 시간을 옷장 앞에서 보냈다. 시계를 한 번 본 너가 청바지와 기모 맨투맨을 입고는 곤색 코트를 꺼내들었다. 아무리 대학 탐방이라지만 너가 가지도 않을 과의 옷을 딱히 입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야? 거의 다 왔는데.
정문으로 들어가봐.
-들어왔어, 지금.
눈에 큰 나무 보이지 않아?
-응, 보여. 거기에 있어?
어어, 글로 가봐. 갔어?
-왔어라 해야되는 거 아니야? 왔는..,
거기 가면 전원우가 있어. 야, 해낼거라 믿는다 내 동생!
해내긴 뭘 해내, 등신아..미간을 찌푸린 너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당황하긴 마찬가지인지 원우가 너를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대학교에선 안경 쓰나 보네. 속으로 생각하던 너가 과잠을 입고 있는 원우를 보며 다시 웃음을 지었다. 믿지도 않던 행운의 물건을 운운하더니..이래서였구나. 고개를 꾸벅 숙인 너가 어색하게 미소지었다. 슬쩍 웃어보인 원우가 뒷머리를 쓸어내렸다. 저거 머쓱하면 하는 행동인데. 은연 중에 떠올린 너가 정적 속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어..안녕."
"..우리 오빠가 불러냈어요?"
"응, 잠깐 나오라고 하던데."
"......"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
너에게 묻던 원우는 울리는 핸드폰을 잠시 보고는 아, 대학탐방보고서..하고는 중얼거렸다. 지금 강의 들어갔을텐데. 너의 오빠를 뜻하는 걸 아는 너가 원우를 잠시 바라보았다. 헛걸음했네요. 너의 말에 원우가 주저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어..내가 시켜줄게. 도서관부터 가볼까? 말을 뱉으면서 너의 손목을 아프지 않게 쥐는 그 손에 다시 볼이 달아올랐다. 진짜 알 수가 없는 사람이다, 전원우는. 괘씸해지는 마음에 손목을 빼낸 너가 원우 옆으로 섰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내내 원우는 너를 쳐다봤다. 그걸 눈치채지 못할만큼 둔하지 않은 너는 그저 멀리만 내다봤고. 결국은 왜 자꾸 쳐다봐요, 라는 말을 던진 너에게 원우는
"머리 풀어도, 예쁘네."
라고 말했다. 너는 고개를 숙였다. 귀끝이 시려서인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새빨갛게 물들은 게 티가 났다. 사람이 진지해보여서 그런지 가끔 뱉는 저런 말들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통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귀가 너무 빨간데. 장난스레 웃은 원우가 제 손으로 너의 귀를 덮었다. 여기가 도서관이야. 건물을 가리키던 원우는 아는 사람을 본건지 어, 안녕. 하고 답했다.
"선배 왠일로 여자랑 있어요?"
"오늘 하루 탐방가이드 하는 중."
"와, 예쁜데..썸타요, 둘이? 우리 과가 아니신가?"
원우에게 소곤거리는 듯해도 너에게도 들리는 목소리에 너는 그저 목덜미를 긁었다. 원우는 고개를 저었다. 좀 있음 입학해. 친구 동생이야. 아..대박이다, 선배..하던 후배는 저 선약있어서, 구경 잘하다가요, 친구! 하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너는 그 말에 괜히 또 울컥했다. 진짜 어쩌라는거야. 취중진담 하고, 괜히 칭찬하더니 그냥 친구 동생이라고. 원하지도 않는 밀당을 하는 기분이었다. 아니지, 당하는 기분. 그 후로는 원우가 뭐라 하던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감흥 없이 핸드폰에 사진을 남기고 메모장에 글을 끄적였다. 보여주지 않는 원우의 감정에 괜히 너만 답답해하는 게 억울하기도 했고. 학식이라도 먹고 가라는 원우의 말에 너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집에 갈래요.
"오늘 내가 뭐,"
"....."
"실수했어? 아까부터 기분이 안 좋아보이네."
"....."
"말해주면 좋을텐데."
"더 정확히 해줬으면 좋겠어요."
"....."
"좋은 방향이든, 안 좋은 방향이든."
"....."
"혼자서 헷갈려하는 것도 조금 힘들거든요."
"..졸업식이 언제야?"
"..후우, 5일 뒤에,"
"그 때 갈게."
"....."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
"금방 정리할게."
잠시 생각하던 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리하는 게 좋은 방향인지 안 좋은 방향인지는 모르겠어도 지금처럼 애매한 사이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오늘 구경 시켜줘서 고마워요. 잘가요. 너의 인사에 원우가 웃어보였다. 미안해, 조심히 들어가.
*
너가 듣지 못했던 이야기.
"와..예쁜데. 썸타요, 둘이? 우리 과가 아니신가?"
"좀 있음 입학해. 내 친구 동생."
"아, 그 분 동생?"
"응, 잘 보여야되서 바빠. 좀 가라."
"와..대박이다, 선배 진짜.."
-
이틀 연속 올림픽 보느라 지금 올리는군요..(눙물)
조금 간질간질한가요? 원우의 태도에 약간 헷갈려하고 답답해하면서도 설레하는 감정선이 잘 읽혀졌으면 좋겠어요.ㅠㅠ
졸업식날 뭐할지 궁금합니다. 그거 하나만 쓰면 원우는 마무리되네요.
그래서 투표 하나 하려구요.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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