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세훈] 비 내릴 때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9/a/d9a56c425c90fbecbbba61f0cb094650.gif)
주번이라 반 친구들이 모두 집에 간 뒤 교실 문단속을 하고 노을 빛이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10분 전 까지만 해도 교실에서 나온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뛰어다녔던 곳이 맞나 할 정도로 조용했다. 나무로 된 계단을 내려갈 때 가끔씩 나는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들어왔다. 건물 입구에서 빨간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제봐도 멋진 풍경이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 슬쩍 돌아보았다.
"어디 갔나 했더니. 찾았잖아."
같은 반인 세훈이가 약간 거리를 두고 내 옆에 섰다. 학기 초에 갑자기 내리는 비에 몸둘바 모르던 내게 우산을 건내주었다. 괜찮다고 고개를 젓는 나를 향해 무심하게 가방에서 우산 하나를 더 꺼내고는 가버렸었다. 그 땐 나도모르게 웃음이 나왔었다. 그 뒤로도 몇번 내게 우산을 빌려주었었다. 마치 지금 처럼.
"오늘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내게 우산을 건내는 세훈이에게 말했다. 아침에 본 뉴스에서는 비 온다는 예보는 없었다. 그리고 반 친구들 아무도 우산을 준비해오지도 않았다.
"너 걸음 느리잖아. 집 가기전에 비 맞을걸? 당연히 내 것도 있으니까 저번처럼 걱정하진 말고."
우산을 내 손에 쥐어주고 먼저 걸어갔다.
"오세훈!"
이름을 불렀더니 내 쪽으로 돌아보았다. 넌 어떻게 그렇게 날씨를 잘 아냐고 분명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왜일까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튀어나왔다.
"고마워!"
몇번씩이나 우산을 빌려주었는데도 고맙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무의식 중에 고맙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나도 모르게 고맙다고 그랬다. 그래봤자 오세훈 반응은 심심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평소 잘 웃지도 않던 애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았다. 분명히 나를 보고 한게 맞았다. 그 때 부터였을까.
정말 집 가는 길에 소나기가 쏟아졌다. 기상청보다 오세훈이 더 정확한 것 같았다. 우산을 몇 번 접었다 펴서 물기를 털어내고 현관 입구 쪽에 우산을 펼쳐 말렸다. 왜 자꾸 아까 그 모습이 생각나는걸까. 오세훈의 웃는 그 모습이. 우산을 볼 때 마다 자꾸 떠올랐다. 퇴근하고 온 엄마,아빠가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발에 걸치는 우산에 언제 샀냐며 물어보셨다. 우산을 자세히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 보니 완전히 여자애용 우산이였다. 하얀 바탕에 분홍색 하트 무늬 우산. 오세훈의 취향이 분명히 아니다.
그 때 부터 혼자 이상하게 생각을 했다. 설마 오세훈이 나를 좋아하는 걸까? 하고는. 자기전 침대에 누워 내일 우산을 주며 할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고마워 잘썼어. 이건 너무 형식적이고 장난스럽게 니 취향 이랬어?라고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사실 오세훈과 나는 장난칠 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였다. 혹시 누나나 여동생이 있나? 저번에 외동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했다. 내일 만나면 오늘 처럼 그렇게 환하게 웃어줄까? 생각하며 웃는 모습을 떠올렸더니 볼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떡해? 갑자기 오세훈이 좋아져버렸다.
잡생각에 잠 못이뤄 등굣길이 매우 힘들었다. 걸어가면서도 눈이 계속 감겼다. 이게 다 오세훈 때문이라는게 더 이상했다. 주번 마지막 날, 우린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어제 그 시간대에 건물 앞에서 만났다.
멋지게 노을이 지어야 할 때인데 하늘은 캄캄했다. 먹구름에 해가 가려져 노을은 아예 보지도 못했다.
"곧 비 올것 같지?"
"금방이라도 올것같아. 오늘도 빌려달라고?"
세훈이는 내 손에 쥐어진 우산을 한번 보고 말했다. 눈치하나는 빠르다니까.
"그래도 될까?"
"근데, 나 오늘 우산 안 들고왔는데."
타이밍 딱 맞게 세훈이가 말 하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어제의 소나기보다는 조금 굵은 빗줄기가 떨어졌다.
어떡하지...바보같이 내려오는 비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쥐고있던 우산을 들고가 폈다.
"일부러 안들고 왔어. 너랑 같이 가려고."
내 어깨를 끌어안더니 그대로 같이 우산을 쓰고 학교를 나갔다. 둘이 쓰기엔 우산이 좀 작았던지 계속 비가 들어오려고 해서 할 수 없이 세훈이 쪽으로 붙었다. 얼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집 앞까지 세훈이가 데려다 주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우산을 접고 머리를 털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었다.
"야!"
"어?"
세훈이 오른쪽 어깨가 축축하게 비에 젖어있었다.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발꿈치를 들어올려 어깨를 닦았다.
"여자네 여자.손수건도 들고 다니고."
세훈이가 웃으면서 무릎을 굽혀 키를 맞춰주었다. 띵- 하고 엘레베이터 도착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왔다. 손수건이랑 우산은 내일 줄게. 감기안들게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세훈이는 나를 엘리베이터에 넣고 닫힘 버튼까지 눌러주고 문이 닫힐 때 까지 앞에 서있었다. 심장뛰는 소리가 엘리베이터안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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