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엑스 1
2012 . 11 . 01 *Thursday*꽃망울
BGM Me&And The Other City :: 15 Min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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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는 양지와 음지가 있다. 양지엔 소위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평범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음지는 평범한 사람의 상상 그 이상의 곳이다.
그리고 음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음지에는 서열이 존재한다. 어느곳 이나 그렇듯이. 그러나 그리 어렵지 않다. 딱 두가지로 나뉜다. 강자와 약자. 먹는사람과 잡아 먹히는 사람.
잡아 먹히는 사람이 팔리는 서커스 장의 이름은 피엑스. 거창하지만 사실상 뜻은 창녀촌이나 다름없는 이곳은 여자 남자 비롯할것 없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돈과 함께 팔린다. 그리고 팔려간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든, 죽이든 살리든 모두 주인의 마음. 노예나 다름없는 이 사람들은 태어나는 처음부터 정해진다.
피엑스 출신의 사람들이 팔려가 관계를 맺고 그 아이는 피엑스로 다시 돌아온다. 그게 이 세계의 규칙, 혹은 깨질수 없는 규율.
양지의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도 조차 모르는 이 음지의 상태는 오직 먹는사람에 의해 공존한다. 소위 먹는사람은 양지에선 갑부, 부자 정도로만 불릴뿐, 그 뒤의 검은
속내는 그들만이 알뿐이다. 그리고 자철은 피엑스에서 자라왔다.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이 세상에 버림받았지만 자신은 꿋꿋히 살아가리라는 작은 신조와 함께
죽이든, 채찍으로 때리든 눈하나 깜짝 안하고 살아온지 20년, 슬슬 경매장에 팔릴 나이대가 됬을때 자철은 탈출을 결심했다. 아무도 모르게 탈출해서 양지로 가
열심히 돈을 벌며 살리라.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살리라. 그러나 그 탈출은 쉽게 유리처럼 깨지고 말았다. 그 계획을 눈치챈 피엑스의 멤버들 중 한명이 고자질을 한것
이다. 그날 밤 자철은 세상살며 들어보지도 못한 욕들과 매질에 정신을 놓을뻔했다. 아마 살아있다는게 신기할 정도의 매질과 발길질, 가래침은 물론이고 강간까지 당할뻔한
자철은 어떻게든 웅크렸다. 지상과 낙의 경계선에 놓였을때쯤 고통이 저 발밑으로 갈때쯤 발길질이 멈추고 한 남자의 낮은 목소리를 들었다. 어찌보면 그 발길질을
멈추게한 천사의 목소리로.
“그만.”
“…아. 기성용님.”
“저 아이는 내가 사겠소.”
“네? 얘는 반역자에 쓰레기인데, 더 좋은놈들이 많은데….”
“1억이면 되겠소?”
“물론이죠! 허우, 당장 드리겠습니다!”
천사의 목소리의 주인공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자철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채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눈동자만 굴려 힘겹게 쳐다봤다. 거친 숨소리와 뻐근한 고통이
멈추질 않았다. 단장은 상상도 못한 액수에 혀를 내두르며 당장 어디론가로 가버렸고 이 어두컴컴한 작은 공간에는 그 천사의 목소리의 주인공, 아니 자신의 주인이
될 남자와 자철 밖에 남지않았다. 침묵이 가득한 공간에 자철은 숨을 헐떡이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뿐. 그 천사의 목소리, 기성용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또각이는
구두소리를 내며 천천히 자철에게 다가갔다. 가까이간 자철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침과 피 땀으로 뒤섞인 자철은 죽음과 거의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치곤 긴 속눈
썹과 청량한 눈동자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성용이 무릎을 굽혀 자철과 가까이 했다. 자철은 여전히 누워있는채로 숨을 부지하고 있을뿐. 그 남자가 매력적인 미소, 혹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자철의 귀에 속삭였다.
“환영한다.”
그와 함께 자철은 겨우 부여잡고 있던 정신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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