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 김민규
10년을 사귀어도 한결같은.
(글 속 '너'가 민규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되요 :) )
글 속 인물은 현실과 아무상관이 없습니다!
*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남자 모델 피팅을 봐주다가 하게 된 어쩔 수 없는 스킨쉽으로
너의 질투를 사게 되어
싸웠었지.
10년이라는 긴 연애기간과 어느덧 혼기가 찬 우리 사이에
'결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섭섭했던게 터져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와 제일 빠른 비행기를 탔고
그렇게 난 우연치 않게 미국으로 넘어오게 됐어.
너를 처음 만난 미국으로.
내가 고등학교때 호기롭게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혼자 미국에 왔고
매일 거리에 나와 사람들의 코디를 분석하던
난
어느날 뜬금없이 시간 많으면 야구를 보러가자며 이끄는 널 따라 야구를 봤어.
첫 만남부터 나름 독특했던 우린
그날 부터 지금까지 연인이라는 사이를 10년째 유지했어.
*
우리 연애 초기를 생각하며 정처없이 걷다보니
내 발길은 어느새 그 야구장에 다다랐어.
경기중인 모양인지 시끄러웠고
회사 경영을 하는 너도,
브랜드 론칭 준비 했던 나도 무척 바빠 몇 년째 보지 못한
야구 이기에 나도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구경을 해.
그때처럼 야구 유니폼을 드로잉북에 옮기고 있는데
옆자리 남자가 작업을 걸어와.
고등학생쯤 되어보여 무시하고 다시 그림에 열중하는데
들려오는 시끄러운소리에 어디 홈런이라도 쳤나 고개를 들면-
핑크빛으로 꾸며진 전광판에 보이는 내 옆 남자아이와 나.
그리고 주변사람들의 기대 어린 눈빛.
치근덕대는 게 애정행각으로 보였나. 왜 얘랑 키스타임을...
슬쩍 옆을 쳐다보면 기분이 좋은듯 다가오는 그 아이를 향해 정색을 하고
뒤로 슬쩍 빠지는데
내 뒤의 누군가에 의해 그 남자아인 넘어지고
놀랄틈도 없이 내 뒤 누군가는 나를 잡아세우곤 입을 맟춰와
이게 무슨 어이 없는 일인가.
얼굴을 떼려 바둥거리면
풍겨오는 익숙한 향기에 순응하게 되.
바로 너. 네 향기에
미안하다는 듯한 내 볼을 감싸는 부드러운 손길에
나도 괜찮다는 듯 널 안으면 더 시끄러워 지는 듯한 야구장.
어느샌가 입을 떼고
나에게 진한 눈맟춤을 하는 너
"찾았잖아"
그리고 이렇게 또
"미안해"
먼저 다가오는 너에게 다시 한 번 빠지는 나야
"사랑해 너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