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뱀파이어를 믿으시나요?
w. 스노우맨
*두번째 이야기*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나는 학교로 출석했다. 물론 정호석과 함께.
정호석은 정확히 이틀만에 독감이 다 나아서는 언제 아팠냐는 듯 옆에서 깝죽되는데 시끄러워죽겠다. 입에 진짜 모터가 달렸나.
대충 얘길 들어보면 자기가 전부터 눈여겨 본여자가 있는데 어렵게 여소를 받기로 했단다.
이름은 정수정이는데 패션학과에서 제일 예쁘다고 소운으로 얼핏 들은거같기도하다.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아직 만나지도 않았으면서 벌써부터 수정이는 나의 운명의 짝이라느니, 나의 소울메이트를 이제서야 찾았다며 난리도 아니다.
"정수정이 니 본모습을 알아야할텐데."
"뭐래. 냄새나는 김여주는 조용히 하시길."
"니새낀 안맞아서 몸이 근질근질하지?"
나는 있는 힘껏 정호석의 정강이를 차주었다. 정호석은 아프다며 나를 노려보았지만, 쟤는 맞아도 싸다.
일부러 생각안할려고 했건만 정호석땜에 다시 그 기분나쁜 상황들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민윤기는 매너 없는 놈이다.
내가 냄새가 난다쳐도 그렇게 코막고 나가버릴일인가? 아니, 물론 나한테 냄새가 났다는건 절대 절대로 아니다.
정호석은 지폐를 넣고 음료수를 하나 뽑아들곤 한입 마시더니 캬~ 역시 웰치스는 포도맛이지. 를 외쳤다.
옆에서 계속 여자들은 어떤 스타일 좋아하냐, 차도남이랑 밝게 웃어주는 따듯한 남자 둘중에 뭐가 더 좋냐면서 끈질기게 옆에서 물어댔다.
그래봤자 내 대답은 뻔했다. 니가 하면 다 이상해.
우리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길을 걷고 있었는데 아주 우연하게도 화장실에 나오는 민윤기를 볼 수가 있었다. 역시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나는 얼른 정호석한테 알려줘야겠단 맘으로 바로 옆에 있는 정호석에게 작은 목소리로 민윤기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야. 재야. 그때 그 강의실에 만난 똥매너."
"?헐 뒷태는 존나 멋진데. 내가 생각했던거랑 정반대임."
근데 호석아. 중요한건 사실 뒷태보다 앞태가 더 잘생겼어. 나도 인정하기싫지만.
그래도 빡치는건 빡치는거다. 이때 아니면 딱히 복수해줄 기회도 없을 것 같아, 3초동안 짧게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 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은 유치하지만 일부러 음료수캔을 던져서 민윤기를 맞추는 것이다. 내가 봐도 정말 아주 많이 유치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나의 분노가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았다. 아니 그러니깐, 왜 가만히 있는 나한테 그런 모욕감을 주냔 말이야.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기때문에 재빨리 작전개시에 들어갔다. 기회는 단 한번뿐이다.
내 손에 든 음료수를 한꺼번에 벌컥벌컥 마신다음, 캔을 납작하게 밟아주고 다시 손에 꼭 쥐었다.
"니 갑자기 뭐하냐..?"
"기다려봐. 내가 저새끼 꼭 맞춘다."
"잠깐. 설마 너 쟤 맞추려는거 아ㄴ.."
'말보단 행동이다' 라는 신조를 가진 나였기에 정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캔을 던졌다. 살짝 후회하기도하지만 이미 던진걸 어쩌겠어.
정호석은 여자들은 무섭다 무서워. 라며 나와 함께 빛보다 빠르게 날라가는 캔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주 짧은 순간이였는데 민윤기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망할. 뒤는 왜 도냐고.
결국 민윤기는 살짝 몸을 움직여 캔을 피했다. 그리고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우리 쪽을 야렸다.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딴 곳을 바라보는 척을 했지만 마주쳐버렸다. 그러니깐 한마디로 내가 불리한 쪽이 되어버린거다.
"쁠르 그스 승흥슬믕흐르."
정호석도 민윤기의 눈빛에 무서웠는지 나보고 빨리 상황설명하라며 내 귀에 대고 작게 말하였다.
하필 그때 왜 뒤를 돌아본거냐고. 나는 일부러 민윤기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웃어보였다.
근데 이상하게도 민윤기의 표정은 아까 캔을 발견했을때 표정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분명 화난표정이였는데 지금은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일단 그건 내 알빠가 아니고, 나는 그저 이 상황을 벗어나기위해서 사과를 해야했다. 정말 하기 싫었지만, 지금은 누가봐도 내가 캔을 던진 범인인것이다.
"미안해요. 하하. 손이 미끄러져가지고.."
누가봐도 변명이다 변명. 손이 미끄러졌는데 캔이 공중으로 날아갈리가 없지. 하지만 마땅히 변명거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민윤기는 나와 정호석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그냥 가버렸다. 짜증난다. 뭔가 모르게 계속 나만 당하는 느낌이다. 내가 사과까지 했는데 그냥 가버려?
"쟤 존나 화난거 같은데?"
"와 나,방금 봤지? 또 나 씹고 가는거? 저런 개똥매너새끼. 알겠다 대답 한번 하는게 그렇게 어렵냐?"
"친구야. 내가 보기엔 쟤는 안건드는게 좋을듯 싶구나. 저런애들이 진짜 화나면 무서운법이다."
내가 어디가서 이렇게 당하고 사는 사람은 아닌데. 분하다 분해. 사과도 하지말껄 그랬다. 바보같이 웃어주긴 왜 웃어주냐고. 씨.
정호석은 그런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지는게 이기는거라고 나를 위로했다. 지는게 이기는거긴 개뿔. 이건 명백히 내가 100% 아니, 1000000000%는 내가 진거다.
나는 애꿏은 정호석에게 괜히 틱틱거렸다. 니가 괜히 상황설명하고 오래서 사과했잖아!
정호석은 체념한 듯이 그래, 내탓이다 내탓이야. 라며 자기 곧 미용실 예약있다고 나를 이끌었다.
"근데 너 오늘 소개팅있다고 미용실 가는거?"
"당연하지. 패션학과인 수정이에게 잘 보일려면 미용실정돈 필수란다."
정호석도 여자만나는데 나는 화창한 봄날에 뭐하는건지. 남자친구 사겨본지가 언제였는지 생각도 안난다.
이상한 놈한테 당하고 살질 않나. 언제부터 내 인생이 이랬던가.
정호석은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내내 정수정얘기만 했다. 자기가 정수정을 처음 봤을때 너무 예뻐서 뒤에서 빛이 났단다. 그리고 또 뭐랬더라.
아, 자기랑 눈이 한번 마주친적이 있는데 자길 향해서 웃어줬다고 한다. 아마 내생각엔 정호석의 착각이 아닌가싶다.
나는 귀에 딱지가 앉을때까지 정호석얘길 들어주다가 버스가 오고나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
"야! 김여주 잘가라! 오늘 이 오빠가 여자친구 꼭 만들어온다."
정호석은 버스가 떠날때까지 특유의 웃음으로 웃어주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
버스에서 종점에 도착해서 내렸다. 집을 가려면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고 쪼금 더 걸어야했기때문에 지금 열심히 걷는중이다. 집이 학교 바로 옆이면 좋을텐데.
느릿느릿 걷고 있는데 내 앞에 익숙한 뒷태가 보였다. 민윤기가 확실하다.
다시한번 복수를 계획해볼까 하고 생각했지만, 아까 정호석이 나에게 민윤기는 건들지마라는 말을 되새겼다. 절대 무서워서 그런건 아니다.
근데 이번에도 민윤기가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쟤는 수시로 뒤에 보는게 습관인가. 그 덕분에 민윤기와 나는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민윤기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시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더니 횡단보도가 나오자, 먼저 건너갔다.
설마 같은 아파트는 아니겠지? 같은 아파트면 어쩌지. 자주 볼텐데.
나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걷다가 5초를 남겨둔 신호를 보고서 전력질주를 했다. 기다리는건 세상에서 제일 싫으니깐.
그때였다. 저 멀리서 검은색 승용차가 속도를 내어 오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자리에서 서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예전에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꼭 차사고가 날때 왜 안피하고 가만히 있지 바보같이. 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는데 이제야 이해가 간다.
분명 머리론 피해야하는데 피해야 한다 생각하지만 내 몸은 마음처럼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몇초가 지났을까.
승용차는 끼익- 하고 급정거를 하였다. 근데 이상하게도 내 몸이 아프지가 않았다.
아까 달려오던 속도라면 나는 부딪혀야 정상인데. 부딪혀서 바닥에 쓰러져야 맞는건데. 뭔가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좋은 냄새가 나는거 같기도 했고.
상황파악을 하기위해 나는 한쪽눈을 살짝 떠보았다.
"조심 쫌 하고 다녀라."
다름 아닌 민윤기였다. 그 강의실 똥매너 민윤기 말이다. 분명히 먼저 횡단보도를 건너서 가고 있었을텐데.
어떻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구한거지. 나는 민윤기 품에 안겨있었고, 횡단보도가 아닌 인도에 있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다시 돌아와서 나를 안아서 인도로 온거야? 말도 안되는 일이잖아. 이런건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다.
운전자도 심히 놀랐는지 차에서 뛰쳐나와, 나에게 병원가자며 괜찮냐고 물어댔다.
"괜찮냐."
"....."
"괜찮은거면 목에 이건 풀지?"
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민윤기 목을 팔로 감싸고 있었나보다. 정신차리고 보니깐 지금 자세가 되게 민망했다. 공주님 안기자세라 해야하나.
아차 하는 마음에 나는 얼른 민윤기 품에 빠져나왔다. 괜히 얼굴이 빨개지네.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헛기침을 했지만 어색한건 어쩔 수 없었다.
"초록불이라고 무조건 뛰지말고. 주위 잘 보면서 다니고."
뭐야. 날 걱정하기라도 하는건가. 진짜 민윤기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싸가지없을거면 계속 없던가 갑자기 왜 잘해주고 난리래.
민윤기는 운전사 아저씨가 학생도 어디 다친곳 없어? 라는 말에도 "괜찮아요." 라는 말만 남기고 또 가버렸다.
고맙다고 말할려고 했는데.
운전사 아저씨는 자기 불찰이라며 꼭 같이 병원가자고 했지만 정말로 나는 다친데가 한군데도 없었기때문에 괜찮다고 하고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 와서도 자꾸 그 상황이 리플레이되었다. 민윤기가 대체 어떻게 그 짧은 시간동안 나를 안고 차를 피한걸까. 분명히 내 앞에 있었고 몇초만에 달려 올 거리도 아니였다.
그리고 나를 왜 구해줬을까. 자기가 다칠 수도 있었는데.
이때부터 였을까, 민윤기에 대한 내 감정이 180도로 바뀐게.
〈episode 1> (처음 느껴보는 감정)
"어, 왔냐? 오늘은 별일 없었고?"
태형은 어젯밤부터 총쏘는 게임에 빠져있었다. 뱀파이어는 잠을 안자서 이거에만 집중 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밤낮으로 저거만 하는 중이다.
결국 게임에서 이겼는지 나이쓰!를 연신 외쳤다.
"아무 일도 없었어."
"근데 왜 이렇게 혼자 웃고 그러냐. 너답지않게."
"내가 언제 웃었다고."
"봐봐, 지금도 웃고 있으면서."
"아니라니깐."
윤기는 태형의 말에 절대 웃는게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지만, 웃고 있는것은 확실했다. 윤기는 아까 여주가 자기에게 안겨있었던 상황을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가 지금 그 생각때문에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것도 모르는 채 말이다.
그러다가 거울로 자신이 웃는 걸 발견하자, 이내 다시 정색을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민윤기, 너 미쳤냐.' 를 외쳐가면서 평정심을 유지했다.
태형은 옆에서 윤기가 자기 혼자 웃었다 정색했다 하는 모습을 보곤 아주 이상하게 생각했다.
평소에 잘 웃지 않는 윤기라서 이상했지만, 웃고 있다가 거울을 보고 다시 정색하는 것이 더 이상했기때문이다.
"드디어 미쳤네. 미쳤어."
〈episode 2> (호석과 수정의 만남)
어느 한적한 카페안. 이 곳은 호석과 수정이 만남을 약속한 장소이다.
호석은 미용실에서 늦게 끝난 바람에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달려왔다.
수정이 혹여나 먼저 와있진 않을까, 자신이 안와서 먼저 가버린것을 아닐까 불안해 하면서 말이다.
드디어 도착한 호석은 숨을 한번 고르고선, 폰 카메라로 바람에 날린 머리를 정리해준 다음 안녕하세요를 몇번이나 연습하다가 길게 심호흡을 하고 들어갔다.
멀리서도 수정을 한눈에 알아본 호석은 창밖을 보고 있는 모습에 너무 예뻐서 심장이 두근되었다.
"저기..늦어서 미안. 많이 기다렸어?"
"어? 아냐아냐, 나도 금방왔어!"
다행히도 수정도 막 도착했는지 호석을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호석은 수정의 웃는 모습에 한번 더 반했다.
"미안 진짜로. 나 원래 디게 시간약속 칼같이 지키는 사람인데에."
"괜찮다니깐. 나 진짜로 얼마 안기다렸어. 한 5분?"
"다행이다. 우리 일단 뭐라도 시킬까?"
"음. 나는 딸기스무디."
"너도 딸기스무디 좋아해? 대박!! 나도 카페오면 그거밖에 안먹어."
호석은 수정과 공통점을 찾아서 기분이 좋은지 헤실헤실 웃었다. 수정도 그런 호석이 귀여웠는지 같이 웃었다.
딸기 스무디가 나오고 이제 본격적으로 호석은 수정과 친해지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의 표본인 호석은 1단계가 '이상형 묻기' 였다.
불알친구인 여주에게 여자는 어떤남자를 좋아하냐고 물어봐도 답이 나오질 않으니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수정이는 이상형이 뭐야?"
"이상형? 나 그런거 딱히 없긴 한데. 굳이 말하자면.. 나의 모든 모습을 다 사랑해주는 남자?"
"오. 잘됐네. 내가 딱 그런남자거든."
갑자기 훅 들어온 호석때문에 수정은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살짝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자신만만한 호석의 모습이 싫진 않았다. 사실 설레었다.
수정은 계속 호석과 만남을 유지하고 싶어졌다. 아마 이들의 만남에 핑크빛을 기대해봐도 좋을거같다.
♡암호닉 신청해주신 고마운 분들♡
김까닥 / 무네큥 / 슈가블리 / 바다코끼리 / 자몽해 / 민윤기최고존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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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초록글 알림이 왔더군요! 너무너무너무너무 하루종일 진~~~~짜 기분 좋았어요ㅠㅠ
저 정말 댓글 좋아하구요. 재밌다,설렌다 이런말 해주시는거 되게 뿌듯하고 좋아해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주세요! 암호닉은 꾸준히 계속 쭉 받을게요!
아 그리고 꼭 댓글쓰시고 포인트 반환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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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락간 연예인들 보면... 반응도 좀 무서울 때 있음.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