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해리포터 속 설정과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
'가장 순수한 혈통을 지닌 아이들만 가르치도록 하세.'
슬리데린의 창립자인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말에 따라 몇 백년이 지난 지금도 슬리데린 기숙사에는 순수 혈통의 아이들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머글 혼혈인 학생들도 많았지만, 몇몇 특출난 학생들 외의 대부분의 혼혈들은 스스로의 혈통을 부끄러워했다. 볼드모트가 '살아 남은 아이'에게 당한 이후로 줄어들었던 순수 혈통은 '마지막 전투' 이후로 더욱 줄어들었으며, 슬리데린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볼드모트의 눈을 피해 숨어 살았던 순혈들도 있기에 그들은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지만, 기숙사에서 말을 섞다 보면 혼혈인지 순혈인지 대충은 가늠할 수 있었다.
혼혈을 딱히 배척하는 건 아니지만, 역시 순혈과는 격이 다르다고 할까. 특히 방학 때나 휴일에 머글 세계에 다녀오는 학생들에게는 머글 특유의 냄새가 나버리니까 티가 날 수 밖에 없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다른 기숙사들에게 으시대면서 슬리데린이라고 입방정을 떠는 것이 너무 싫었다. 슬리데린의 격이 떨어지잖아. 매년 반장들이 신입생들을 모아놓고 얘기하지만, 꼭 그런 아이들이 있으니까.
"안 가면 안 돼?"
"호시 형이 잡으러 올걸."
"..그래."
우리 편이라고 인정하면 서로를 끊임 없이 챙겨주는 슬리데린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단체 행사는 한 번씩 빠지고 싶은 날이 있었다. 오늘처럼. 석민이 책을 덮으며 기숙사 창문을 바라봤다. 호그와트 호수에서 헤엄치는 대왕 오징어가 보였다. 나가기 싫은 날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저 마법의 모자는 언제쯤 입을 다물까?"
"교장선생님 훈화보다 솔직히 심하지 않냐."
"야, 이석민. 왜 말이 없어?"
"그냥. 이번 신입생들은 어때?"
몇 년을 보는 광경이라 지루해질 줄 알았는데, 석민은 아직도 기숙사 배정이 신기하기만 했다. 몇 년을 공부해도 저 마법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이론으로는 어떻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이론은 이론일 뿐이었으니까. 석민의 말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신입생들을 바라보았다. 이번에 순혈은 많은 것 같아? 친구가 묻자 석민도 그들을 바라봤다. 그리핀도르 출신 넷, 래번클로 둘 있고. 나머지는 어디로 갈 지 모르겠네. 요새 모자도 애들 자유를 추구해주잖아.
"그리핀도르-!"
당연한 결과였다. 집안이 대대로 그리핀도르 출신인걸. 노란 머리의 아이가 배정받은 기숙사 자리로 가자 남은 것은 갈색 머리의 여학생 하나였다. 쟤만 끝나면 연회 시작이겠네. 배고프다. 석민이 가만히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인데. 순혈인가.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 중 석민에게 익숙한 얼굴은 대부분이 순혈이었으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여주, 한"
마법의 모자가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석민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여주를 향했다. 교수님들도 그렇고, 대충 모두의 표정을 보아하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둘 중 하나네. 꼭꼭 숨어 살았던 순혈 중 하나거나, 혼혈이거나. ...아, 아예 머글 출신일 수도 있었지. 어떤 가능성이든, 석민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제 저학년들과 별로 접하지 않는 학년이기도 했고, 얼른 배정을 끝내고 연회 음식을 즐기고 싶었으니까. 지금 석민의 머릿속에는 배고프다는 생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넌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후회하진 않을거야. 슬리데린-!!"
슬리데린? 자신의 기숙사가 나올 거라고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석민이 자리로 들어오는 여주를 바라보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학년들도, 그녀보다 먼저 배정된 신입생들도 모두 의아해하긴 했지만 우선 신입생을 환영해주었다. 묘한 정적이 흐르고 교장의 사무적인 연설이 끝난 후 연회가 시작되었다.
"순혈일까?"
"글쎄. 확실한 건 들어본 적 없는 이름,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라는 거지."
"호시 형은 어떻게 생각해요?"
석민의 질문에 일을 끝내고 돌아와 맞은 편에 앉아있던 호시가 입을 열었다. 글쎄. 배정 받기 전에 말해봤을 때 머글 같지 않기는 했는데. 어쩌면 정말 꽁꽁 숨어있던 순혈일지도 몰라. 정한이 형도 그랬잖아. 호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무도 정한이 형이 슬리데린일거라고 생각조차 못 하긴 했죠.
"이석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저도, 일단 두고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진짜 순혈이면 대단한 거고. 뭐, 혼혈이어도 대단한 거 아닐까요. 신입생 때부터 저렇게 머글 느낌이 안 나는 것도 능력이잖아요.
*
갑자기 취소된 퀴디치 연습으로 인해 시간이 붕 떠버렸다. 다른 친구들은 기숙사로 들어가거나 도서관을 향했지만, 어쩐지 기숙사를 들어가기가 싫어져서 석민은 간만에 학교 산책을 하기로 결심했다. 요새 불면증이 심해져서 조금이라도 걸으면 단잠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있었다. 오랜만에 돌아보는 학교는 익숙하지만 어색했다. 삶이 기숙사 교실 퀴디치 연습으로 가득해서 그런가. 고학년의 삶이란 참으로 단조로운 것이었다.
지나치게 따사로운 햇빛에 눈이 부셔 학교 안으로 들어왔다. 기숙사가 지하에 있고 그런 삶이 익숙해져 있다보니 햇빛을 오래 받는 게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시합 때야 버티면 되니까 상관 없지만. 몇 층이지도 세지 않고 올라가는데 어디서 울음 소리가 들렸다. 누가 또 머틀을 괴롭혔나. 재학생들이야 유령의 존재가 익숙하기도 하고, 그녀의 울음소리가 꽤 히스테릭해서 건드리지 않지만, 신입생들은 의례 행사처럼 유난히 머틀을 건드리곤 했다. 건드린다고 해봤자 만질 수도 없고, 기껏해야 책을 던져서 통과시키는 정도.
문제는 머틀이 우는 곳이 여자 화장실이 아닌, 남자 화장실이었다는 거지만.
달래주는 건 둘째로 치고 남자 화장실에 들어와 있으면 더 귀찮아질 게 분명하기에 우선 그녀에게 말해주려 화장실 문을 열었다. 세면대 끝에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고 당연히 머틀이거니 하고 말을 걸려는 찰나, 그녀의 몸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었네.
갈색 머리였다. 설마 걘가. 마지막 슬리데린. 저기. 석민이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수업 종이 울렸고 여주는 석민이 뒤에 있었던 것도 모른 채 그의 어깨와 부딪힌 채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자리에는 편지처럼 보이는 것이 떨어져있었다.
대충 편지를 훑어보니, 머글 언어인 터라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순혈이 아니라는 것. 머글 혼혈인가보군. 편지를 읽지 않은 채 그녀에게 돌려줄까 하다가 괜한 호기심이 일어 석민을 편지를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머글 언어 사전이 도서관 한 구석에 있던 것을 기억해낸 것이다.
*
그녀와 그는 도무지 접점이라곤 없었다. 고학년인 석민과 이제 갓 들어온 신입생인 여주. 그래서 그는 이 편지를 어떻게 돌려줄 지 굉장히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괜히 이상한 소문에 휘말려버리는 건 딱 질색이었다. 그것도 의문의 신입생이라 불리는 한여주와.
불면증 탓에 잠이 오지 않아 기숙사 쇼파에 앉아서 밤을 지새고 있는 석민의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자러 떠나고 휴게실에는 석민 하나 뿐이었다. 조용한 휴식을 즐기고 있던 그의 뒤로 누군가 기숙사 문을 열고 나타났다. 통금 시간 지난 지가 언젠데 누가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 건지. 석민이 고개를 돌리자 한여주가 눈에 보였다. 묘한 정적이 둘을 감싸고 입을 먼저 뗀 건 석민이었다.
"한여주. 맞지."
"네?"
저번에 이 편지 떨어트리고 간 거. 너 맞지?
석민의 손에 들려 있던 것은 방금까지 자신이 찾아 헤매던 그녀의 편지였다. 잃어버렸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아서 자신이 있었던 곳을 샅샅이 뒤지느라 늦어버렸는데. 저 편지가 접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저 선배 손에 들려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편지를 받으러 여주가 석민에게 다가갔고, 그가 여주에게 편지를 건네주며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거 알아? 네가 여기로 배정받았을 때 숨겨진 순혈이 아니냐고 말이 많았어."
"혼혈들한테서 나오는 머글 분위기가 없었거든."
"...그래, 순혈은 순혈이지."
"머글 순혈.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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