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치고 성적이 나올 때 까지 정신없이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하느라 성적 나오는 날을 까맣게 잊고있었다. 지금 교탁 앞에서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성적표를 나눠주는 선생님을 보니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날씨에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나는 긴장하고있었다.
"ooo."
내 이름을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걸어가 담임 선생님의 손에 들려 있던 수능 성적표를 받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싶었지만 떨리는 손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성적표를 열자 내가 선택한 과목들이 보이고 그 밑에는 내가 치른 시험의 결과가 까만 잉크로 종이에 배여져 나에게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학교가 마치고 성적이 나올 때 까지 이어졌던 친구들의 붙잡음을 오늘은 뒤로 하고 집으로 뛰어갔다. 교복을 벗고 아껴놓았던 원피스를 꺼내입고 작은 핸드백을 어깨에 매고 조금 있다 만날 사람을 위해 그렇게 높지 않은 구두를 꺼내 신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약속 장소로 걸어가자 인디고 진에 그레이 코트를 입고 하얀 스키니를 입고 있는 사람이 내 쪽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도 작게 손을 흔들고 그를 향하는 발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옮겼다.
"어어. 넘어질라 천천히 와요."
날 걱정하는 기분좋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 조금 더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자 어쩔 수 없다며 웃는 그의 모습에 나도 실 없는 웃음을 지었다.
"춥죠?"
"네.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얼마 안 기다렸어요. 추우니깐 어디 들어갈까요?"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그와 이야기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 가기에도 날씨가 추우니 가까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그는 아메리카노를 나는 핫초고를 시킨 후 진동벨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짧은 정적이 흐르는 동안 눈을 맞추자 그가 작게 웃음을 지었다.
"안 물어봐요?"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다시 물어오는 질문에 괜히 나만 안달이 난 것 같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자 그가 '천천히 해요.'라고 말했다. 진동벨이 울리고 그가 자리에 일어나 아메리카노와 핫초코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나는 핫초코를 홀짝 홀짝 마시며 요즘 있었던 일을 그에게 늘어놓았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으응. 그랬구나.', '그런 일도 있었어요?' 등 내가 늘어놓는 말에 알맞은 반응을 해보였다.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창 밖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펑펑.
"눈 온다."
"어? 그러게요. 되게 펑펑온다."
함박눈이 내리는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그가 내 눈 앞에 손가락을 탁하고 튕겨 내 주의를 끌었다.
"눈이 나보다 좋아요?"
"음... 그럴 수도?"
그를 약올리려고 뱉은 말에 정말 그는 약이 올랐는지 내 주의를 끌기 위해 튕겼던 손가락으로 내 콧잔등을 톡하고 쳤다.
"아 안되겠다. 괜찮은 척 할랬는데 궁금해서 안되겠어. 성적표 오늘 나왔죠?"
"네."
"어떻게 됐어요?"
"어..."
그의 물음에 표정을 구기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가 안절부절하며 허둥지둥 말을 꺼냈다.
"어... 원했던 성적이 안 나온거예요? 아 이렇게 물어보면 안되는데... 미안해요, 물어봐서. 음... 성적이 잘 안나왔다고 해도 너무 상심하지 말고..."
횡설수설 하는 그가 웃겨 작게 웃음을 내뱉자 내 반응이 그를 놀리기 위함을 알게 된 그가 다시 한 번 내 콧잔등을 톡하고 쳤다. 아까보다 조금 더 세게.
"이런걸로 놀리기 있어요?"
"헤헤..."
"그래서 빨리 말해줘요. 어떻게 됐어요."
"음..."
"나 놀리지 말고요."
망설이는 내 말에 살짝 쳐져있던 눈꼬리를 축하고 늘어뜨리고선 '나 놀리지말고요.' 하는 그를 보자 더더 놀리고 싶어졌지만 정말 안달 나 있을 그를 위해 어깨에 매고 왔던 핸드백을 열어 종이를 꺼내 살며시 그의 앞으로 밀어줬다. 내가 밀어준 종이를 손에 잡고 한 번 한숨을 후 내쉬더니 접혀진 종이를 펼쳐 본 그의 얼굴에 환하게 웃음꽃이 피어났다. 종이에 묻혀져있던 고개를 들고 그가 나와 눈을 맞춰왔다.
"수고했어요."
그의 말에 나도 환하게 웃음을 지었고 그는 휘어진 눈을 더욱 휘어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으며 말을 뱉었다.
"우리 학교 후배로 온다니깐... 되게 좋다."
"선생님은 나 학교 입학하면 없잖아요. 학교에."
"사실 그게 좀 걸려요. 누가 훔쳐가면 어떡하지?"
"훔쳐가긴 뭘 훔쳐가요. 주인도 없는데."
"주인이 왜 없어요!"
"그럼 누가 주인인데요?"
처음 만나 헤어질 때 지금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했던 그가 자신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는지 입을 꽉 다물었다. 처음 학교에 교생 선생님으로 온 그를 만나 실습 기간이 끝날 때까지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있다 실습 기간이 끝나는 날에야 내가 먼저 그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서야 그도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해주었지만 내가 고등학교 삼학년 수험생이라는 사실도 나에게 말해주며 오늘이 올 때 까지만 우리 조금만 기다리자고 내게 말했었다. 나도 그의 말에 동의를 했고 그리고 더 나가 내가 대학교를 다닐때쯤에는 그가 없겠지만 그래도 같은 학교 같은 과 선후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그에게 그럼 나는 그와 같은 학교에 가게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었다.
육개월전 내가 먼저 그에게 내 감정을 털어놓았으니 이번에는 그가 먼저 내 손을 잡아주기를 기다리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물음 뒤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을 만지작 거리던 그가 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곤 나를 쳐다보았다.
"좋아해요. 많이."
"..."
"oo이도 아직 나 많이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
"혹시 아직 나 많이 좋아하면... 내가 그 주인하면 안돼요?"
내 성적표를 펼쳐보기 전에 그도 굉장히 긴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말을 내뱉는 그는 아까의 그의 두배 세배 더 긴장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해요. 그 주인. 대신에 못 되게 굴면 물어뜯어버릴거예요."
마음에 드는 대답이였는지 환하게 웃던 그가 갑자기 표정을 굳힌 후 입을 열었다.
"그런데."
"...?"
"이제 남자친구잖아요."
"그렇죠?"
"그럼 이제 선생님 말고 백현 오빠라고 불러주면 안되나?"
저는 똥글 올리고 사라져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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