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경수] 하늘에서 세번째로 밝은 별 中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1/8/6181c6911a02fc48a8cd4fd2451886e9.jpg)
w. 수채화
몸이 몰라보게 회복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퇴원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주기적으로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답답한 병원을 벗어난 걸로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ㅇㅇ아, 엄마가 오늘 급한 볼일이 있었거든? 짐은 풀지말고 엄마가 할테니까 그냥 거실에 놔두고. 더워도 에어컨 말고 선풍기만 키고있어. 엄마 금방 갔다올게"
엄마가 정말 급한일이라며 나에게 미안하다 사과를 하고 문 안으로도 들어오지 않은 채 차를 타고 가버렸다.
이제 나도 몸이 괜찮은 것 같아서 그냥 내가 짐을 플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발을 디뎠다.
내가 느끼기엔 하룻밤 일 같은데, 거의 일년만에 집에 발을 디딘다고 생각하니 이사한 새집에 가는 것 마냥 설렜다.
"음..."
나 때문에 엄마가 집에 없어서 그런지 집은 깔끔하지 못했다.
그래도 최근엔 엄마가 집에 많이 갔다 오시던데, 그 전에 얼마나 심했을지 상상이 안간다.
나 때문에 아빠가 집에서 혼자 밥을 해 먹었을 것을 생각하니 코 끝이 찡했다.
짐 정리를 끝내고 내 방에 들어와 침대에 앉았다.
일년동안 주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내 방이 낯설었다.
원래 이리도 차가운 느낌이었던가
방을 둘러보다가 책상위에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 속에는 편지가 가득했다. 예쁘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아무 무늬 없는 하늘색 봉투들만..
"이게 뭐지.."
내 방에 있으니까 뜯어도 될거라 생각해서 하나를 뜯었고, 그 안에는 익숙한 글씨의 편지가 있었다.
왜 떨리는 지 모르겠는데, 손이 떨렸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편지를 읽었다.
ㅇㅇ아 오늘은 비가 많이 왔어.
봄이 다 지나갔나봐.
벚꽃도 다 져버렸다.. 너랑 벚꽃축제 보러갔다 온게 엊그제 같은데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둘걸...
애들은 기말고사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나 혼자 왔어.
얼른 일어나 ㅇㅇ아
기분이 이상하다.. 아닐거라 믿고 싶은데 무언가 자꾸 다가오는것 같다.
나는 또 다른 하늘색 봉투를 들어서 또 뜯었다.
ㅇㅇ아 학교에서 체육대회 했는데 너 생각이 났어.
작년에 너 달리기 1등했다고 되게 좋아했었잖아
얼마나 귀여웠는데.
올해도 너보다 더 잘하는 애는 없는 것 같아. 너가 나갔으면 또 1등을 했겠지?
오늘도 좋은 꿈꾸고, 내일 또 올게
ㅇㅇ아 장마철인가봐 비가 너무 많이 오네.
나 이제 학교 안가, 너랑 더 오래 있으려고 학교도 안가
예쁜 니 얼굴 조금이라도 더 볼려고
니가 웃는 모습이 보고 싶다.
오늘 ㅇㅇ이 생일이었어.
너가 생일이 날짜가 애매하다며 시험기간이라 되게 투덜댔엇는데
오늘 애들도 다 왔다 갔어.
보조침대 위에 너 선물이랑 편지들만 한가득이야.
우리가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않았지? 얼른 일어나. 목소리 듣고 싶어.
편지를 하나 하나 꺼내서 읽어보는데 눈물이 났다.
말도 안된다. 내가 너를 어떻게 꿈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었지?
꿈이 아니다. 너는 내게 현실이었다. 진짜였고 사랑이었다.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도 편지는 계속 읽어 내렸다.
소복히 쌓여있던 편지들을 거의 다 읽어 갈 무렵.. 제일 밑에 하늘색보다 조금 진한 편지 봉투를 들었다.
ㅇㅇ이에게
ㅇㅇ아 안녕, 어... 편지처럼 제대로 쓰는건 이번이 처음인거 맞지?
너가 하늘색 좋아해서 하늘색으로만 썼는데, 일어나면 그날 그날 어떻게 지났나 궁금할것 같아서..
너무 내 얘기만 썼지?
하고싶은 말이 많아서 너 옆에 앉아서 나 혼자 떠들었는데, 너가 잠을 너무 깊게 자고 있어서 못들으면 어쩌나 싶어서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됬어.
벌써 너가 이러고 있는지 반년이 됬어. 나뭇잎이 다 지고 사람들도 겨울을 준비 하는데 너만 그대로야.
너 모르는 사이에 너 머리 되게 많이 길었다. 알고 있어?
머리 기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좋겠네 우리 ㅇㅇ이
이게 마지막 편지가 될 것 같아.
사실 내가 좀 멀리 갈일이 생겼어, 아픈거 아니야. 나 되게 건강해
빨리 일어나.. 너 아무 탈 없는거 보고 가려고 하는데 그것도 안들어 주려나보다 너는,
사랑해, 여지껏 말로 하지 못했지만 정말 너무너무 사랑해. 이 말 하나로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 사랑해
"아...아.. 경수야.....흡"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 앉았고 입고 있는 옷 소매로 입을 틀어 막고 울었다.
이렇게 안하면 소리를 질러 버릴것 같아서.. 내가 너무 미워서
경수한테 너무 미안해서..
편지를 정리할 생각은 하지도 않은채 집 밖을 나섰다.
눈은 빨갛게 충혈이 되어 있었고 얼마나 울었는지 퉁퉁 부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지금 내게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경수... 경수를 보러가야한다...
- 띵 동
어떻게 집 앞에 왔는지도 기억 못할 만큼 정신없이 경수의 집 앞으로 왔다.
초인종을 울렸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 띵 동
"경수야... 경수야 안에 있어? 나 문좀 열어줘 경수야"
돌아오는 건 침묵 뿐이었다.
멀리 간다고 했다.. 하지만 어디를?
열리지도 않는 차가운 문 앞에 쭈구리고 앉아서 계속 울면서 경수 이름만 중얼거렸다.
내가 깨어난지 한달이 넘었는데, 난 경수를 한달을 잊고 있었다. 꿈이라고 생각했다.
경수를 피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경수를 마음에서 지우려까지 한 거였다.
경수를 볼 면목이 없다.
"어머 학생, 우리 옆집 학생 애인 아니였나?"
"..네?"
"근데 여긴 무슨일로 왔어? 옆집학생 두,세달 전 쯤에 나갔어. 집은 그대로 있는데 다른데 가서 산다고 그러더라고"
"아....네...감사합니다.."
어딜 가야 경수를 만날 수 있는걸까
지금 너는 어디서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내가 너무 미워서 떠나버린걸까..
고개를 무릎에 묻고 있었는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는 발자국 소리.....
점점 가까이 오는 것 같았는데.... 내 옆에 와서 소리가 멈췄다.
"니가... 왜 여기있어?"
여러분! 얼마나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댓글 쓰셔서 포인트 회수해가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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