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에 사는 세 살배기 어린 강아지입니다. 이름은 승리에요.
"이눔시키 승리야, 밥 먹자 우쭈쭈"
아무리 살펴봐도 소매치기같은 갓을 쓰고 계신 분은 내 주인님이셔요. 오이지서당을 저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살림이라고는 사랑채 하나와 저의 개집 하나만 뗄롬 있을 뿐이어서 소개시켜드리기가 민망하네요. 헷, 사실 제가 서당의 공동주인인 체 했으나 저는 그냥 밥이나 빌어먹는 개놈이구요 주인님께서는 훈장이라고 우리 마을 코찔찔이들의 글공부를 담당하신답니다. 뚱뚱한 서양 고양이를 닮은 주인님께서 그나마 수완이 있으신게 다행이에요. 건넛 동네에서도 늦깎이 학생들이 글을 배우러 오고는 하거든요.
"훈장님 안녕하셨어요?"
또랑또랑 주인님께 인사하는 저기 저 말라깽이 계집애는 이름도 특이하게 '산다라'래요. 코찔찔이 남동생과 함께 오는데 주인님은 제 밥을 챙겨주다말고 조것들이 건넨 수강료를 받고 사랑채 안으로 훌쩍 들어가버리셨어요. 뱃가죽이 헤져버릴 것 같아 컹컹 짖었는데 아뿔싸, 저 놈년들을 잊고있었어요 계집아는 둘째치고 사내아가 무슨 천사처럼 생겨가지고 하는 짓은 영락없는 염라대왕이에요.
"승리 이 똥개 자식 형아한테 와봐"
"깨갱깽.."
"이눔시키 어젯 밤에 밤일 얼마나 했는지 좀 보자"
이 사내아가 어찌나 성에 밝던지 얼마 전에는 제게 스스로 위로하는 법도 가르쳐주었답니다. 아주 악질이에요 저것은. 아 이 눔이 제게 오네요 아..앙대..저리가...목줄에 묶인 저는 얼마 못가 사내눔에게 잡혔어요.. 앙대...제발 내 소중이만큼은...아아 계집애도 보고있는데..아..하앙....
"승리도 응큼한 수컷이었구나"
부끄럼 없이 저의 허물 없는 모습까지 지켜본 말라깽이 계집아이가 낭랑하게도 말합니다. 승리 데리고 뭣들 하는 짓이냐! 훈장님께서 호통을 치시자 저승사자같은 남매놈들은 사랑채로 들어갑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때에 거사를 치뤄버린 전 그만 지쳐 쓰러졌는데 이내 건넛마을 늦깎이 학상들이 들어옵니다. '다불로(多佛勞)'와 '미수라진(美水喇眞)'입니다. '투거억(投巨抑)'이란 놈은 읍내에서 열리는 풍물놀이 잔치에 간다고 땡땡이를 친 것 같습니다.
아참, 그리고 내 주인님의 성함을 말씀 못드렸군요. 마을 사람들은 '양사(羊士)'라 칭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자꾸 책거리날짜를 미룬다고 '양악(마의)연(기)'이라 저들끼리 부르곤 합디다. 가끔 이 곳에 놀러오시는 '제와비(帝瓦妃)' 어르신과 '수만옹(水萬邕)' 어르신께서는 '사형(친한이를 높여 부르는 말)'이라 부르시는데 끼리끼리 논다고 제와비 어르신은 저어기 멀리 동방국에서 왔다는 원숭이를, 그리고 수만옹은 힘 좋은 말을 닮았습니다. 그래서 내 주인 성함이 뭐냐고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제 돈도 다 챙겼겠다 주인님께서 인제야 밥을 주십니다. 뭐가 됐든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주며 식사가 반가운 척 밥그릇을 치다보니 이게 웬걸, 오늘도 주인님께서 먹다 남기신 음식물 쓰레기뿐입니다. 동방국가 중에 어떤 곳에서는 음식을 남기면 사후에 비벼 먹는다던데 주인님께서두 한번 꼭 드셔보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딱 죽기 좋은 맛이어서 혼자 먹기 아쉽거든요
아 밥도 시원찮아서 오늘밤 인간으로 변신하여 양아치들 좀 때려잡고 고것들이 불법으로 점유하던 엽전 몇 냥을 빼 국밥 한 그릇 사먹어야겠습니다 그려
다음엔 지용할배..!!!! 사실 이건 프롤로그 형식이고 쓰려던 내용이 있는데 그게 대략 음악과 명품과 크롬하츠 기타 등등으로 왜적을 무찌르는 초퓨전사극판타지액션멜로라서 왠지 프롤로그 5개 멤버별로 쓰고 끝날듯..^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