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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는 악연일지도, 우연일지도 혹은 인연일지도 모르는 여러개의 갈림길의 기로에 서있었다.

우리가 악연인지 우연 혹은 인연일지는 우리가 선택하고 만들어가는것 이라는걸 알았을때, 그는 나에게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고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

 

 

의도적인 인연

 

w. 모노폴리

 

 

 

 

차라리 엄마밑에서, 비록 날 같은 핏줄로 여겨주진 않지만 그래도 엄마라고 부를수 있는 사람밑에서 지독한 향수냄새를 맡으며 지저분한 침대 뒷정리를 했던 옛날이,

돈이라는 관계속에서나마, 성관계라는 것으로나마 날 사랑해줬던 사람의 품에서 아침을 맞이 할수 있었던 옛날이 더 나았을껄 이라는 생각이 요근래 부쩍 잦아졌다.

쓸데없이 큰 침대는, 내가 쓰기엔 너무 충분해서,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지나치게 깨끗하고 부드러운 도톰한 이불, 하얀 커튼 사이로 비집고 비춰지는 햇빛,

이집에서 마음에 드는 한가지 였다. 축 늘어진 몸을 끌고 방을 나와 활짝 열려있는 남우현의 방을 지나치려다가 힐끔 봤을때, 그냥 지나칠껄 하고 후회했다.

넥타이를 매며 거울을 살피던 남우현과 눈이 마주처 버린것, 그리고 정적. 이 분위기가 싫어서 각방쓰자는 말도 힘겹게 한거였는데

 

 

 

" 일어났어? "

 

 

" 어, 너 그 넥타이… "

 

 

그와중에 넥타이 끝에 뭍은 얼룩이 신경쓰여 나도 모르게 턱끝으로 얼룩뭍은곳을 가르켰더니 남우현은 이내 바보처럼 비죽웃더니 고맙다며 넥타이를 푼다.

 

 

 

" 아, 성규야 "

 

 

낯간지럽도 않은지 아무렇지도 않게 성규야, 하는 남우현의 부름에 나도 모르게 손가락 사이사이가 간지러워져 손을 말아쥐었다 폈다.

우현아, 하고는 죽어도 못부르겠어서 맨날 야, 너, 남우현 이렇게 부르는나와 다르겐 성규야, 여보 등등 날 자연스럽게 부르는 남우현을 볼때면 남우현의 넉살에

감탄함과 동시에 손가락들이 간질거렸다.

 

 

" 왜, "

 

 

" 아침먹으러 같이 내려가, "

 

 

우리 방사이에 어색하게 배치되어있는 쇼파에 털썩 앉는걸로 대답을 대신하곤 입고 있던 가디건을 여미어 단정히 입고 손으로 앞머리를 정리했다.

약 20년간 아침은 안먹었었는데 남우현이랑 살게된 이후론 불편한 아침식사를 가졌어야만 했다. 같이 아침을 먹는 사람들 사이엔 날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 사이에서 그나마 편한건 남우현, 그자리에서 만큼은 나도 모르게 남우현한테 의지하는것 같았다. 금세 넥타이를 바꿔매고 나오는 남우현을 따라 일어나 내려가는데

갑자기 내 어깨를 둘러오는 남우현때문에 놀라 나도모르게 걸음을 멈춰서 피해버렸다. 당황해하는 눈빛에 미안함이 들었지만 나와 친해지려는 노력들이 보일때마다

날 동정하는것같다는 괜한 피해의식때문에 부담스러움이 느껴져, 그걸 참을만한 배려심은 내게 갖춰져있지 않아서 그냥 단칼에 피해버렸다.

 

 

 

" 하지마 이런거, "

 

 

" 어… 응, 미안해, "

 

 

" 억지로 해주지 않아도 되, 그렇다고 진심으로 해달라는 뜻도 아니고 "

 

 

 

내가 들어도 개싸가지,

일부로 그렇게 들리라고 말하는건 아니였지만, 그냥 나도 모르게,

나란히 부엌으로 들어서자 남우현의 어머니, 그리고 아직 시집도 안간, 아니 안간이 아니라 못간 남우현의 누나 두명이 언제나 그렇듯 아니꼽다는 눈빛으로 날

위아래로 훑는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괜히 기가 죽어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무시하기로 하고 고개를 살짝숙이며 일어나셨어요 하는 무미건조한

인사로 모르는척해버린다. 오늘도 역시 일어나셨어요 하고 아침인사를 하고 식탁을 보는데 내눈을 의심했다. 비릿한건 입근처에도 못가져가는 내게, 오늘 아침 메뉴는 전복죽,

그리고 내가 보기엔 다 똑같은 젓갈들이 반찬이였다.

 

 

 

" 어제 고모님께서 전복이랑, 젓갈들이랑 회랑 잔뜩 보내주셨어, 우현이 너 먹으라고 "

 

 

" 아진짜? "

 

 

일어서있을땐 몰랐는데 식탁 의자에 앉으니 코를 찌르는 젓갈냄새와 하얀 죽사이에 잔뜩 박혀있는 전복들을 보니 속을 게워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꾹 닫았다. 

시발, 무슨 입덧하는것도 아니고, 숟가락으로 전복죽을 듬뿍 떠서 쩝쩝거리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나도 모르게 욱, 하고 올라오는걸 꾹꾹참으며 맹물을 들이마셨다.

저 해산물 못먹어요, 하고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뭐 하나 나한테 꼬투리를 잡으려 시시탐탐노리는 사람들에게 미끼를 주긴 싫어서 어떻게든 먹기로 마음을 먹곤

숟가락을 들어 최대한 전복을 티안나게 걸러내 밥있는 쪽만들 푸는데, 거기에 마져 전복의 비릿한향이 스며들어있는것같아 쉽사리 입으로 못옮길것같았다.

죄없는 입술을 깨물며 숟가락으로 죽만 휘젓는데 슬슬 내게 눈치를 주는 무언의 압박에 나도 모르게 남우현을 바라봤다.

젓갈을 집다가 날 봤는지 왜? 하고 입모양을 물어보는 남우현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아무것도아니라며 고개를 휘저었다. 이것좀 대신 먹어줘 하고 말할껄…

 

 

" 얘, 왜 안먹고 그러고 있어, 내 밥맛이 다 떨어지네 "

 

 

" 먹,,으려고요, "

 

 

그제야 뭔갈 알았는지 내 머뭇거리는 손을 보곤 걱정스럽게 날 보는 남우현의 눈빛에 식탁밑으로 손을 넣어 남우현의 왼쪽 손가락끝을 잡았다,

놀랐는지 눈이 살짝 크게 떠지는 남우현,

못먹겠어, 조심스럽게, 입을 웅얼거리며 말하는 내말을 용케 알아들었는지 남우현의 왼쪽 두번째 손가락 손톱을 톡톡치는 내 손을 잡아당겨 잡아주더니

무슨 어린애 달래듯 괜찮다며 웃더니 자기가 먹던 숟가락을 탁, 하고 식탁에 내려놓는다. 뭐하는건가 싶어서 남우현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 아침부터 해산물이뭐야, 비리게 "

 

 

" 어? 너 잘 먹었잖아, 그냥 좀 먹어 고모가 너 먹으라고 보내준 … "

 

 

" 엄마랑 누나들 맛있게 먹어, 나 나갈게. "

 

 

아무말도 벙쪄 있는 내 어깨를 툭툭치더니 따라오라는것같아 가족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의자를 소리 안나게 느릿느릿 끌어 일어나 남우현을 따라 부엌을 빠져나왔다.

내게 아무말도 않고 휘적휘적 집 현관으로 향하는 남우현의 손목을 잡아 멈춰세우곤 뭐 어쩌자는거야, 하고 물으니 아까 아침처럼 비죽하고 웃더니

집앞 카페에서 샌드위치나 먹자며 자기 손목을 어색하게 잡은 내 손목을 잡아당겨 현관을 나선다.

그렇게, 아무리 속으로는 남우현은 날 동정하는거라고 하며 밀어내려고해도, 결국 의지하는건 남우현이였다. 정신없을때, 내가 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때

항상 오른쪽을 바라보는, 남우현을 빤히 바라보는 모진 버릇이 생긴게 문제였다. 이렇게 가까워지는거, 나한텐 어색한 일인데.

 

 

 

 

*

 

 

암호닉, 신알신은 환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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