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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227
친구 선물로 쓴 혁엔  

  

  

  

  

  

  

1.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눈이 내렸다. 임용고시를 합격함과 동시에 자취 할 방을 알아보고,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학교가 결정 되었을 때, 나는 그 근처에 자취방을 얻었다. 자취방으로 이사를 와, 짐을 풀고 청소를 하는 도중 얼핏 본 창 밖으로 새하얀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 나는 눈이 좋았다. 손에 닿으면 사르르 녹아 내리는 결정이 나는 너무 좋아서 청소하던 빗자루를 내려 두고 창문을 열어 눈을 구경하다 눈을 가까이서 느끼기 위해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털이 달린 야상을 입으며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 가는데 지퍼가 잘 매지지 않았다. 지퍼를 매기 위해 자연히 계단을 내려 가는 속도가 줄어 들었고, 마침내 지퍼를 다 매고 고개를 들었을 때, 너와 눈이 마주쳤다. 뼈가 굵어 보이는 얼굴에 눈썹뼈가 도드라져 눈에 그늘이 지고, 약간은 눈꼬리가 쳐져 있는 얼굴. 네가 스쳐 지나가고 나는 한참동안이나 네가 올라간 계단을 쳐다 보았다.   

…그 날, 눈을 보러 가지 못 했다.  

  

  

2.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이 지나고 내가 출근 할 날인, 입학식 날이 되었다. 길거리의 눈은 거의 녹았지만 추위는 가시지 않아서 나는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까지 칭칭 두르고 집을 나섰다. 아직 차가 없어 버스를 타고 출근 해야 했던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너를 다시 보았다. 두 번째 만남이였다. 또한 너는 내가 발령 받은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너는 키가 아주 커 보였는데, 네가 입은 교복이 약간 이질적이였다. 그래서 나는 네가 삼학년 쯔음 됐으려나 혼자 추측했다. 버스 시간표를 보면서도 힐끔힐끔, 왠지는 모르지만 너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자꾸만 눈이 갔다.  

  

  

3.  

입학식이 끝나고 나는 1학년 1반 부담임과 함께 1학년 영어 상반 선생님을 맡게 되었다. 부담임이라 따로 인사는 가지 않았지만 따로 학생들의 명단을 받아 얼굴과 이름을 훑어 보았다. 그 곳에는 네가 있었다. 한상혁. 네 이름이였다.  

  

  

4.  

본격적으로 반이 갈라지고 첫 수업을 했을 때, 나는 또 다시 너를 보았다. 출석을 부르고, 칠판에 글씨를 적으며 수업을 하면서도 나는 너에게로 닿는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가끔가다 네가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이 마주치면 나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고개를 돌리고는 했다. 왜 그런지는 몰랐다.  

  

  

5.  

너를 처음 본 날은 눈이 내렸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창문으로 네가 보였다. 결정이 큰 함박눈이 내렸고, 무심코 올려다 본 내가 사는 빌라 창문으로 춥지도 않은지 반팔 티셔츠를 입은 네가 두 팔을 내밀고 창 밖을 보고 있었다. 멀리 있어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네가 웃고 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너는 이내 창문을 닫고 사라졌고, 나는 네가 사라진 창문을 잠깐 보다가 발을 옮겨 빌라 현관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가는데 위쪽에서 느릿하게 내려오는 발 소리가 들렸다. 네가 지퍼를 매고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비로소 너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약간 미소 띈 표정과 가무잡잡한 피부. 계단을 올라가며 나는 네 가무잡잡한 피부와 눈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 편으로는 네 미소와 새 하얀 눈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을 하면서 느긋하게 계단을 올랐다. 집에 들어가 창문으로 밖을 보았을 때, 너는 보이지 않았다.  

  

  

6.  

담임을 맡아 주라고 했다. 네게서 시선을 떼지 못 하고 세 달이 지난 지금, 임신 칠개월 차에 접어 드신 1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이 출산 휴가를 신청하시고 그 빈자리를 몇 개월 간 내가 채우게 되었다. 1학년 1반, 너의 반이였다.  

  

  

7.  

임시 담임이 된 첫 날, 아침 조회를 위해 교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교단 위에 선 그 순간에,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한 시선이 와 닿았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그 곳에는 네가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나는 이 교실 안에 너와 나 밖에 없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참을 말 없이 너만 바라 보다가 핫, 하고 고개를 돌렸다. 계속해서 나에게로 닿는 네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결국, 그 날은 너를 보지 못 했다.  

  

  

8.  

네 시선을 느낀지 갓 삼주가 되었을 때였다. 매일 느껴지는 네 시선에 의연하게 눈을 마주치거나, 얼굴을 쳐다 볼 수도 없었지만 조금은 그 시선을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 너는, 왜 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9.  

임시담임이 된지 사주째였다. 또 너의 시선이 뜨겁게 닿아 말이 떨리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푹, 쉬고는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섰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시선이 나에게로 닿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자연히 너에게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지 못 했다. 그리고 내 시선이 향한 너는 약간 웃는 낯으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가슴이 쿵 내려 앉았다. 네 시선이 내게 닿질 않아.  

…나는 너를 좋아한다.  

  

  

10.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날 이후로 네 시선은 내게 닿지 않았고, 나만 너를 바라 볼 뿐이였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난 기말고사에서, 네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임시 담임이라도 담임은 담임. 너와 상담을 하기로 마음 먹고 상담실로 너를 호출했다. 상혁아, 요즘 무슨 일 있니.  

  

  

11.  

함박눈이 내리던 날 처음 보았던 너는 계속해서 내 눈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너는 내가 입학한 학교로 발령받은 새내기 교사였고, 집도 같은 빌라에 살아 너와 마주칠 기회가 너무나도 많았다. 입학실 날,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너는 목도리까지 칭칭 감고서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덩치와는 맞지 않는 귀여운 몸짓이였지만 너와 퍽 어울렸다. 버스 시간표를 보는 네 뒷모습을 하나하나 뜯어보다가 문득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내 시선을 느꼈을까? 귀 끝이 간지러웠다. 고개를 숙인 뒷통수 위로 시선이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2.  

상담실로 불러낸 네게 말했다. 요즘 무슨 일이 있느냐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느냐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네가 말 했다.  

선생님, 정말 몰라서 묻는 거에요?   

…모른다. 오늘은 아마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13.  

그 날, 네 말을 듣고 밤새 잠도 자지 못 하고 고민했다. 모르겠다. 나는 너를 좋아한다. 그런데 너는? 내 시선 끝에는 네가 있지만 네 시선 끝에는 누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날 네 말로 인해 네가 나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14.  

방학 전 마지막 모의고사에서도 네 성적이 떨어졌다. 나는 다시 너를 불러 상담하기로 했다.  

  

  

15.  

네가 좋았다. 아직 어린 나는 겁이 많이 났지만 몇 번을 고민해도 내 시선이 자꾸만 네게 닿는 이유는 하나였다. 하루에 한 시간도 제대로 보지 못 할 때는 마음을 돌리려고 했다. 마음을 돌리려 했을 때 네가 임시 담임이라는 이름으로 내 앞에 나타났고, 그 생각은 접기로 했다.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네게 시선을 고정하고 한참을 쳐다봤지만 너는 조회 때 잠시동안 나와 눈을 마주친 이후로 절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나를 거부했다.   

…그 것은 삼 주가 넘도록 계속 되었다.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16.  

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나를 거부하는 너를 보는 것은 힘들었다. 조금씩 지쳐갔다. 마침내 내가 마음을 접으려 네게서 억지로 시선을 거두고 핸드폰을 보았을 때, 다시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네가 있었다. 나를 가지고 노나. 네 얼굴은 충격받은 표정이 가득 서려있었다.   

  

  

17.   

잠도 못 자며 고민하고, 결국은 너를 상담실로 불렀다. 상혁아, 선생님은 정말 모르겠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너는 주먹을 꽉 쥐고 나를 내려다 보았다. 나도 평균보다도 몇센티나 큰 편인데, 너는 나보다 훨씬 더 컸다. 위압감이 느껴질만큼 무서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보다 입을 열었다.  

좋아해요.   

말 하고 나서 네 자신도 놀랐는지 손으로 입을 막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런데, 뭐라고?  

  

  

18.  

아마 너와 나, 우리 둘 다 서로를 좋아하는 것 같다.  

  

  

19.  

우리는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너는 너 대로, 나는 나 대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 혼자 좋아하는 것은 괜찮은데, 둘이 같이 좋아한다면 생각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나도 너도, 둘 다 남자이다. 나는 26이고, 너는 17살이다. 나는 선생님이고 너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다…. 내가, 너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세상의 눈을 피하고, 무시 할 수 있을까.   

네가 내 손을 잡아왔다. 크고 따뜻한 손이 내 손을 잡자 고민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따뜻했다.  

네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쭉 같이 있자.  

  

  

20.  

나는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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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글이 너무 좋아요. 혁엔스러워요. 매우 혁엔스러운 글입니다. 문체도 좋고 그냥 안 좋은 게 없네요. 신알신 하고 스크랩하고 할게요. 암호닉 받으시면 암호닉도... 버튼이요! 사랑합니다. 안나뷰...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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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 신알신을 할 수가 업따...!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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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우어ㅏ#... 글이되게아름다운느낌이에요... 잘보고가요!!!!!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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