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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준] 近親 | 인스티즈   

[EXO/세준] 近親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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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우리 집안은 참 평범했다. 무뚝뚝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와 상냥한 어머니, 누가 시킨 적도 없고 가르친 적도 없는데 조용히 사고 한 번 안 치고 제 할 일에 몰두하는 형, 그리고 그 모든 걸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방관하며 자라온 저까지. 정말이지 누가 보면 따분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집은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그 공간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형인 너를 지켜보는 일 뿐이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났던 우리였기에 처음엔 그저 동경이라고 생각했다. 어릴적 저는 항상 웃는 얼굴로 부모님과 저를 대하는 형이 참 좋았다. 세훈아, 하고 다정하게 불러오는 목소리가 감미롭고, 또 예뻤다. 두 팔을 벌리고 이리 오라 속삭이는 그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네게 느릿하게 걸어가 안기기에 바빴다. 세훈아, 형은 세훈이가 참 좋아. 제 등을 토닥이며 나긋하게 읖조리는 형의 등에 팔을 두르며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응, 나도 형이 많이 좋아.    

   

   

    

그렇게 싸움 한 번 한 적 없이 사이 좋게 자랐던 형과 제 사이는 제가 조금씩 성장해 갈수록 점점 멀어져 갔다. 제가 중학생이 되던 날, 형은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 여전히 제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아직도 저를 어린아이 다루듯이 대했다. 형은 그대로였다. 변한 것은 저 하나였다. 이전과는 다르게 형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였고, 가끔 낯선 사람을 집에 데려오는 날에는 이상할 정도로 짜증이 나고 기분이 저 밑으로 곤두박칠쳤다. 그 사람을 보며 환하게 웃는 형의 모습을 볼 때면 어딘가에서 끓어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에 괴로워했다. 형이 저한테만 웃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저는 하루에도 몇 십번씩 형에 의해 기분이 뒤바뀌고, 저도 모르게 제 일상의 절반이 넘는 것이 모조리 형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문득 저는, 제 자신이 무서워졌다. 아, 내가 형을 사랑하고 있구나.    

   

   

    

제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이미 형과 저는 한 집 식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이가 서먹했다. 제 마음을 알아차렸을 때부터 저는 필사적으로 형을 멀리했다. 일부러 반 여자애들과 어울리고 생전 만들 생각도 않던 여자친구를 수시로 바꿔가며 사귀었다. 형은 적잖게 놀란 듯 했다. 왜 그러냐며 자기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이냐고 매일 밤 제 방에 들어와 물어오는 형에게 저는 그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까만 동공이 금방이라도 물기가 어릴 듯 위태로웠다. 애석하게도 저는 그 때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형은 다시 제 방에 찾아오지 않았다. 잘 된 것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러도 마음 한 구석이 갑갑하고 침울했다. 이제와서 형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한심해졌다.    

   

   

   

    

그 후로 1년이 지나고 2학년의 겨울을 맞이할 때 즈음, 저는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하루하루를 형 때문에 아파하던 제 자신이 점점 잊혀져갔다. 복잡하던 여자 관계는 이미 정리한지 오래였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꽤 좋았다. 형도 이제는 저를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저는 이제 완전히 형을 잊었다고 생각했다. 오세훈, 집에 가자. 익숙한 친구의 목소리에 웃으며 학교를 나섰다. 분명 겉옷을 챙겨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운 날씨 덕분에 몸이 저절로 웅크려졌다. 오늘은 유난히 바람이 찼다. 친구와 헤어진 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더욱 빨리한 저는 얼마 안 되어 제 행동을 후회했다. 집 앞에서 형이 여자와 키스를 하고 있었다. 가슴이 불규칙적으로 뛰고 호흡이 가빠져갔다. 제가 차마 인식하기도 전에 이미 저는 형에게서 그 여자를 떼어낸 후였다.    

    

   

   

죄송합니다만, 다시는 저희 형한테 연락 하지 말아주세요.    

   

   

   

    

뭐하는 짓이냐며 제게 손목을 잡혀선 꼼짝도 못 하는 형을 뒤로한 채 여자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여자는 제 말을 듣고 당황한 듯 저와 제 형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집 반대쪽 골목길로 뛰어갔다. 그제서야 형이 제 손을 뿌리쳤다. 형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작게 한숨을 쉬며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형이 뭐라고 하든 저에겐 들리지 않았다. 한참을 그대로 서 있다가 얼굴을 들고 형을 똑바로 마주봤다. 저 여자 뭐야. 누군데. 시선을 맞춘 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감추며 또박또박 말했다. 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형의 얼굴이, 지금 이 순간에는 그동안 공들였던 탑이 순식간에 무너진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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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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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분위기 대박이다...다음글 기다릴게요 근친이라니ㅜㅜㅜ신알신이요 ㅜ수정하셔서 앞에 [EXO/세준] 이렇게 붙이셔도 되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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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그렇군요 글 올리는 건 처음이라 아직 많이 미숙해서..하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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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사진부터 핥어택이네요! 작가님 담담한 문체가 참 좋습니다..그 덕에 감정선이 더 잘 드러나는 느낌이에요^.^ 이번글은 단편인가요? 뒷이야기가 있다면 뒷이야기를, 그렇지 않다면 작가님의 다른 글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글 잘 보고 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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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이렇게 길고 성의있는 댓글이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ㅜㅜ 독자님덕에 초심이 다시 솓구쳐오르네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_^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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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덤덤한듯 복잡하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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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준면이와 세훈이가 형제라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써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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