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 이석민 上
“결혼할지도 몰라.”
덩그러니 내뱉는 말에도 석민은 대답이 없었다. 대신 소년과 성년의 미묘한 경계에 서 있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벌써 2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었다. 19살에 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소년을 여기로 데려왔고, 그 소년은 2년을 헌납하면서 나를 지켜냈다. 감시라는 말이 더 맞겠으나 만물에 비관적이던 내게도 석민은 경호원 그 이상의 존재였다.
“K그룹 둘째 아드님과 하시는 겁니까?”
한참을 달싹이던 입이 조심스럽게 열려 내뱉었다. 나는 침묵했다. 침묵은 곧 긍정. 석민에게 두 팔을 내밀었다. 석민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휠체어에 앉아있던 나를 안아들어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바라보는 석민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K그룹 둘째 아들. 이미 세 번의 이혼 전력이 있는 자였다. 기업 간의 식사시간에 대 놓고 추파를 보내던 그와 결혼 적령기라며 기업의 성장을 위해 맞장구를 쳐주던 아버지. 결국엔 다 그들의 뜻대로 될 것이 틀림없었다.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를 가진 쓸모없는 딸을 쫓아내기에도 결혼이라는 포장은 꽤나 그럴싸했다.
“석민아, 나 거기서도 쫓겨나면 어떡하지?”
“왜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왠지 그럴 것 같아서.”
“쓸데없는 망상입니다.”
“나 결혼하면 너도 따라 올 거지?”
너 없으면 심심해. 침대에 걸터앉아 길게 풀어진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는 석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수면의 파동처럼 석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눈동자를 마주보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곧 석민이 주저 없이 입술을 마주댔다.
촉- 짧은 입맞춤에 입술과 입술은 귀여운 소리를 내며 떼어졌다. 얼굴은 더 가까워져있었다. 돌연 석민의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심해 같은 그의 눈동자. 그의 목에 손을 두른 뒤 재차 물었다.
“정말 따라올 거지?”
그의 눈동자 속에 오롯이 담긴 나를 마주했다.
“내가 낭떠러지에 있더라도.”
내가 네 수면 속에서 동파 되더라도.
“내가 진흙 구덩이에 있더라도.”
내가 네 수면 속에서 질식 되더라도.
“넌 날 먼저 떠나면 안 돼.”
우리의 비정상적인 관계는 계속되어야 했다.
“기꺼이. 어디라도.”
석민의 대답이었다. 그러고는 곧 내 뒷목을 끌어 당겼다. 뜨거운 혀가 얽혔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두 다리까지 잃었다. 그 허탈감의 소산으로 내내 자살을 시도했다. 아버지는 오로지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사람을 시켜 나의 틈새까지 관리하고 감시했다. 연민 따위 바라지 않았지만 그 조차 없었다. 감시자들로 사방이 막힌 고역에 모든 일에 무념해졌을 때, 비로소 석민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아가씨를 경호하게 된 이석민입니다.’
수면이 일렁이는 맑은 눈동자로 석민은 내게 인사했다.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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