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들다>
"하아…. 진짜 미치겠다…."
졸업작품에 몰두하던 보검은 끝끝내 작업실 한편 간이침대에서 기절해버렸다.
요즘 따라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자꾸 눈에 여인이 아른거리고, 붓은 여인의 곡선을 그려내고 있었다.
보검은 이리저리 해답을 찾으려 하다 자신의 붓이 문제라고 제멋대로 생각해버렸다.
이윽고 보검은 아무렇게나 가방을 꾸리곤 선생님의 붓을 빌리러 무작정 선생님의 작업실로 향했다.
"선생님, 저…."
"들어와."
"저인 거 어떻게 아셨어요?"
"선생도 아닌데 나한테 선생이라고 부르는 녀석이 너 말고 또 있니."
작디 작은 작업실 한켠에 놓인 그녀가 그린 자화상을 바라보며 보검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저…. 선생님 붓 빌려도 될까요?"
"응? 내 붓은 왜. 저번에 보니까 네 붓이 훨씬 좋던데."
"이상하게 붓이 잘 안 드는 거 같아요. 붓이 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요."
"아직 새 붓이어서 그래. 붓은 길들여야 하거든. 너 붓 가져왔니?"
보검은 자신의 붓통을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보검의 붓 중 제일 굵은 붓을 꺼내 들어 유려한 손놀림으로 손등을 통해 붓결을 느끼기 시작했다.
벽 한편 작은 창에서 뿜어져 나오는 석양이 그녀의 손등을 비추고 있었다.
석양은 물감에 물든 그녀의 손을 더욱더 색감 있게 만들어주었다.
보검은 홀린 듯 가방 속 노트를 꺼내 무언가를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아."
"..."
"....검아?"
"..."
"보검아?"
"....어어, 어, 잠시만요. 으아!"
보검은 마치 어린아이가 찬장에서 엄마 몰래 사탕을 꺼내먹다 들켜버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당황한 듯 허둥지둥하며 공책을 주워 덮어버리고는 가방 위에 던져버렸다.
"뭐야, 뭐했길래 그렇게 놀라."
"…. 어 그….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때요? 제 붓?"
"음, 역시 아직 새 붓은 새 붓이다. 한참 써봐야 알겠는데?"
"아…. 그럼 붓 길들이는 거,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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