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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 보통의 순간 | 인스티즈 

  

 

  

  

보통의 순간  

w.헬로됴  

  

  

  

  

  

  

  

  

  

  

  

  

  

  

"도착했어, 지금 들어간다"  

  

  

  

  

끊긴 전화와 함께 두 손을 자켓 주머니에 넣었다. 날씨는 갈수록 서늘해지고 있었다. 와인색 부드러운 목도리에 얼굴을 묻고 느리게 걸었다. 소소하게 걸린 목재 팻말이 입구를 가리키고 있었다.   

  

[강준호 사진전]  

  

친구놈의 사촌 형이 사진전을 열었더랬다. 종종 말하지 않았나 싶다. 미친듯이 공부만 하더니 명문대를 갔다던 사촌형이 이제사 늦바람이 불어 사진에 목을 맨다고 했던가. 그리고 휴학계를 내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고. 그러길 몇년, 사진전을 연 것이다. 네임드 있는 작가는 아니였지만 강준호라는 사람은 제법 사람들 사이에 '명문대학도 포기하고 사진을 선택한 로맨틱한 사람' 으로 화자되기도 했다. 열개 남짓한 돌계단을 내려와 입구에 섰다. 자동문이 열리며 주황빛 조명을 밝히고 있는 내부가 드러났다.   

  

  

  

  

  

  

"도경수, 여기!"  

  

  

  

  

  

데스크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놈이 보였다. 형을 도와 일을 하는 모양이었다. 목에 그럴듯하게 명찰을 단 본새가 그랬다.   

  

  

  

  

  

"아늑하니 좋다 야"  

"그렇지? 2년간 준비했데"  

"그럼 난 구경좀 하고 올게"  

"아, 3코스 까지 있으니까 오른쪽부터 돌아보면 된다"  

"응. 수고해"  

  

  

  

  

  

  

돌아서려는 내 팔목을 쥐는 손이 있었다. 고개를 틀자 손에 팜플렛 하나를 얹어준다. 방 마다 테마가 다르니까 참고할겸 가져가- 한다.   

  

  

  

  

  

  

  

  

  

  

  

  

  

  

  

  

  

처음 들어선 코스의 테마는 '사랑' 이었다. 매우 진부한 소재임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노부부가 서로의 손을 잡은 모습이라던가 임신한 엄마의 배를 끌어안고 잠든 여자아이라던가. 내가 생각했던 클리셰의 틀을 깨는 넓은 범위의 그런 것들이었다. 다른 테마방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선 나는 '사랑' 의 마지막 사진을 올려다 보았다. 두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서로를 보며 웃고있는 그들에게 발이 묶여 한참을 서있었다. 작품제목은 '우정'.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우정 앞에서 나는 미련없이 걸었다.   

  

두번째 테마방에는 사람들의 수 많은 표정이 있었다. 어떤이는 웃었고 다른 어떤이는 화를 내고 있었으며 또 어떤이는 잔뜩 울상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당신' 이라는 작품과, 작품 옆의 거울을 보며 내 얼굴과 작품속 얼굴을 비교하다가 설핏 웃음을 터뜨렸다. 무표정한 모습이 너무 똑같아서 웃었다. 다음 사진을 보고 난 후의 반응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의 당신'. 사진 속 웃는 모습과 내 얼굴이 겹쳐졌다. 테마방의 이름을 확인한건 더 나중의 일이었다. '당신'. 너무나도 꼭 들어맞는 이름이라 생각했다.   

  

마지막 방에 들어가기 전, 이번에는 제일 먼저 테마를 확인했다.   

  

'3관-살아가면서 지나쳐버리는 순간들'  

  

너무도 당연하게 지나친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특별하게 추억되는 것들이 아니라, 이런적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의 사소함. 그런 사진들이었다. 친구의 눈을 바라보던 순간, 누군가를 기다리며 폰을 만지작거리던 순간, 길을 걷다 잠시 멈춰 섰던 그 순간. 그리고 나는 지금껏 본 중 가장 작은 사진 앞에 멈췄다. 손바닥만한 사진안의 카페 테라스.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웃었다. 회색의 코트에 와인색 부드러운 목도리를 맨 남자와 검은색 자켓을 입은 남자. 살아가면서 지나쳐버리는 순간들. 사소함에 곧 잊어버리고 마는 그런 순간들. 우리는 그 순간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마치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이, 당신에게서 곧 잊혀지듯 그렇게 지나쳐간다. 회색 코트에 와인색 목도리를 동여 맨 변백현과 검은 자켓을 입은 도경수가 잊혀진 것 처럼. 

 

제목은 '보통의 순간'. 변백현과 도경수의 사소하게 잊혀진 순간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보통의 순간.   

아까부터 갑갑하게 조여오던 목도리에 다시금 얼굴을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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