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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루]스케치북

 

written by. perse

 

**여러분 1편 안보고오시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으니 1편 보고 오시는 게 좋습니다:)

 

 

세훈이 무턱대고 일주일 뒤에 보자며 공원을 떠났고, 세훈이 가져가지 않은 캔버스는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새벽 이슬과 석양을 번갈아 맞으며 홀로 서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사람의 기척이 없던 캔버스 하나에 이윽고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정확히 일주일. 세훈의 대책없는 통보를 받은 주인공인 남자가 정말로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세훈을 기다리려고 하고 있었다.
루한은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 제가 하려고 하는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생판 본적도 없는 사람. 그저 아무런 설명 없이 말을 내뱉고는 가 버린 사람. 그런데 자신은 그런 사람의 말을 아무런 제약도 없이 그대로 듣고는 일주일 후에 여기 나와 있는 것이었다.
본디 이런 상황이라면 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 만도 하건만, 이상하게도 전혀 그런 건 없었다. 오히려 지금 그 남자의 얼굴을 기억해내며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루한이 한참 머리를 부여잡고 있을 즈음,
"어, 정말 왔네요. 루한이라고 했죠? 안나와있을 줄 알았는데"
"아, 저기...."
"저기 아니고. 세훈"
루한의 얼굴이 살짝 흙빛으로 변했다. 마치 이건 뭐지.하는.
루한이 말을 잊고 세훈을 쳐다보자, 세훈이 말을 이어갔다.
"아, 저기.....가 아니고 세훈. 알았죠?"
세훈. 입안에서 단어를 굴려보고는 루한이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두 번째 보는 것이고, 만난 지 일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웬 통성명이란 말인가.
"세훈씨. 절 왜 여기 부르셨어요?"
아. 맞다. 잠시만요.
세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방을 뒤져 돌돌 말린 종이 한장을 꺼냈다.
"내가, 저번에 루한 그리다가 포기한것때문에. 다시 가지고 왔어요."
루한은 다시 기대감을 가지고 세훈을 주시했다.
루한은 세훈이 한 색채만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채를 찾기 위해 그림을 부탁한 것이고, 이제 그 결과를 볼 차례가 되었다.
이윽고 세훈이 그 종이를 루한의 손에 쥐어주었다. 루한이 그 종이를 펼치고는,
"아.......?"
백지였다. 그저 하얀 백지.
정말로 티끌 하나 묻어있지 않아 눈이 시릴만큼 하얀.
루한은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궁금했지만 답변을 재촉하지 않고 세훈을 바라보았다.
"루한, 제가 그려보려고 일주일동안 노력을 정말 많이 했는데."
세훈이 여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숨을 내쉬었다.
"했는데, 도저히 못그리겠어요. 그림에 무슨 짓을 해도 당신한테 부족해요. 무슨 색을 쓰던간에 어떻게 하던간에 당신을 그리기에는 모자라"

그러니까, 나랑 만나볼래요?

루한은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네?"
"당신,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보고싶다구요"
세훈은 루한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며 말했다.
"원래 나는 사람 알아보고 사람을 파악할 때 색으로 보는데, 당신한테는 아무 색도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당신이 무슨 색인지 궁금하기도 해요.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냐. 당신의 색이 무언지는 알고 싶지만 당신을 색으로 파악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당신 옆에서 보고 듣고 하나하나 챙겨주면서 알아가고 배워가고 사랑해가고 싶어. 당신 좋아한다고. 이상한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나도 일주일 전에 처음 만난 사람이 좋아질줄은 몰랐으니까요"
이 말을 굳은 채로 듣고 있던 루한이 잔뜩 당황한 얼굴로 입을 떼려고 하자,
"대답은 내일. 이 시간 이 자리에 내일 나와있어요. 싫으면 나오지 않아도 좋아. 갈게요. 조심히들어가요."
아참, 그 종이는 선물.
세훈이 그렇게 또 약속아닌 약속을 남겨놓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루한은 혼이 나간 얼굴로 잠시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붉어진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든 생각.
좋아하는구나.
그게 아니라면 제가 오늘 아침에 여기서 세훈을 떠올리고 기다릴 필요도 없었고, 세훈이 말하는 데서 얼굴이 붉어질 필요도 없었다.
고작 두 번 만난 사이지만, 그래도.

***

 

다음 날 아침부터 세훈은 정신이 없었다. 어제 루한의 당황한 얼굴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후회는 없었다. 하고싶었던 말,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걸러내는 것 없이 다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혹여나 당황했을까 걱정되고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세훈은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내고, 현관문을 열어 공원으로 나섰다.

 

세훈이 공원에 도착하고, 어제 그림을 그렸던 곳은 코너를 한 번만 돌면 되었다.

혹여나 그 자리에 없으면 어떡해야 할지 별별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갔다.

세훈이 발걸음을 떼고, 코너를 돌자

세훈의 캔버스 앞에는 부드럽고 옅은금빛의 머리카락의 인영이 서 있었다.

세훈이 그 인영을 확인하고는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아...지금 내 앞에 서있는 거 루한 맞죠"

"보시다시피 맞는 것 같네요"

"......와줬네요"

"내가 서툴러서 이게 좋아하는건지 그냥 호감인지도 잘 몰라요. 그렇지만 다시보고싶고 만나자고 한 약속을 나도모르게 기다리고있고 당신 얼굴을 생각해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떠오르고 이런말하기 창피해도 당신 앞에서는 입이 저절로 움직이는걸 좋아한다고 하는 거라면 맞는거겠죠. 보다시피 나 정말 서투르고 정말 딱딱할지도 몰라요. 그래도. 당신이 좋으니까"

 

 


더보기++ 여러분 질러버렸어요

그냥 무지막지하게 달달한 세루가 보고 싶던 페르세가 이런글을 써내어 버렸습니다...ㅠㅠ

보고 댓글써주시면 땡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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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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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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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나랑 만나볼래요? 좋다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대표 사진
페르세
어휴 우리 예쁜 독자님은 나랑 만납시다ㅠㅠㅠㅠ저도 사랑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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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
오늘도 미친듯이 밀려났다ㅠㅠ슬픔슬픔....나란징어 타이밍곶아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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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진짜 ...부드러워서좋네요 문체도 내용도 좋은글감사함다..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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