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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다.

양손을 비비적대며 길을 걸었다. 12월을 막 들어서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는 온통 빨강색과 초록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내게 12월이라면 추운 겨울일 뿐인데-, 사람들은 하하호호 즐거워보인다. 어느새부턴가 잘못끼운 퍼즐처럼 삐뚤어진 고정관념은 나를 더럽게 괴롭혔다. 이 퍼즐을 빼내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잘못된지 알아야 빼든 할텐데, 몇십년동안 만들어 왔던 가치관은 요지부동이였다.이렇게 우울한데 눈이 내린다. 비참하다. 마치 눈이 회색같다. 길거리에는 흰색으로 목도리를 맞춘 연인이 팔짱을 꼭 끼고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길을 걷고 있었다.나는 그 연인들을 힐끔 쳐다보다 헛웃음을 흘렸다. 나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시내로 나왔을까.

 

 

"운명을 믿으세요?"

 

 

아무 생각없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벅 터벅 걸으니 훨칠하게 생긴남자가 웃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뭐야? 혼자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남자는 미소지으며 내 코 끝에 앉은 눈을 한손으로 쓱 닦았다. 그 남자의 온도가 내 코 끝에 앉았다 사라진 기분이다.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니 남자는 여전히 아무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지긋지긋하다. 설렘은 잠시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다. 나를 가지고 장난치는것같기도하고, 춥고 짜증나는데 날 이렇게 붙잡아 놨으면 말이라도 하던지, 그런 삐뚤어진 관념이 다시 출동하셨다. 남자는 내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도 아무말 없이 미소지었다. 뭐,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건 아니였지만 저렇게 말없이 가만히 있으니 내 속만 타들어 간다. 무슨 말이라도 이어가 볼까싶었지만 처음보는 사람한테 괜히 말걸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남자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10초동안 아무말도 안하면 가버려야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곤 카운트를 셌다.

 

 

"가셔도 좋아요"

"아, 네"

 

 

그래, 시발, 이게 현실이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서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늬예. 혼자 속으로 저 남자 곱씹었다. 옆에 친구라도 있으면 열불을내며 남자를 양파까듯 까댔겠지만 지금은 친구년들도 남친하고 데이트를 하고 있을게 뻔하니까 그냥 말없이 역으로 갔다. 내가 뭐하러 여기 까지 전철을 타고 왔는지. 휴…. 내 한숨이 입김이 되어 하늘로 날아 갔다. 코 끝이 시려웠다. 손을 주머니속에서 꼼지락 대다가 볼에 체온이 녹아있는 손을 문댔다. 제법 따뜻한것같다. 역전도 생각보다 따뜻했고 손의 온기가 금세 사라져 손을 여러번 비비다 버스카드를 개찰구에 한번 꾹 누르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앞으로 몇분후면 집에 도착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얼른 집에가서 씻고 자고 싶어, 한것도 없는데 마음도 무겁고 피곤하다.

전철도 사람들로 붐볐다. 뭐, 아침의 지옥철 정도는 아니여도 손잡이에 사람들이 빽빽하니 마치 잘 진열된 인형들 같았다. 전철에 있는 사람들을 가만 쳐다보다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쳐 재빨리 핸드폰을 꺼냈다. 민망함에 애꿎은 액정만 눌러대니 화면이 문자창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한 통의 미확인 메세지

 

 

'운명을 믿으시는군요'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그림자가 드리워져 고개를 들으니 아까 눈마주친 남자와 또다시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는 남자가 내게 가까이다가와 나를 위에서 바라보고있었다. ○○이지? 그렇게 묻던 남자의 얼굴이 붉그스름해져갔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몇번 고개를 끄덕이다가 멀뚱히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얼굴은 점점 미소로 번져갔다. 머리에서는 수만가지 생각이 곂쳐 지나갔다.

 

 

"너 초등학교때 전학 가기 전에…"

"변백현?"

 

 

남자, 아니 백현의 표정이 이젠 행복으로 가득 찼다. 어리둥절해 멍하니 백현을 바라보니 백현은 내 머리를 거칠게 쓸었다. 키 많이 컸네, 옛날에는 땅콩이라고 자주 놀렸었는데, 백현은 말없이 내 머리를 몇번 휘젓더니 손을 꼭 잡았다.

 

 

"내가 얼마나 찾아 다녔는데 둔팅아"

"나를? 왜?"

 

 

백현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손이 미지근하게 녹고 나서야 입을 땠다.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라고. 그 말을 듣고나니 나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게 되버렸다. 백현은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고있었고 주변 사람들이 힐끔 힐끔 쳐다보고 있었기때문이였다. 백현은 그런 나를 보더니 내 손을 꽉 잡더니 귓속말로 소곤소곤 속삭였다.

 

 

"운명인가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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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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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오재미있네요 다음편이 기다려지게 끊어주셨어요ㅠㅠ완전궁금해요 과연 여주도 운명이라생각하는짛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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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나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 이런거ㅠㅠㅠㅠ 달달한거ㅠㅠㅠㅠ 완전 좋아여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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