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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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하우스의 회식은 1차 고깃집에서 끝이났다. 술이 약한 자철과 학선이 이미 몸도 제대로 못 가눌 지경 이었기 때문이다. 근처에 집이 있는 대훈은 걸어 가겠다며 그들과 먼저 헤어졌다. 성용은 자철을 부축하며 차로 향했고, 뒤이어 용대와 흥민이 학선을 부축하며 걸었다.
“학선씨는 술 마시면 안되겠네.”
“너네 아직 말 안 텄냐?”
“네,음…. 뭐랄까… 학선씨는 조금 대하기가 어렵다고 해야하나….”
용대는 어깨를 으쓱했다. 흥민과 자철은 들어 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특유의 친화력으로 카페 직원들과 많이 친해졌다. 학선은 수줍음이 많은 편이긴 했지만 몇번 말을 나누다 보면 금방 그 사람과 친해졌다. 아직 둘이 오래 얘기 나눠 본 적이 없구나… 라고 용대는 생각 하였다.
“다가가면 왠지 더 멀어질 것 같아서 그래요.”
생각에 잠겨 흥민의 말을 듣지 못한 용대가 어? 하며 되 물었다. 흥민은 아무 말 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어 보였다.
“저 집에 안 갈래요오….”
“학선아 많이 취했어, 집에 가야지.”
용대가 아이 다르듯 학선에게 얘기하자 학선이 흐응… 싫은데에…. 라고 중얼 거렸다. 가만히 학선을 내려다 보던 흥민이 입을 열었다. 형, 학선씨 집 어디에요?
“여기서 차로 한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을걸? 카페에선 25분 정도 거리니까….”
“그럼 학선씨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형 들어가세요.”
“응? 아니야, 내가 차로 데려다 줄게, 너 피곤하잖아. 집 이 근처라며, 들어가봐.”
“아녜요, 형 지금 완전 피곤 한 거 알아요. 얼굴에 대문짝만 하게 써있는데”
흥민의 말이 옳았다. 최근 용대는 새로운 메뉴 만들기에 돌입하여, 밤을 뜬눈으로 새울 때도 많았고 자더라 해도 겨우 세시간 가량 자고 일어나 출근 하였다. 오늘 회식도 빠지려고 했었지만, 새 식구들과 함께 하는 첫 자리 이고 환영회 인 만큼, 성용이 용대를 쉽게 보내 줄 눈치가 아니 었기에, 어쩔 수 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식에 참석하였다.
“그럼 부탁할게, 여간 피곤한게 아니라서… 술도 좀 마셔서 그런지 다른날 보다 더 피곤하네.”
“그래 보여요, 들어가서 푹 쉬어요, 형.”
“넌 괜찮겠어?”
“네, 전 멀쩡해요. 들어가요 형.”
용대는 흥민과 학선에게 인사를 한 뒤, 피곤한 듯 연신 하품을 해대며 차로 이동했다. 학선과 단 둘이 남은 흥민이 허리를 굽혀 학선과 눈을 마주치며 얘기했다.
“학선씨, 집 어딘지 가르쳐 줘요, 데려다 줄게.”
“우리집? 여기야…. 어? 흥민씨네! 들어와요!”
차가운 아스팔트가 현관이라도 되는 마냥 신발을 벗으려고 하는 학선을 흥민이 말렸다. 그리고 돌아서서 학선의 앞에 한 쪽 무릎을 굽혀 앉은채, 얘기했다.
“업혀요.”
흥민의 귓가로 혼자 걸어 갈 수 있는데요오…,나 혼자… 하는 웅얼거림과 함께 등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씨익, 웃은 흥민이 으쌰- 하는 소리와 함께 학선을 업은채 일어섰다. 키가 작아서 그런가 되게 가볍네…. 라고 흥민은 생각했다.
“나 진짜아…. 혼자 갈 수 있는데에….”
“나중에 내려 줄 테니까, 일단 집 어느 쪽 이에요?”
흥민이 천천히 걸으며 물었다. 안 가르쳐 줄 거에요오….
“안 가르쳐 줘요? 그럼 여기다 두고 갈 거에요. 그래도 되죠?”
“예에…. 두고 가십쇼오…. 저는 괜찮습니다아….”
학선의 말에 정말이죠? 저 진짜 학선씨 두고 갈 거에요. 라고 말하며 학선이 떨어지지 않게 학선의 다리를 지탱하고 있던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이쪼그로, 이쪼옥”
학선이 한 쪽 손으로 왼쪽을 향해 가리키며 말했다. 그 곳을 쳐다 본 흥민이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개집이 학선씨네 집이에요?”
학선이 가리킨 곳에는 작은 개집이 있었고, 그 안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나와, 둘을 쳐다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학선씨…. 자꾸 안가르쳐 주면 진짜 우리집으로 납치 할 거에요.”
흥민이 말을 마치자 마자 하늘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비가 뚝뚝 떨어졌다. 흥민이 학선에게 말을 걸기도 전에 많은 비가 쏟아졌다. 흥민이 소나긴가…. 라고 중얼 거리다 한숨을 푹 내쉬더니 걷던 방향에서 뒤를 돌아 반대쪽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네
“학선씨 아침에 일어나서 딴 말하기 없기에요?”
흥민은 학선을 다시 고쳐 업고, 빠른 속도로 걸으며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바안짝 빤짝 자근벼얼…. 학선의 목소리를 MP3삼아 들으며, 그러다 킥킥 웃었다. 비는 오는데, 내 등에 업힌 사람은 아무 것 도 모르고 노래나 부르고 있으니….
*
“사장님, 기사장니임”
“왜”
성용은 차에 탄 뒤부터 계속해서 자신을 불러 대는 자철에 아까부터 왜, 라고 대꾸해 주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를 드리운 채. 이 모습을 용대가 보았다면 그렇게 좋냐? 입이 귀에 걸리겠네, 라고 말할게 뻔 했다.
“자철아, 너네 집 어디쯤이냐?”
“여기 어디에요?”
“보자…, 우림상가 앞.”
“아아…. 그럼 쭈욱 가셔서 좌회전 하시고… 또 쭈욱 가시면 큰 마트 하나 나와요오, 거기다 내려 주세요”
자철의 말 대로 운전 중인 성용이 힐끔, 자철을 보며 물었다.
“넌 술도 못 마시는게, 왜 그리 많이 마셨어?”
“저 안 취했어요! 말짱 합니다”
“말 이나 못 하면…”
성용의 말에 자철이 진짜 라니까요오?! 라고 반박 했다. 작게 웃은 성용이 알았어, 알았어. 하며 자철을 달랬다. 그리곤 너 자꾸 말꼬리 그렇게 늘이지마. 라고 덧 붙였다.
“네?”
“아니야, 아무것도”
“뭐야아…. 싱겁게…. 근데 사장니임, 지금 몇시에요?”
“11시 28분.”
헤엑- 정호 한테 죽었다…. 정호? 익숙해서 불쾌한 이름에 성용의 귀가 뜨이는 듯 했다. 정호 라는 애랑 같이 살아?
“네, 어렸을 때 부터 친했는데… 같이 추꾸도 하고, 저보다 어린게 어찌나 잔소리가 심한지…”
잔소리 대마왕 이라니까요? 아, 그리고 윤하 알아요? 하루에 네번 사랑으을 말하고오…. 이 노래 부른 가수요, 완전 좋아해요! 별명이 홍윤하 에요 홍윤하. 그러곤 홍윤하래… 하며 혼자 키득키득 웃는 자철 이었다. 정호 얘기를 하며 웃는 자철이 성용은 영 못마땅 했다. 웃는 자철은 좋은데, 정호는 싫었다.
“그래서, 정호 라는 애가 그렇게 좋아?”
“네? 에이…. 사장님도 참, 전 좋다는 얘긴 안했어요오 그렇다고 싫은건 또 아닌데…. 친구로서 좋죠!”
자철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자철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이리저리 자신의 옷을 뒤적이다 휴대폰을 꺼내 든 자철이 액정에 뜬 정호 라는 글자를 보고 아까까지만 해도 잔소리 한다고 칭얼 거리더니 금세 반가워 신이난 듯 전화를 받았다.
“정호야! 홍윤하”
-형! 어디…. 술 마셨어?
조용한 차 안 덕분에 수화기 속의 남자 목소리가 성용에게도 생생하게 들려 왔다. 성용은 속도를 늦추며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
“쪼오금 마셨어 쪼오금!”
-그래서 지금 어딘데? 옆에 누구 있어?
“응, 사장님이랑… 사장님이랑… 사장님이랑….”
-……. 많이 취했네, 내가 술 많이 마시지 말라 그랬지.
자철이 말한 큰 마트 앞에 도착한 성용이 차를 세웠다. 어느새 통화를 끝낸 자철이 주섬주섬 다시 휴대폰을 챙겨 넣었다. 비는 아직도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은채, 쏟아 지고 있었다. 뒷 좌석 밑에서 우산을 꺼낸 성용이 차에서 내려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어 주었다.
“조심해, 비도 많이 오는데.”
아직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 하는 자철을 부축이며 걸었다. 누구나 봐도 기이한 풍경 이다 라고 말 할 듯 하다. 정장 차림의 남자와, 캐쥬얼룩 차림의 남자가 부둥켜 안다 싶이 해서 걷고 있으니
“자철아, 너 집 어디야. 데려다 줄게.”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되요…”
“아침에 해장국 꼭 챙겨 먹고 출근해.”
“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니임”
성용은 자철과 걸으며 자꾸 피식피식, 웃었다. 허파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피식피식
“사장니임-”
“응”
“여자들 한테 인기 진짜 많겠네요… 남자 한테도 이렇게 잘 대해 주는데… 큭큭”
글쎄…. 너한테도 인기 많았으면 좋으련만…. 이라고 성용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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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ㅁ눙므.. 여전히 발손 작가는 늦은 시간에 글 하나 던지고 사라집니다..ㅋㅋ
암호닉
시든나메코,박쑨양,바닐라라떼,코피,하하하하,석영석영윤석영 님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 주시는 분들 고마워요ㅋㅋ 하트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