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한 기억인데, 어렸을적 나에게 동생이 있었던 것 같다. 짙은 눈썹, 쳐진 눈과 새까만 눈동자를 가진 동생이. 정확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비오는 날이면 가끔씩 그 아이에 대한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가끔 엄마에게 나에게 그런 동생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웃기지 말라며 내 볼을 꼬집으시곤 했다. 이상하다. 이 기억들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다 머리를 부시시 비비곤 이불에 얼굴을 파묻혔다. 에잇 됐다. 신경쓰지말자, 정우리.
"우리야, 나가서 반찬 좀 사와"
내일 며칠간 집을 비운다던 엄마는 뭐가 그리 불안한지 안절부절이더니 한밤중에 이런거나 나에게 시킨다. 영희이모가 챙겨주겠대, 지금 얼른 받아와. 그렇게 말하시는 엄마의 표정에서는 초조함이 잔뜩 묻어져 나왔다. 아, 내일 가면 안돼? 엄마? 한껏 애교를 피우며 투정을 해볼까 하다가 엄마의 표정을 보니 뭔가 사정이 있을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급하게 모자를 찾아썼다. 엄마는 나에게 지폐 몇장을 건내주면서 "반찬만 받아와" 라고 당부하셨지만 절대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을 엄마는 이미 알고 계셨을 것이다.
나는 신나게 발걸음을 밖으로 옮겼다. 사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해서 아까 낮부터 나오고 싶었지만 딱히 나올 구색이 없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크. 그래도 이제서라도 이렇게 나오니 좋네!
"날씨 조오타!"
나는 아저씨처럼 말을 내뱉곤 심호흡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비 냄새를 맡았다. 이제 가을이 다가와서 그런지 조금 쌀쌀했지만 어차피 오래 밖에 있을게 아니니까 괜찮았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가볍게 집 앞 대형마트로 향했다.
"누나!"
내 뒷통수에서 어떤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찌나 우렁차던지 나를 부르는게 아니란걸 알면서도 뒤를 돌아봤다. 한 남학생이 학교 앞에서 누나로 추정되는 사람한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야자 끝난 고딩에게 우산을 가져다주러 온 모양이다. 그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나도 잘생기고 귀엽고 말도 잘 듣는 남동생이 있으면 저렇게 마중 나와 줄 수 있는데…. 나는 그렇게 영영 이뤄질 수 없는 상상을 하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됐다. 남자친구나 사귀자.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학교 앞에 있던 다른 남학생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눈빛이 무슨 길 강아지,아니. 야생 강아지(?) 같은 눈빛에 쫄아 눈을 금방 피해버렸다. 요즘 고딩들은 무서워.
.
농o마트에 도착하고 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밝은 조명과 마치 냉장고에 있는 것 같은 프레쉬함. 천국이 있다면 그 곳은 농o마트가 아닐까. 심부름까지 왔는데 곱게 라면만 사가면 내가 아니다. 아, 한동안은 집에 있을거고. 집에 있는 동안 열심히 자기 개발을 할거니까, 당이 필요 하겠지? 그렇담 젤리를 먹어줘야지. 나는 앞에있던 1+1을 하던 젤리팩을 덥썩 집어 들었다. 행복하다. 아빠도 없고 1+1 이니까 덜 혼나겠지. 헤헤. 나는 젤리를 장바구니에 담고 아주머니께 주신 70%라는 딱지가 붙은 이것 저것 반찬을 받고나서 카운터로 향했다.
"6520원입니다"
계산원의 경쾌한 목소리에 나는 당당히 카드를 내밀었고 계산하는 사이 앞에 있던 스푼을 넉넉히 챙겼다. 계산 되셨습니다, 손님. 소리와 함께 카드를 지갑에 넣자 마자 젤리를 까며 마트를 나왔다. 비는 더 우렁차게 내렸고 그딴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 앞에 젤리가 가장 중요할 뿐. 난 목에 우산을 대충 걸치곤 젤리를 마저 먹었다. 비싼 젤리는 다르다. 안에 과일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세상 행복하다.
발걸음을 천천히 하고 냠냠 맛있게 먹으며 길을 걸으니 어느샌가 그 고등학교가 보인다. 그 남학생은 이제는 유리창에 기대어 밖을 보고 있었다. 집에 안가나. 날씨도 추워 하복을 입고 있는 그 남자아이가 신경쓰였다. 그렇다. 나는 프로오지라퍼였다. 아휴, 뜨겁게 데여봐야 정신을 차리지. 나는 그렇게 내 머리를 쿵쿵 치면서도 그 남자아이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발걸음아 제발 멈춰. 정신차리고 발걸음이 멈췄을때는 이미 늦었었다.
"…"
"어, 음, 어. 집 멀어요? 저 이 근처 사는데, 괜, 괜찮으면 데려다줄까요?"
남자애가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계속 날 쳐다본다. 싫으면 당장 싫다고 욕을 해. 당장 네 앞에서 꺼져 줄 수도 있어. 나는 속으로 빌고 빌었다. 그 남자애가 거절하기를.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90% 확률로 거절 할 것 같아 순간적으로 뱉어본 말이었다. 그런데 세상에.
"좋아요"
아 나한테 왜그러는거야. 정말.
-
처음으로 방탄 픽 내는 방우리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여기서 끊고 싶지 않았는데 더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끊게 되네요. 윽, 아직 아무내용도 안나왔는데!
원래 진지한 것만 쓰다가 여주 성격이 밝은 성격을 쓰려니 고민이 많네요. 문체 자체를 바꿔야할지.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 궁금합니다. 너무 길어서
읽다가 포기하시는 건 아닐까 고민 돼요ㅠ.ㅠ 다들 읽어줘서 고마워요. 댓글 달아주면 더 고마울 거예요. 흑 금방 2화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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