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우리 동네에는 이상한 괴담이 돌았다.
지금 사람들이 들으면 허, 참 웃기지도 않네. 그게 말이나 돼? 너 정신 좀 이상한거 아니냐? 라는 정신나갔다는 소리만 들을 그런 괴담말이다.
다른 동네 사람들은 이 동네사람들이 이상하네. 하고는 넘어가버린다.
나도 이 동네 사람이지만, 그 괴담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도 믿는사람 반, 안 믿는 사람 반.
50 대 50 으로 있다.
물론, 난 안 믿는 50.
하지만 오늘 난, 그 괴담을 직접 체험하게된다.
그 괴담이라는건,
많은 사람들은 바다에 인어가 살았다고 생각했다.
육지에 사람이 사는데 바다라고 못살겠어? 라며 사람들은 어느새 하나 둘 인어를 꿈꾸기 시작했다.
높은 위치에 위치해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책을 읽으며 인어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찼다.
한심하게 바라봐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입 틈새로는 인어에 대한 소문들이 처져나갔다.
소문들은 괴기하거나 신비롭거나였다.
괴기한 소문부터 말하자면,
보름달 뜨는 밤마다 인어들은 육지로 나와 사람의 모습을 하고는 이성을 홀려 바닷속으로 데려간다고한다.
왜 홀려서 들어가, 멍청하게. 라고 생각하겠지만 인어의 모습은 보통 '예쁘다.', '잘생겼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보다도 훨씬, 훠얼씬 더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몸매무터 목소리까지 모두 빼어나 홀릴 수 밖에 없다고한다.
길을 지나다 예쁘거나 잘생긴사람이 있으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사람을 향하듯, 인어는 그 빼어남으로 모든사람들을 홀린다고한다.
바닷속으로 데려가고나면 경우는 두 가지.
인어는 바닷속 제일 최상위의 포식자, 사람을 먹고 산다는 이야기가 있다.
홀려 데려온 사람들 자신들의 먹잇감으로 삼는다.
피냄새를 맡고 다른 포식자들이 건너오면 그 포식자까지 먹이로 삼는다.
이것과 반대되는 신비스러운 소문은,
보름달 뜨는 밤이면 인어들이 바다 한 가운데에 모여 합창을 하는데 그 노랫소리가 이끄는대로 가보면 인어들이 기다리고 있다더라.
그래서 인어를 따라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자신도 빼어난 미모를 가진 인어가 될 수 있다고.
그런 소문이 돌고난 후부터는 보름달 뜨는 밤이면 바닷가로 들어가 목숨을 잃는 여자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데도 불구, 또 많은 사람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가려는 이유는
'빼어난 외모'라는 미끼 뿐만 아니라, 인어들이 선택한 사람은 하늘로 올라가 천사의 일생을 살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지금 말하는 이 괴담 두개 중, 하나만이 여태까지 남아 돌고 있다.
"야, 변백!"
"아, 박찬열 좀 떨어져. 더워 새끼야."
"맞아, 박찬열 좀 떨어져. 변백현 쪼꼬만놈 불쌍하지도 않냐."
"닥쳐라 김종대. 너한테 그런말들으니까 진짜 더 기분나빠."
아침부터 오늘 볼 기말고사탓에 머리가 지끈지끈한데 저 멀리 골목에서부터 박찬열과 김종대콤비가 하나, 둘! 하더니 아하하 거리면서 뛰어와 박찬열이 내 목을 감싸고 김종대는 헤실헤실 웃으며 우와아아~ 거리고 있더라.
안 그래도 여름시작이라 더운데 제일 키 큰 박찬열이랑 부둥켜안고 있자니 짜증나고 옆에서 입꼬리 말아올리며 깔깔거리는 김종대에 또 짜증이 났다.
나보다 키도 작은 주제에 김종대는 또 아침부터 나를 디스하고 앉아있다.
맏받아치는꼴로 김종대를 디스하면 아 뭐야 이러면서 박찬열 옆으로 쪼르르 가 걷는다.
아침부터 건든게 누군데 정말….
"야, 근데 오늘 마지막고사지?"
"오!! 올레!! 마지막이지!! 끝나고 놀자!"
"우리끼리만놀아? 아니면 선배들이랑 떨거지들도 불러?"
여기서 떨거지라 하면 1학년의 김종인, 타오를 일컫는다.
어쩜 똑같은 둘이서 그렇게 줄줄이 잘 붙어다니는지. 염치도 없는지 선배들 돈을 이리저리 다 먹어치우고다닌다.
벌써 그놈들한테 당한 선배만 여럿.
"뭐하고 놀건데."
내 질문에 박찬열은 고민하더니 '몰라.'라고 아무렇지도않게 대답했다.
김종대도 나도 몰라. 하고 시큰둥하게 대답.
아는게 있긴하냐? 하고 물어보면 너보단 많아. 라고 돌아오는게 답이다.
"야, 선배들이랑 떨거지들 다 모아서 우리 거기가자."
"거기가 어딘데."
"좀만 놀다가 해지면 가자. 요 앞에 바닷가잖아. 오늘 보름달뜨는날이야. 인어괴담 확인하러가자고."
-
"아아~ 경수야~ 같이 가자, 응?"
"아, 진짜 징그러워 김종대. 왜 나한테 애교질이야, 떨어져."
"인어괴담 확인하러 가자니까? 왜그래? 무서워서그래?"
"아니거든. 그리고 난 인어괴담 안 믿어. 그걸 왜 믿냐. 애야?"
도경수의 단호박에 김종대가 풀이죽어 힝 하고는 떨어져나간다. 그를 본 박찬열이 김종대보다 더, 더 징그러운 애교를 하며 도경수에게 들러붙는다.
입에서 욕이 스믈스믈 올라오는게 느껴진다. 도경수는 짜증을 풀풀 내며 결국은 내쪽으로 걸어온다. 박찬열과 함께.
"아 변백, 너도 이거 안 믿는데 왜 가냐."
"너같으면 안 가게 생겼냐. 쟤네가 저러는데."
내 말에 도경수가 아 하긴..이라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점심시간까지 다 마치고나서 떨거지들을 데리러 2층으로 내려가 김종인을 만났다.
항상 나를 거만하게 내려다보는 눈빛이 싫었다.
저녀석은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하는지 절대 이해불가.
한참 눈싸움을 하다가 그녀석이 먼저 눈을 돌렸기에 눈싸움을 마칠 수 있었다.
타오는,
"인어괴담이요? 형들 이상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요."
"타오,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갈거지?"
"아니 내가 그런데를 갈 것 같아요? 거기가 어딘데요?"
라고 대답했다.
친구들이 다 간다니 김종인도 가겠거니 싶었는데
"난 안 가."
"왜 안가, 종인. 같이가."
김종인은 한쪽 입꼬리만 기분나쁘게 씩 올리고는
"난 그 소문 믿어서. 그런일 벌어지는걸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안 가요. 경수형, 형은 갈거예요?"
"…어? 나?"
"가지마요, 나랑 같이 놀자. 형한테 소개해주고싶은 사람이 있어요."
내가 김종인을 싫어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김종인이 도경수 팔을 잡고 본인쪽으로 끄는데 그게 또 재수가 없어보였다.
나는 다시 도경수를 내쪽으로 끌어당기고는 말했다.
"그냥 가지? 다같이 즐겁게 놀자고 가는거잖아. 같이 노는데 도경수는 왜 빼는데."
"그럼 데리고 가던가."
또 저렇게 재수없게 말을 내뱉고는 반으로 사라진다.
진짜 봐도봐도 마음에 안 드는 녀석….
-
결국 김종인, 그녀석만 빼고 바닷가에 도착했다.
건전한 청소년문화를 가진 우린, 몇명이 술에 취한 채 밤바다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미친놈들..
김종대와 박찬열은 춥다 춥다 하면서도 밤바다에 발목을 담근 채 첨벙첨벙 물놀이를 한다.
준면선배는 가만히 돌 위에 걸터앉아 민석선배와 대화를 나누고,
타오는 혼자 낄낄거리며 조개나 줍고 있다. 정말 미친게 분명해.
그러고보니 경수, 도경수가 없다.
"도경수는?"
"몰라 몰라 종대는 몰라잉~"
아 시발. 김종대의 술취한 애교에 고개를 찡그린 채 해변가를 걸었다.
걸을 때 마다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질척한 모래가 마음에 안 든다. 찝찝해.
도경수를 찾으러 두리번대며 해변가를 걸으니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노랫소리를 따라 발을 옮겼다.
노랫소리가 점점 커졌을때 생각난 인어괴담.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인어들이 노래를 하는데 그 노랫소리를 따라 들어가면 자신도 인어가 될 수 있다고.
"그런일이 있을리가.."
절대 아니라고,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노랫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걸어서 도착한 곳에는 큰 나무가 있었고 저 건너편에는 도경수가 있었다.
얼굴모를 바다 안에 들어가 헤엄을 치는 미친남자와 함께.
"들어오라니까 경수."
"안 돼. 지금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 이따가, 쟤네랑 헤어지고나서 갈게."
"너 지금 힘들잖아. 계속 있으면 한계치야. 너 죽어, 경수야. 지금 아무도 없잖아. 그냥 들어와."
남자는 무어라고 말을 하더니 도경수를 끌어당겼고 도경수는 힘없이 끌려 바닷속으로 빠졌다.
"도경수!"
남자도 도경수도 이미 바닷속으로 빠져 사라졌다.
내 뒤에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뒤에는 김종인이 있었다.
"선배, 왜 혼자 여기계세요."
"…뭐야, 넌 왜 여기에."
"경수선배 찾으러 왔나봐. 내 말 맞죠?"
어, 맞는데. 하고 짧게 대답을 하고 김종인의 팔을 툭 쳐내면 김종인은 웃으면서 날 끌고 간다.
"그럼 바닷속으로 들어가야지."
바닷속으로, 나도 들어가게 되었다.
온통 물 천지. 힘겹게 눈을 스르륵 뜨면 보이는건 처음보는 남자 얼굴.
인간은 아니였다.
귀가 파란색.. 게다가 하체에 다리가 없다.
나는 지금, 인어라는것을 처음 보았다.
인간들 상상 속에만 있다고 생각한 인어가 내 눈 앞에 실제로 있다.
그제서야 나는 인어괴담을 믿게 되었다.
또 떠오른 두번째 괴담.
보름달이 뜨는 날 인어들은 밖으로 나와 인간들을 홀려 바닷속으로 빠지게 한 뒤, 본인들 무리와 함께 그 인간을 잡아 먹는다고.
고개를 휘저어보니 저기서 보이는건 김종인이였다.
인어들 사이에 둘러싸인 난 결국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도경수 생각이 들었다.
혹시 도경수….
"…백현아."
숨이 점점 멎어오고 눈에 힘이 풀린다. 숨막혀.
흐릿흐릿한 시선속에서 도경수를 보았다.
"도경수, 경수야. 얘 어떻게 할거야. 잡아먹자니까?"
"이나이때 인간들이 얼마나 맛있는데."
도경수는 고개를 젓더니 내 어깨를 힘겹게 잡아 바다 위로 올라갔다.
숨이 곧 끊겨 죽을 것만 같았다.
내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숨통이 조여지는 느낌이 들었다.
위로 올라가 공기를 받으려면 아직 한 참이나 남았는데.
오늘, 내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어떡해."
끝까지 힘을 더디어 눈을 뜨려 노력했다.
작고 흐리게 보이는 눈 틈새로 도경수가 가까워졌고 이내 도경수와 내 입술이 서로 맞닿았다.
숨을 불어넣어주는 도경수와 도경수의 숨을 받고 있는 나.
도경수의 손이 내 볼을 감쌋고 나는 서서히 눈을 뜰 수 있게 되었다.
이내 서서히 입술이 떨어지더니 다시 붙어왔고 충분하리다 싶을 만큼 도경수는 나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제대로 눈을 뜨고 본 경수는, 사람이 아니였다.
"…하아, 후……."
"백현아."
도경수는 바닷속에 잠긴 채 목만 쓱 육지밖으로 내밀고는 내 이름을 불렀다.
"너 인어야?"
"…미안해."
"진짜 사람먹고사냐? 김종인도 먹겠네. 김종인은 나 먹으려고 날 거기다가…. 넌 왜 날 데리고 나왔냐."
"일단 같은 학교 친구라서 먹을 수가 없었고. 나는 어렸을 때 부터 사람은 안 먹게 됐어. 종인이는 그냥 먹는거고."
도경수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나에게 다 털어놓았다.
"…인어란 말이지. 사람먹는 인어.."
"…미안, 나는 그냥 바로 가려고 했는데.."
"괴물같다."
괴물같았다.
사람을 먹는 인어.
지금 안 먹는다고 할지라도 결국 도경수 근처 사람들은 모두 인어일거고,
최근 여러번 있었던 실종사건 피해자들도 다 저녀석들 먹이였을거고.
끔찍했다. 나를 도와준 도경수는 고맙지만, 끔찍했다고.
"다시는 마주칠 일 없었으면 좋겠다. 인어라는거, 겉보기에만 아름답지. 속은 괴물같다. 역겨워, 우리 다신 마주치지말고. 박찬열이나 김종대랑도 떨어져. 토나올거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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