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sweet pumkin
2
박찬열과 변백현이 엄청나게 노력해서 차려준 것 같아보이는 밥상은 엄청 맛이 없었다. 아니, 박찬열은 어떻게 저런 요리실력으로 자취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게 더 낫겠어. 그래도 나는 밥 차려준 노력이 가상해서 밥을 다 먹었다. 계란말이는 하나도 안 말아져 있고, 고기는 저게 고기가 맞는지 의심된다. 이 걸 먹으라고 준 너네 제정신이야? 이거 먹으라고 만들어 준 거 맞아? 너네 눈에는 이게 먹을 수 있는걸로 보이냐? 너네 둘 다, 요리에 원수졌어? 아니 무슨 먹을 만한 음식을 가지고 와야할 거 아냐. 이게 뭐야. 너네 둘은 진짜, 진짜, 진짜로. 결혼해서 요리 잘하는 부인 만나야겠다. 아니면 너네는 아마 굶고 다녀야 할꺼야. 이런 음식 계속 먹다가는 진짜 병원에 실려갈 것 같거든. 그건 그렇고 나, 너무 많이 먹었나. 배가 뽈록해졌다. 너네가 진짜. 거지같은 요리 솜씨로 많이 만들어서 그래. 만들어준 노력이 가상해서 계속 꾸역꾸역 먹었잖아. 그런 내 배를 보며 변백현과 박찬열이 키득거린다.
"아기 배네 경수 배."
참나. 누구는 배 안나온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너네는 배 없는줄 아냐? 너네도 만만치 않거든. 원래 사람은 너무 말라서도 매력없어. 너네 지금 아가배 무시해? 너네 오세훈한테 다 이를꺼야. 내가 저번에 봤는데 오세훈은 겉으로는 엄청 말라보이는데 복부비만이야. 내 앞에서 배 까서 한번 만져봤는데, 오세훈 배 진짜 말랑말랑해. 진짜 말랑말랑해서 찹쌀떡 같아. 너네 진짜, 아가배 무시하면 오세훈한테 다 일러버린다. 그러니까 내 배 뭐라하지말고 조용히해.
하지마라고 짜증도 내고 발광을 쳐도 한참을 내 배를 쪼물딱 거리던 변백현이 갑자기 집에 갈 생각인지 배를 만지던 것을 관두고 일어나 짐을 챙긴다. 오늘 안 자고 가게? 박찬열의 물음에 변백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집에가서 자야지. 요즘 집에 제대로 간 적이 없어.
"너 어제 또 외박했어?"
"어어. 외박이라고 해봤자 박찬열 집이잖아."
"너 집에좀 들어가."
"그래서 오늘 들어가잖아."
변백현은 자기 집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게 틀림없다. 나는 자취해서 그런지 집에 가고싶은데. 변백현은 매일매일이 외박질이다. 진짜 집에 들어가는 꼴을 못봤어. 집에좀 들어가. 나 집에 못가게 했으니까, 너라도 집에 얼른 가라. 너 진짜. 그러다가 나중에 자취해서 엄마 보고싶다고 울껄? 진짜 내가 장담한다. 그러니까 외박좀 그만하고 집에좀 들어가라 제발.
"경수 너는 어떡할래?"
나한테 묻는 박찬열의 말에 나? 나는 너네집에서 자고갈래. 라고 답했다. 여기서 내 자취방으로 가는 것도 귀찮고. 내일은 주말이니까, 박찬열 집에서 자다가 내일 오후에 느긋하게 가야지. 배부르고 시원해서 그런가 몸이 축축 쳐진다. 아 노곤노곤해. 내 자취방엔 에어컨이 없는데 박찬열 자취방엔 에어컨이 있다. 내 자취방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마냥 박찬열이 부럽다. 진짜, 박찬열은 돈이 썩어도나보다. 사실 박찬열은 매 끼니마다 시켜먹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저 음식실력으로 살아남았지. 진짜 그런가? 그래서 자기 요리실력도 모르고 나한테 계란말이 해준건가. 그래도 나는 시켜먹는 것보단 씨리얼 먹는게 더 좋아. 아, 근데 갑자기 생각났는데. 물고기 아침밥 밖에 못줬는데 어떡해. 설마 굶어 죽진 않겠지…. 물고기야 조금만 버텨. 내가 내일 집에가서 밥 줄께. 지금은 내가 너무 귀찮아서 안되겠어. 미안.
"와, 도경수 지금 오빠 버리고 여기서 외박을 하겠다고?"
"니가 왜 오빠야. 빨리 집에나 가."
"도경수가 바람을 피운다는데 내가 어떻게 집에 가. 경수야. 오빠 집에가서 자자. 어?"
"아 싫어. 귀찮아. 나 찬열이 집에서 잘거야."
참나. 변백현 내가 너네집에 갈 거였으면 우리집에 갔지. 내가 왜 안가고 박찬열 집에 있는데. 귀찮아. 몸이 노곤노곤하고 막 그래. 졸려서 눈도 감길려고해. 엄마가 밥먹고 바로 자는 거 아니랬는데, 밥먹고 바로 자면 소 된다고 했어. 근데도 잠온다. 아 그리고 변백현. 니가 왜 오빠야. 됐고, 말 걸지마. 나 졸려서 잘거야. 씻고 양치도 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는데 왜이렇게 졸리지. 그러니까 나 잘래. 설마 내일 뿅하고 소가 되어있진 않겠지. 아 몰라 몰라. 나는 졸려서 잘꺼니까 찬열아, 백현아. 너네가 알아서 옷도 갈아입혀주고 이불도 덮어주고 다 해줘. 나 여름이라고 해서 이불 안 덮고자면 감기 걸리니까.
*
결국 나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그래도 다행인게,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찬열이가 옷도 갈아입혀주고, 침대에다 눕혀줬는지 옷도 잠옷으로 갈아입혀져 있고 뽀송뽀송한 침대에 누워있다.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는 거라서 나는 찬열이의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아 좋아. 이불도 까끌한 여름이불 말고 부드러운 이불이라서 더 좋다. 보들보들해. 자고 일어난 지 얼마 안돼서 그런가, 또 다시 잠이 쏟아진다.
"도경수. 그만 자고 일어나서 밥먹어."
찬열아 뭐라고? 밥? 너 설마 어제 그 실력으로 또 밥한 거 아니지. 나 또 그 밥 먹으면 진짜 체할지도 몰라. 안먹어. 차라리 안먹을래. 그냥 우리 시켜먹는 게 어때. 아, 아침부터 배달음식은 좀 아닌가.
"너 좋아하는 씨리얼이야. 우리집에 초코씨리얼 있어. 초코씨리얼에 우유 말아먹어."
"첵스?"
"어. 그거. 그러니까 빨리 식탁가서 먹어."
첵스? 첵스 초코? 진짜? 티비에서 광고하는 그 첵스 초코? 그게 박찬열 너네집에? 거짓말 치는거 아니지? 신난다. 어제는 호랑이 기운이었는데 오늘은 첵스네. 첵스는 초코맛이라서 계속 먹으면 질려서 내 돈 주고는 잘 안사게돼서, 먹는 날이 드문데. 아, 오랜만에 먹는거니까 두그릇 먹고 가야지. 너네집에서 점심도 첵스로 먹고 갈래. 아, 신난다. 찬열아 이제 내가 너네집 오면 이런것만 줘. 너네집에서 밥 안찾을게. 첵스. 첵스. 첵스. 맛있는 첵스 초코.
나는 그대로 침대에서 굴러다니는 것을 멈추고 식탁으로 달려갔다. 신난다. 찬열이가 미리 식탁위에 그릇이랑 숟가락이랑 우유랑 첵스를 올려놨다. 예쁜놈. 근데 그릇좀 큰 거 주지. 이렇게 쪼그매서 누구코에 붙여. 와르르르. 초코 씨리얼을 그대로 그릇에 쏟아 붓고, 우유도 넣었다. 헤헤. 맛있겠다. 한 입 먹고 신나서 있는데, 씨리얼이 그렇게 좋아? 하고 찬열이가 묻는다. 응. 찬열아 니가 먹어보고도 그런말이 나와? 어떻게, 이렇게 맛있는 씨리얼에 안 반할수가 있어.
"어제 변백현이 나한테 짜증 부리고 갔어. 왜 니가 우리집에서 자냐고."
"참나. 지가 무슨 상관이야."
뜬금없이 박찬열이 변백현 이야기를 한다. 웃겨, 변백현. 진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변백현은 좀 이상해. 예전부터 느끼는 거긴 했는데, 좀 이상해. 이상한거로 간섭하기도 하고. 내가 예전에 그렇게 미팅 해달라고 졸라도 안해주더니 어제는 무슨 심보로 해준다는 거야. 청개구리도 아니고 진짜 이상해. 그럴거면 나 새내기때 그렇게 그렇게 해달라고 했을때나 좀 해주지. 나중에 변백현 보면 한대 쎄게 때려야겠다. 날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기분 나빠. 흥. 거지같은 변백현.
"딴 생각 하지말고 씨리얼이나 마저 먹어. 퉁퉁 뿔겠다."
"알았어어."
그래. 괜한 생각에 시간낭비 하지말고 내 앞에서 먹어달라고 조르는 씨리얼이나 마저 먹어야겠다. 내가 너네를 두고 한눈을 팔다니. 미안해, 첵스 초코야.
"언제 집에 갈거야?"
"모르겠어. 오늘 할 것도 없는데. 느긋하게 갈까."
"그럼 저녁까지 이따가 가. 이따가 세훈이 온다고 했어."
"오세훈은 갑자기 왜?"
"술한잔 하자고. 너도 마실래?"
"안마셔."
첵스 초코를 다 먹고 할 일 없이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자꾸만 박찬열의 핸드폰에서 카톡 카톡 소리가 들린다. 아 확인좀 해. 내가 짜증을 내니까 박찬열이 확인을 하더니 오세훈이 저녁에 술 한잔 하자고 이리로 온다고 말한다. 너도 마실래? 술? 안해. 나 술 잘 안마시는거 알잖아.
근데 있잖아. 내가 진짜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찬열아. 너는 어떻게 미팅 덕후랑, 술 덕후랑 친구인거야? 변백현이 진짜 사람 짜증나게 해도 짜증 한번, 화 한번 안부리고. 오세훈이 술마시자면 그저 좋다고 헤헤. 너네는 어떻게 친구가 됐지. 궁금하다. 아니 근데, 나도 너네 친구니까 똑같은건가. 흠. 그래도 나는 미팅나가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술은 무슨 맛으로 마시는지 모르겠어. 오세훈은 진짜 술만 있으면 안주도 안먹고 술술 잘만 넘기던데 나는 그게 안돼. 쓰고, 맛없고. 그걸 어떻게 먹지? 그러니까 나는 안마실래. 아. 오세훈이 안주 사오려나. 진짜 할 것도 없는데 저녁까지 있다가. 오세훈이 사오는 안주나 먹고 집에 가야겠다. 사이다도 사오라고 해야지. 너네는 술마시고 나는 사이다 마실래. 술도 진짜, 진짜, 싫긴 하지만. 손가락만 빨고 있는건 더 싫으니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대홍수 현상 진짜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