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김석현의 눈물
나는 실장님의 손에 이끌려 사무실로 갔다.
"실장님...방금 제가 본 사람은..."
"내 쌍둥이 형이야. 이름은 김석진."
"...네?..."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자, 실장님이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난...김석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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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니 김석현의 이야기>
나랑 내 쌍둥이 형 김석진은 세상에 몇 없다는 지문까지 똑같은 쌍둥이다.
아버지는 일정한 직업 없이 매일 술만 마시는, 한마디로 참 답없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나와 형의 기억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 기억 속엔 어머니란 없었다.
술마시고 집에 들어오면 매일 어머니 얘기만 하는 아버지 덕분에 어머니에 대해서 아는 몇가지라면...
어머니는 유치원 선생님이었고, 굉장히 미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원생 셔틀버스 기사였던 아버지랑 눈이 맞아 결혼했지만, 계획없고 대책없는 아버지와 사는 게 힘들어 우리를 낳고 얼마 있지 않아 떠나버렸다고 한다.
형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고, 나는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
형도 아버지처럼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자는 주의였지만, 나는 미래에 대해 계획하고 준비하고 내 할 일 착실히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형과 아버지는 나를 늘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형과 아버지의 사고 뒤처리반이 되었으며, 집안의 가정부였고, 심심할 때 때리는 샌드백이 되었다.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는 건 없었고, 나는 내 살 길이라도 헤쳐나가기 위해서 밥이 없을 땐 염치불구하고 친구네 가서 밥을 얻어먹었고,
장학재단에 지원서를 넣어 장학금을 받아 생활비를 보탰고, 학원이 필요할 때면 저소득층 학생 대상 대학생 멘토링을 찾아다녔다.
회장님도 이맘때쯤에 알았다.
명문고등학교를 수석으로 합격했지만, 기숙사비와 학교운영지원비를 낼 수 없어서 입학을 망설일 때,
회장님이 당시 대정을 주식회사로 상장시키면서 만든 대정장학재단에 나를 후원학생으로 선발하셨다.
집을 떠나 기숙사로 가게 되자, 가족끼리 절대로 떨어져 사는 건 안된다며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2주에 한 번은 꼭 오겠다며 겨우 설득을 한 후에 학교에 입학했다.
이 때만 해도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고 느꼈다.
아무리 유년시절이 불행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구나 싶었다.
아무도 내 집안 사정을 모르니 나를 동정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는 진짜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고, 난 어느덧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학생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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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난 여느 때와 같이 별 생각 않고 집에 들어갔다.
"저 왔어요."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낮에 형이든 아버지든 집에 있는게 더 어색했기 때문에 나는 별 생각 없이 2주동안 두 명이 쌓아놔서 잔뜩 밀려있는 집안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 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집에 쳐들어왔다.
"쟤가 김석진이지?"
"예.형님"
"이 쥐새끼같은 놈. 이제 잡았네.후...넌 뒈질 준비해라."
난 김석진이 아니고 김석현이라고 말 할 시간도 없이 그 사람들에게 단단히 잡혀 어떤 건물로 들어갔다.
"너가 석진이구나. 맹랑한 새끼."
여전히 난 말 한마디도 못해보고 나한테 말을 건 사람과 날 끌고 온 사람들에게 무자비하게 맞았다.
기침할 때마다 입에서 피가 쏟아져나오고, 거품을 물기 시작하자 그제야 끔찍한 폭행은 막을 내렸다.
기운을 잃고 널브러져 있는 나를 깨우려고 뺨을 때려 정신을 차리게 만든 후 그 사람은 내게 어떤 문서를 내밀었다.
"이름 쓰고 싸인해. 옆에 지장 찍고."
"이...이게 뭔데요...."
"신체포기각서야."
"ㅅ...ㅅ...신체..."
"우리랑 그렇게 숨바꼭질하면서도 계속 여기서 돈을 그렇게 빌려가놓고. 못 갚았으니까 당연히 몸뚱이를 내놔야지. 그러니까 남의 돈은 함부로 건드는게 아니야.
특히 조폭 돈. 알겠니 꼬맹아?"
언뜻 보니 문서의 밑에 '대정'이라고 쓰여있었다.
대정이라면.....?
"회장님을 만나게 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회장님은 니까짓게 보고 싶다고 뵐 수 있는 분이 아니야. 빨리 안찍어?"
내가 김석진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해도 믿지 않을테니 회장님을 만나는 게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방법이었다.
나는 정말 젖먹던 힘까지 모두 짜내어 내가 있던 방의 문을 향해 달려갔고, 문을 열었다.
물론 문을 열자마자 잡히긴 했지만, 하늘이 도운건지 마침 회장님이 복도를 지나가고 계셨고, 덕분에 내가 잠깐 방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끌려들어가는 걸 보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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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잡혀와 앉아서 체념하고 지장을 찍으려는데, 회장님이 기적같이 이 방으로 들어오셨다.
"나이가 어리게 보이는데, 이 친구도 채무자인가?"
"예. 회장님. 미성년자인데도 성인인 것처럼 문서조작을 해서 10차례나 돈을 빌리고서는 계속 도망쳐서 못잡다가 오늘 결국 잡았습니다."
내 앞에 있는 그 사람 말을 듣고는 회장님이 나가시려하자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회장님!! 저 김석현입니다. 회장님께서 장학재단 1호 장학생으로 뽑아주신 김석현입니다..이건 제가 한 게 아니예요.."
회장님이 울고 있는 내게 와서 얼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쩐지...낯이 익다 했어. 석현이었구나. 어제 너가 본 중간고사 결과가 메일로 와 있던데, 하루만에 여기에 채무자로 오다니. 이게 무슨 상황일까?"
나는 나를 때렸던 사람들과 그리고 회장님 앞에서 나와 김석진은 쌍둥이이고, 내가 왜 그 날 그 시간에 집에 있었으며, 왜 진작 김석진이 아니라고 말을 안했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했다.
모든 오해가 풀리자 왠지 나를 죽일 듯 쳐다보던 그 사람들의 눈빛이 조금은 풀린 듯 했다.
그러나 오해가 풀렸다고 나도 풀려나는 건 아니었다.
회장님의 배려로 회사 근처로 전학을 오긴 했지만 학교는 계속 다닐 수 있었고, 학교가 끝난 후면 남준이 형(나한테 신체포기각서 줬던 사람. 나중에 대뜸 때린 거
미안하다고 하면서 형이라고 안부르면 죽여버리겠다고 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형이라 부른다.)에게 회사 일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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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학교에서 회사로 하교하는 길에 김석진을 만났다.
"오랜만이네? 너..어떻게 살아있냐?"
"....이 미친 새끼야"
김석진은 또 대정에 돈을 빌리러 왔다고 했다.
내가 멀쩡히 살아있는 걸 보니 더 빌려야겠다고 하면서 낄낄 웃어댔다.
"너 때문에 왜 내가 여기서 이렇게 살아야되냐.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 새끼야."
"그러길래 왜 나랑 똑같이 생기게 태어났냐. 니 잘못이야."
난 참을 수 없어서 김석진을 회사에 끌고 가려고 잡았지만, 김석진은 도망쳤다.
만약 내가 여기서 저 새끼를 못잡으면 다시는 자유로워질 수 없겠다는 생각에 난 미친듯이 뛰어 김석진을 잡으러 갔다.
그러나 결국 놓쳤고, 나는 회장님의 믿음을 저버리고 도망쳤다는 오해를 받아서 수술실에 끌려가 간 절반과 신장 한 쪽을 빼앗겼다.
어렸을 때부터 김석진이 사고친 걸 수습하고 대신 욕먹는 건 내 담당이었지만,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나서야 왜 내가 이렇게 살았는지 후회했다.
그래서, 퇴원하자마자 회장실로 찾아갔다.
"몸은, 잘 추스렸냐"
"예.회장님. 하지만 절대로 도망친 건 아닙니다. 형이 나타났길래 잡으려고 따라갔던 겁니다."
"변명을 하고 싶어서 날 보러 왔다면, 됐다. 나가봐라."
"아니요. 회장님께 부탁을 드리러 왔습니다."
"부탁? 말해봐."
"....김석진으로 살게 해주십시오.회장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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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주민등록은 말소되고, 난 지금 김석진으로 살고 있어. 지문까지 똑같다 보니까 김석진으로 살기 편하더라고."
"실장님..."
"감옥 몇 번 갔다 왔어도 마음은 편해. 시간은 뺏겼지만, 기록상에는 내가 아니라 김석진이 간 거니까."
난 말없이 울었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그렇게 독한 마음을 먹기까지 얼마나 많이 다치고 울었을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실장님도 말하다보니 감정이 북받쳤는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오늘 말고 전에도 세 번인가 마주쳤어. 두번째로 마주쳤을 때도 잡으러 갔다가 놓쳐서 이젠 안 잡아. 대신, 다른 방법으로 처절하게 복수할거야."
실장님의 덤덤한 말투 속에는 오랜 세월 가슴에 꾹꾹 눌러담아왔던 사무치는 한이 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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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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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빨리 오려고 했는데 박인비 선수 경기 끝까지 보다가 늦어버렸어요 ㅠㅠㅠㅠ 혹시나 기다리셨다면 죄송해용 ㅠㅠㅠ
박인비선수 너무 멋있지 않나요...? 정말 대박이었어요...!!!!
오늘 하루도 제 글 읽고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