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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한번 졸라 아기자기하네. 넌 뭐 없냐?"
"뭘"
"됐다."
"아 뭐가!"
"너 키 작다고"
"그소리가 여기서 왜나와"
우지호 이자식아. 내가 모를거 같지?
며칠전부터 묘하게 분위기타령을 하는 녀석과, 결정적으로 인터넷으로 초콜릿을 구매하는 누나를 보고 알아차렸다.
그놈의 빼빼로데이.
키가지고 툭툭 내뱉는 우지호를 뒤로하고 집안에 들어서자 따뜻하고 달콤한 향이 퍼진다.
"올.나도줘"
"저리가. 너 먹을거 없거든?"
"아왜!왜왜왜왜!!!"
"남으면,아니 망하면 줄게 좀 저리 가봐 신경쓰이잖아 데코 덜했단말이야!"
"치사하게. 저번에 보니까 초콜렛도 많이 샀더만 하나 주면 어디 덧나냐?"
"이게 꼬박꼬박말대꾸야. 망하면 준다고!쉿!저리가!"
"누나 그럼 나 이거 남으면 줘. 남으면. 만든거 말고 남은거 줘"
만든게 아니라 남은걸 달라는 말에 누나가 데코레이션을 하다 말고 눈을 가늘게 떠 나를 쳐다봤다.
"뭐,왜"
"애인생겼냐?"
돌직구랄것도 없지만 강하게 던지는 한방에 뜨끔했다.
"미친.아니거든 우지호랑 맞교환하기로했어. 여친없는애들끼리"
"근데 니가 만들겠다고?"
이여자가 진짜..
날 무시하나
"누나 손으로 만든것보다 내가 더 잘만들껄"
"아하 그러셔? 그럼 니가 만들어봐.물론 잘 나오면 봐주긴 할게"
"이씨.."
"초콜렛은 저기 있으니까 커버춰를 쓰던, 코팅을 쓰던지"
커버춰는 뭐고 코팅은 또 뭐야. 초콜렛이 그냥 다같은 초콜렛이지.
"그리고 데코펜 여기 있고, 아니면 니가 짤쭈 써서 해. 빼빼로스틱이랑,블라썸이랑 크런키도 있으니까 장식은 알아서."
왓? 뭐라구요?
"ㄴ.누나"
아, 쫌 어떻게 하는지는 가르쳐 줘야할거아니야!! 이여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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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을 물에 끓이면 어떻게해 바보야!"
"아씨 누나가 안알려줬잖아. 그럼 어떻게 해"
"중탕시켜야될거아니야!"
"아씨."
..
"그거 그렇게 오래 안해도 돼. 얘네 온도에 민감해."
초콜렛주제에 까다롭기까지..
앞으로 다신 만드나 봐라. 그냥 사서 처먹일걸.아오! 속에서 짜증이 터져나왔다.
"아씨, 앗,뜨!"
"야 괜찮아? 중탕한다고해서 그냥 따뜻한건 아냐. 아오 바보"
"자꾸 바보바보 하지마! 안그래도 짜증난다고. 아오 씨발"
빼빼로 스틱을 하나 잡고 무식하게 초콜렛에 끼얹기 시작했다.
옆에서 바나나며 마쉬멜로우에 초콜릿을 입히고 코코아 파우더나 크런키에 굴리기 시작하는 누나 손을 한번,
그리고 내 손 한번. 번갈아보았다.
아..이게 여자와 남자의 섬세함의차인가?
"눈독들이지마. 니꺼아냐"
"착각은 자유거든?"
어느 새 데코레이션을 마친 누나는 쟁반위에 이상한 종이를 깔아두고 그것들을 모두 올린 채, 초콜렛이 굳어야 한다며
뚜껑을 덮어두곤 소파로 가서 쭉 뻗었다.
어차피 많구만. 뭘.내가 하나 가져가도 티도 안나겠네.
소파에 뻗어버린 누나를 보면서 안전빵이 생겨 안심이 됬다.
"아씨!진짜"
이게 맘대로 안된다. 힘을 좀 많이주면 뭉텅이로 나와버리고 힘이 덜하다 싶으면 자꾸 끊겼다.
문득 식탁을 엎어버리고 싶단 충동에 타올랐다.
"그거 그렇게 하지말고 이렇게 아래 받치고.."
"빼빼로 따위가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하다니"
"니 손이 이상한거야."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는 누나를 째려보다가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았다.
우여곡절끝에 완성한 빼빼로는 옆에나란히 누워있는 누나의 마쉬멜로우들을 보니 내 손을 대변해주는것같아 한편으론 씁쓸했다.
나도 나름 이쁘게 만들었음 했는데..
시계는 벌써 새벽을 지나가고 있다. 초콜렛이 살짝 굳기 시작하는게 보여 설레서 뚫어져라 쳐다본 탓이 큰것 같은데..
누나는 포장용 상자랑 비닐, 아기자기한 빵끈, 장식용 스티커를 주더니 편지써야되니까 니가 알아서 포장하라며 방으로 들어갔다.
하나 둘 빼빼로를 넣다 빵끈으로 잠그고 유산지가 깔린 상자에 넣다보니 너무 초라해보였다.
밤이라 감성적으로 느껴지는건가?
누나의 마쉬멜로우와 바나나,그리고 쉘을 두어개씩 집어올렸다.
누나 미안. 근데 내 연애사도 중요하잖아.
상자한켠엔 빼빼로가, 옆에는 다양한 초콜렛이 들어갔다. 흐흐 만족스럽다.
한번 기지개를 쭉 펴고 우드득거리며 우는 허리를 달랬다.
-
띵동.
띵동띵동.
"어 박경. 근데 너 비밀번호 알잖아"
"야"
"뭐"
"자 우씨. 많이 퍼먹어라 나쁜놈아!"
현관 앞에 서서 들어오라는듯 앞을 비켜주는 우지호에게 대뜸 상자를 던지듯 내밀었다.
핑크빛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환상을 심어주는 상자가 원망스러웠다.
아 누난 줘도 꼭 저런걸 줘.진짜. 좀 깔끔한것좀 살것이지. 줄무늬 얼마나 좋아.
귀가 화끈화끈 달아올랐다. 고개를 푹 숙였다. 이대로면 얼굴도 빨개질 것 같아서.
왜 안받고 지랄이야. 쪽팔려죽겠는데
"아.아씨.. 안먹을 거면 마. 아나.."
"크킄큭 경아."
"아 존나."
우지호의 손을 잡아 퍽 하고 품에 안기듯이 주고는 뒤로 내뺐다.
"ㅁ.뭐야 씨발"
"이렇게 귀여워서 어떻게하냐"
손목을 잡혀 현관으로 질질 끌려들어왔다.
"니가 타령하던 빼빼로 거기 있거든? 아좀 놔봐좀!가게!"
"니가 만든거야?"
"아 몰라!"
"킄ㅋ큭, 경아 아까 니가 너무 쎄게 안겨줘서 빼빼로 다 부러졌겠다"
"처먹으면 다 똑같지 뭘."
"그러니까, 니가 다시 붙여주고가."
쪽-
"아..아씨"
분명 얼굴 빨개졌을거다.
쩔쩔매며 일부러 짜증을 내려고 고개를 팍 쳐들었고, 어느새 신발장 위에 빼빼로를 내려두고 입을 부딪히고 있는 우지호의 감긴눈이 보였다.
철컥- 문이 소리를 내며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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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빼빼로데이라서요...
좋은하루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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