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머신 이석민 X 진지충 김세봉 7
W. 도래호
안녕? 세봉이야.
지금 내가 좀 난처한 상황에 처해있어.
오늘 2시 약속에 이석민이랑 같이 나가기로 했는데,
내가 무려 1시 46분에 일어난거 있지.
휴대폰 볼 생각도 못하고 부랴부랴 머리 감고 나오니까, 이석민이 우리집 소파에 앉아 수박을 먹고 있더라고.
"너 뭐야. 언제 들어왔어?"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하셔서. 얼른 준비해."
아무래도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이석민이랑 집을 나서던 엄마랑 때마침 마주친 모양이야.
우리 엄마야, 이석민이면 껌뻑 죽으니까 당연한 결과일지도….
하여튼 이런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여서, 개의치 않고 방으로 들어왔어.
착착, 화장을 대충 하고 옷을 고르려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는거야.
"되게 자연스러웠던 거 알지? 나가."
"아 옷 골라줄거야."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서 이석민이 하는 짓을 보고만 있었어.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골랐는지 망설임 없이 집어드는거야.
그래서 얘가 뭘 골랐나 싶어서 봤더니
"왜 그냥 히잡을 쓰라고 하지?"
"이게 진짜 이쁠 거 같아서 그래!"
청스키니에 흰색 후드티를 내 앞으로 내미는거야.
오늘 28도라고 그러던데.
이걸 보수적이라고 해야돼, 아니면 미련한거라고 해야돼.
이석민이 골라준 옷은 쿨하게 버리고 내가 직접 옷장 앞에 섰어.
대충 눈에 보이는 짧은 바지랑 7부 티셔츠를 골라드니까, 이석민이 내 팔목을 잡는거야.
"그럼 이렇게 하자."
"뭘 이렇게 해?"
결국 이석민이 고른 청스키니랑 내가 고른 7부 티셔츠를 입기로 합의?를 봤어.
이석민을 방에서 내보내고 옷을 입으면서도 이게 맞는건가 찜찜하더라고.
내가 왜 이석민이 골라주는 옷을 입고 있어야하는 거지?
그보다 저새끼는 왜 저렇게 보수적인거야.
오만가지 생각과 함께 옷을 다 입고 방 밖으로 나오니
소파에 앉아있던 이석민이 벌떡 일어나는거야.
그 액션에 내가 다 놀라서 뒤로 주춤 물러나니까, 환하게 웃으면서 내 팔목을 잡아끌더라고.
"가자."
그 미소에 순간 넋이 나가서 그렇게 끌려나갔던 거 같아.
나올 때 언뜻 시간을 봤던 거 같은데, 2시… 25분 이었나?
"뒤질래. 진짜!"
"아, 미ㅇ…"
"미안미안. 내가 점심 쏜다!"
이석민이랑 같이 도착한 맥날 앞에는 전원우랑 부승관, 김민규랑 권순영이라는 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
김민규 표정을 보니, 앵간히 기다리다 지친 모양이더라.
나때문에 늦은 거니까, 일단 사과라도 하자 싶어서 먼저 입을 떼려는데 그세 이석민이 선수를 친거야.
내 손을 잡아 자연스럽게 뒤로 빼면서 김민규를 달래는데, 내가 입 뻥끗할 시간도 없었어.
"넌 오늘 지갑 털릴 준비해라;"
점심 쏜다는 말에 풀린건지, 새침하게 뒤돌아 맥날 안으로 들어가는 김민규였어.
김민규 뒤를 따라 나머지 애들이 들어가고,
잡고 있던 이석민 손을 끌어 뭐하냐는 거냐고 물으니까
"들어가자! 나 배고파."
눈도 깜짝 안하고 날 끌고 안으로 들어가는 거 있지.
저게 오늘 아침으로 능구렁이를 잡아먹고 왔나.
아무튼 여차저차 김민규 마음대로 주문을 하고, 이석민이 다 계산을 하게 됐어.
"육만이천삼백원입니다."
"아, 저기 상하이디럭스세트 하나는 베토디로 바꿔주세요."
자리 잡겠다면서 위로 올라간 나머지 빼고, 계산대에 이석민과 나란히 서있었는데
갑자기 메뉴 하나를 바꾸는 이석민을 올려다봤어.
알바생이 메뉴를 바꾼 후에야, 이석민은 자기 카드로 계산을 하더라고.
"김민규가 시킨대로 사는거 아니였어?"
"너 베토디만 먹잖아."
햄버거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메뉴 바꾼 이유를 물어보니, 당연하게 돌아오는 대답에 할 말이 없었어.
얘는 별 걸 다 기억하네. 사람 무안하게.
뻘쭘해서 헛기침을 하며 다른데로 시선을 옮기니, 옆에 선 이석민이 개구지게 웃으며 내 쪽으로 몸을 기대더라고.
"나 엄청 기특하지?"
"뭐라는거야. 더우니까, 저리가."
"이럴 땐 좀 잘했다고 해주라."
*
햄버거를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가니, 제일 시끄러운 끝 쪽 자리가 단번에 눈에 띄었어.
이석민을 따라서 그 쪽으로 가니, 왜인지 네명 모두가 나를 보고있는거야.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 노골적인 시선에 웃지도 못하고 서있는데
"야야, 권순영 맞지?"
"진짜 이석민이랑 사귄다고?"
"맞다니까!"
아니 이게 또 무슨 소리야.
권순영이라는 애를 툭툭 치면서 눈짓하는 김민규며
나와 이석민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 권순영이라는 애며
하나 같이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데,
이석민이 갑자기 보라는 듯이 나를 끌어 제 옆에 앉히는거야.
"얘 체하겠다."
"와, 대놓고 막 걱정하고 그러냐?"
"그럼 걱정 되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몫의 햄버거를 내 앞에 내려놓고 콜라에 직접 빨대까지 꽂아준 다음에
자기 몫의 햄버거 포장을 벗기는 이석민이었어.
너무 덤덤한 그 모습에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고개를 돌려 이석민을 바라봤는데,
그놈의 귓바퀴가 거의 터지기 일보 직전인거야.
"와, 이새끼 완전 사랑꾼 다 됐어! 챙겨주는 거 봤냐?"
"그래서, 난 널 챙겨주려고. 자 민규야."
"꺼져. 부승관 징그러운놈아."
이석민 행동에 저들끼리 깔깔대며 서로 때리고 아주 난리가 났어.
그 와중에 아무 말이 없는 전원우가 신경쓰여서 힐끔 봤는데.
입꼬리를 당겨 웃고만 있을 뿐, 더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더라고.
뭔가 마음이 복잡해져서 옆에 있는 콜라를 당겨와 빨대를 입에 물려고 하려는데,
"왜?"
내 손보다는 옆에있던 이석민 손이 더 빨랐어.
찰리소스가 가득 묻혀진 너겟을 내 입 안으로 그냥 우겨넣더라고.
입 안에 너겟 때문에 뭐라 말도 못하고, 황당해서 이석민만 쳐다보는데
"맛있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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