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shipley에 대한 필명 검색 결과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온앤오프 몬스타엑스 샤이니
shipley 전체글ll조회 1149l 3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중학교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김태형은 분명 축구를 잘했다. 성격도 능글맞은 데다가 어려서부터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주위엔 여자애들 천지였고. 그래서 고등학교 입학 후 열여덟 살에, 김태형이 학원이 끝나고 뜬금없이 나를 데려다 주겠다며 다짜고짜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을 때 나는 그에게 단순히 호기심 가득한 마음에 스쳐가는 여자애들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에 단호하게 내쳐냈다. 태형아. 우리 친구잖아. 그렇지? 김태형은 머쓱한 듯 웃었지만 나는 얼마 가지 않아 쿨하게 떨쳐내리라 생각했다.


 그 뒤로 나를 볼 때마다 김태형은 항상 야, 너를 내가 어떻게 여자로 보냐. 넌 진짜 평생 친구다. 이런 식의 친구 사이를 강조하는 듯한 멘트를 밥 먹듯이 붙이기 시작했다. 거의 세뇌상태에 이르기 직전에 우리는 각기 합격한 대학을 갔고. 그렇게 멀어졌다.




 너에게 반한 여름이 돌아왔다.




 뜬금없는 반창회 소식에 갈까 말까 망설여졌지만 몇년만에 보는 얼굴들을 생각해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밖으로 향했다. 그 풋내기 같던 애들은 얼만큼 컸을까 생각하다보니 문득 김태형이 떠올랐다. 평생 친구라면서 대학 가더니 연락 한번 없던 그 놈이.


 성인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생색이라도 내려는 건지 간단한 식사조차 없이 술집부터 잡아놨다는 문자에 술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결코 반갑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아이들은 이미 꽤나 있었고, 나는 은연중에 눈짓으로 그 사이에서 김태형을 찾았지만 그는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모임 시간보다 한 시간 쯤이나 늦어서야 도착했다. 다들 옛 성격 못 버리고 또 다시 능구렁이처럼 눈웃음 지으며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김태형에게 장난으로 한 소리씩 했지만 나는 이유 모를 섭섭함에 그의 얼굴을 보고서도 아는 체조차 하지 않았다. 김태형도 그런 낌새를 눈치챘는지 나보다는 주위에 낑껴앉은 여자애들에게 시선을 돌렸고.


 대학 들어간 이후 첫 술자리였기 때문에 김태형이 술 먹는 모습도 분명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절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분명 쉴 틈 없이 입안에 술들을 쏟아 붓고 있었다. 어딘가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무언가 속에 쌓였다거나.


 이런 저런 얘기로 눈 깜짝할 새 밤이 깊고 다들 하나 둘 씩 가보겠다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흥을 깨기 싫어서 술도 한 입 안 댄 채 앉아 꿋꿋이 아이들의 주사를 받아주고 있던 나도 차츰 가방을 챙기고선 또 모이자며 한 명 한 명 인사를 했다. 반은 정신이 나가있는 상태라 알아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김태형은 아직 맛이 덜 간 모양인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빠져나오자마자 부리나케 내 뒤를 쫓아와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김탄소, 데려다 줄게."

 "……."


 나는 가끔 열여덟 살에 김태형이 내게 고백했던 그 날을 회상하곤 했다. 한창 부모님이 사이가 나빠지셔서 집에 가면 이혼한다니 갈라선다니 하는 소리만 들을 때였기에 나는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어 학원 근처에 혼자 앉아있었다. 그 때 김태형이랑 같은 학원을 다녔었는데, 중학교 때도 서로 별 아는 체 안하던 사이였어서 인사도 하지 않는 그냥 정말 이름이랑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그런데 정말 난데없이, 벤치에 앉아있던 내게 김태형은 다짜고짜 다가와 말을 걸었다. 김탄소. 데려다 줄게. 꼭 오늘처럼.


 "뜬금없는 건 여전하네."

 "너도."


 그 날, 집 앞에 다다랐을 때 그 십 분 남짓한 거리를 군소리 없이 걸어왔던 김태형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김탄소. 많이 좋아해. 사귀자.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일렁였다. 설렘인지 아님 다른 미묘한 감정이었는지 심장께가 마구 두근대었다. 하지만 나는 얼마 생각하지도 않고 거절했다.


 이후 김태형은 저딴엔 나와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마주칠 때면 부리나케 달려와 인사했다. 편한 사이처럼 문자 전화도 매일 주고 받았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김태형은 한 번 차인 뒤에야 내게 친구가 되었다.


 "아직도 거기 살아?"
 "응."

 "대학 가니까 재밌냐."

 "그냥 그렇지."


 너는 왜 연락도 한번 안했어? 묻고 싶었던 말을 간신히 삼키고선 단순 명료하게 물었다. 너는?


 "나는…"


 말을 하다 말고 김태형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얼굴이 별로 붉지도 않았고 말투 발음도 평상시와 같았기에 취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사뭇 내가 알던 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김탄소."


 그는 걸음걸이 속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시선은 그와 나란히 걷는 내게 일절 주지 않았고 오직 정면만을 향한 채였다.


 "넌 모르겠지만 나는 너한테 여름에 반했다."

 "……."

 "그래서 여름이 오고 더워질 때마다 너 생각이 나. 늙어서도 항상 그럴 거야. 그러면 형편없던 고2 때 내 고백도, 너한테 차이고나서 넌 이제 친구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던 찌질한 거짓말도 다 떠오르겠지."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쌓이고 또 쌓였던 걸 한번에 내려놓기라도 하듯 김태형은 말을 다시 이었다.


 "고3 시험기간 때, 수학 좀 알려달라고 너한테 전화왔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으면 그 비오던 날 우산도 없이 아파트 독서실까지 뛰어갔겠냐. 너가 얼마나 좋았으면 너 생일날 한번 웃게 해주겠다고 그 날 결승에서 춤을 다 추고. 너 남자친구 생겼을 때 남자친구 귀엽지 않냐고 해맑게 웃던 너 보면서 속으로 헤어졌으면 좋겠다 백번은 더 생각했어."


 스무살이 되고 그 날이 가끔씩 떠오를 때, 나는 내 스스로가 왜 그 기억을 종종 들춰내는 건지 궁금했다. 추억에는 분명 미련이 엉켜있었다.


 "좋은 대학에 가면 너 잊을 수 있을 거란 확신에서 공부했던 건데 캠퍼스 어딘가에도 너보다 예쁜 건 없더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 악물고 버텼는데 너 이름 세 글자만 봐도 이렇게 무너지는 걸 보면…"


 그리고 후회도 남아있었다. 나는 그냥 혼자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토록 몰래 좋아했던 김태형의 고백을 걷어낸 내 스스로가 싫어질까봐. 그 기억보다 더 이전부터 그를 짝사랑했던 나에게 뜬금없었던 그 날의 고백은, 분명 날아갈 듯 기뻤지만 결국 머지않아 잊혀져버릴 수많은 존재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그 조바심에, 미련에, 나는 몇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상하고 또 회상하는 거겠지.


 "아직도 나는 너를 좋아하나봐."


 말을 마친 김태형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다 발을 멈추고는 몸을 살짝 숙여 내게 눈높이를 맞추었다. 갑자기 그와 눈을 마주하기가 힘들어졌다. 오갈 데 없는 시선이 불안정한 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의 눈이 나를 끝까지 쫓아왔다. 아. 심장이 쿵쿵댄다. 간질거린다. 견디기가 힘들다. 나는 한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가볍게 밀어내며 뭐야. 혼잣말 하듯 아무렇지 않은 척 흉내를 냈다. 나는 내 손바닥으로 채 가려지지 못한 그의 얼굴 부분 부분을 잠시 살피다가 일련적인 충동에 손을 단번에 치우고 그 위에 키스했다. 누군가 나를 이끄는 소리가 들리면 그건 분명 너의 입술이리라.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헐 대박... 진짜 아련하고 좋아요...
7년 전
shipley
감사해요 ㅎㅎ !
7년 전
독자2
헐.... 대박 ... 윽 ... 내 심장 ... !
7년 전
비회원113.18
와 ㅠ 라퓨타 보고 들왔는데 문체가 완전 제 스타일이에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흡 넘 담백하고 좋네여
7년 전
독자4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파트뿌셔 지구뿌셔
너무 설레요...

7년 전
독자6
어머? 세상에!
나 왜 안 남녀공학이지ㅠㅠㅜ
엉엉 태형아ㅠㅠㅜ 설레는구나!

7년 전
비회원172.174
아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작가님이 계셨는 지 오늘 처음 알았네요! 잘 보고갑니다 문체도 담담하고 담백하니 좋네요 꺄하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139 shipley 03.04 18:5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127 shipley 02.27 00:24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1121 shipley 01.10 21:5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107 shipley 01.07 19:48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96 shipley 01.06 05:4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88 shipley 12.09 22:4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76 shipley 12.07 21:44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610 shipley 11.06 19:1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58 shipley 10.29 13:16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너에게 반한 여름이 돌아왔다7 shipley 08.28 11:1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49 shipley 08.20 13:2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金泰亨5 shipley 08.15 12:0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311 shipley 08.15 04:2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28 shipley 08.14 01:00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석진] 라퓨타, 천공의 성 0113 shipley 08.13 04:45
트렌드 🔥
전체 인기글 l 안내
6/10 11:36 ~ 6/10 11:3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