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당신의 행복은 안녕하십니까?
Written by - 쏭쏭이
문이 부숴져라 두들기는 우리 엄마. 동네 방네 다 떠날라가도록 소리를 지르며 나오란다. 아휴 진짜.
"총각! 이 문 좀 열어봐요!! 우리 딸 있느냐고!!"
엄마의 목소리에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저 문 너머에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저씨.. 어떡해.."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윗 옷을 벗고 츄리닝 바지를 골반에 걸치듯 조금 내렸다. 그리곤 물을 얼굴에 조금 찍어바르고는 대문을 벌컥 열었다.
나는 놀라 쇼파 뒤로 숨어 몰래 아저씨와 엄마를 봤다. 벌써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다 모인듯 꽤나 시끌벅적했다.
"우리 딸 빨ㄹ.. 아니..."
"저 지금 바쁘거든요? 걔 여기 없어요"
나 여자랑 있어요- 하는 아저씨의 모습에 엄마는 큼큼하며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거친 숨을 내쉬는 아저씨를 보며 숨죽여 웃었다. 아 진짜 머리 하나는 끝내주게 좋다니까.
됐죠? 라는 말과 함께 아저씨가 문을 닫으려 하자 엄마가 잠깐! 이라면서 문을 다시 열었다. 난 웃음기를 걷어내고 엄마를 주시했다.
"우리 딸 오면 집으로 좀 보내줘요.. 지금 애 아빠 없으니까 와서 밥 먹으라고 좀 해줘요"
엄마의 말에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꿀렁이는게 느껴졌다. 그 느낌은 점점 코 끝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를 듣고는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
아저씨가 바닥에 던져놨던 윗 옷을 주워 입고 바지로 제대로 올려 입었다. 아저씨가 옷을 추스릴 동안 차오르던 눈물을 참고 웃어 보였다.
"들었지? 아버님 없으시다니까 가서 밥 먹고 내일 학교 가야하니까 일찍 자고"
"아빠 없어도 집에 안들어 갈거야!"
"또 왜 그래-"
"때리는 아빠도 싫고 욕하는 엄마도 싫단 말이예요"
내 말에 아저씨는 말 문이 막힌듯 가만히 서서 날 바라봤다. 결국 아까 찔끔찔끔 나오던 눈물이 펑- 하고 터져 버려 겉잡을 수 없이 흘렀다.
엉엉 우는 날 보고 당황한 아저씨가 테이블 위에 있던 티슈를 몇 장 뽑아 세심하게 내 눈물을 닦아줬다. 닦아도 닦아도 우는 나 때문에 지친건지 아저씨가 으름장을 놨다.
"자꾸 울면 어머니 부를거야"
아저씨 말에 끅끅대며 눈물을 참자 안쓰러운 눈빛을 하더니 아씨 그냥 우는게 낫겠다 며 내 등을 토닥였다. 그 말에 다시 엉엉 우는 날 보고 어이 없다는듯이 바라봤지만.
결국 아저씨가 해준 저녁밥 까지 먹고 살짝 나온 배를 두들기며 아저씨를 보고 헤헤 웃었다, 아깐 언제 울었냐는듯.
"얼씨구 이제 웃어? 어? 웃어?"
"아저씨가 너-무 좋아서 웃음 밖에 안나와요"
"영화나 한 편 볼까?"
갑작스러운 내 고백에 아저씨는 어버버거리다가 이내 DVD를 재생기에 넣고 재생버튼을 눌렀다. 무슨 영화냐고 묻는 내 말에 아저씨는 빙그레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아저씨가 내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큰 손에 기분이 좋아 계속 꼼지락대자 간지럽다며 내 손을 꽉 쥐었다.
"아저씨-"
"자꾸 말끝마다 아저씨 아저씨 하니까 진짜 나 늙은것 같아. 나 아직 팔팔한 20대인데.."
"그럼 7살이나 차이라는데 오빠라고 하라구요?"
"음.... 그건 좀 아닌가?"
"자철오빠?"
"으익 구글거린다"
자기가 말해놓고도 웃긴지 아저씨는 배를 잡고 웃었다. 아저씨는 오른쪽 팔은 내 어깨를 감쌌고 왼쪽 손으로 내 손을 꼭 쥐어 잡은 채 곧 영화에 빠져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영화 내용에 재미가 없어져 하품을 하고 아저씨를 바라봤다. 잘나가는 축구 선수 답게 몸 하나는 끝내주게 좋았다.
매일 햇빛을 받으며 뛰어다니는 만큼 까무잡잡한 피부. 전에 썬블록 줬었는데 요즘 또 잊어먹고 안바르고 다니나 보다.
"내가 잘생긴건 나도 알지만"
"........"
"그렇게 쳐다보면 나 부담스럽다"
"치- 잘생겨서 쳐다본거 아니거든요?"
"그럼?"
"머..멋있어서 쳐다본거예요!!"
"으이구 이 꼬맹이-"
고등학교 1학년이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아니, 이제 곧 20살인데 말끝마다 꼬맹이, 꼬맹이 하니까 진짜 애가 되는 기분이다.
어리광 많은 성격도 아닌데 아저씨를 만나고 나서 어리광도 많아지고 애교도 많아지고. 어둡고 차가운 내가 이렇게 변할줄 누가 알았겠어.
나에겐 그 지루하던 영화가 끝이나고 아저씨는 10시를 가르키는 시계를 보더니 늦었다며 이제 집에 들어가야되지 않겠냐고 묻는다.
"가야죠.. 이제"
"아쉬워?"
"아.. 아니거든요!"
"아님 말고-"
옷걸이에 걸린 바람막이를 입혀주며 아저씨는 무릎을 굽혀 내 눈을 마주했다. 따뜻한 아저씨의 눈길에 기분이 좋아져 헤헤- 하고 바보 같은 웃음을 지어버렸다.
"추우니까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또 또 잔소리"
"아, 그리고 숙제 있어"
"숙제?"
"내일 올 때는 치마도 좀 늘리고 숨도 안숴질것 같은 이 와이셔츠도 좀 늘리고 와"
"치- 알았어요"
아저씨는 대문을 열고서 잘가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 아저씨에게 한 번 웃어보이고 바로 옆 집인 우리집에 쏙 들어왔다. 왠지 새벽에 또 보고 싶을것 같단말이지-
첫 글이라서 떨리네요.... 몇 번이고 올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첫 망상인데 감히 연재작ㅋㅋㅋㅋㅋㅋ
반응없으면 살며시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