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얘 우현아- 선생님 오셨다, 얼른 상 내온나!"
"네, 네. 갑니다 가요-"
언제봐도 참 기분좋은 모자다.
성열은 열 여섯번째 여행지로 이 곳, 경상남도 남해를 찾았다. 오늘로써 머문지는 총 열흘째.
교사 연수고 뭐고 모두 때려치고 마음의 휴식이 최고라며 바다를 찾았는데 19박 20일이라는 긴 여행동안 무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막상 다니다 보니 이렇게 반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항상 이렇게 여행을 오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나무가든> 이라는 작은 가정집같은 한옥에서 숙박을 해결하고있는 성열은, 숙박비도 저렴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많이 없는 이 곳이 참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한 사람뿐이니 저녁도 함께하자는 주인아주머니의 뜻에 따라 매 끼 저녁을 공짜로 해결하고 있었는데, 방학때마다 내려온다는 아들의 음식솜씨가 여간 보통이 아니여서 성열은 열흘동안 단 한번도 식사시간을 어긴 적이 없다.
"우와, 부대찌개네요! 진짜 맛있겠다. 잘먹겠습니다-!"
우현이 내 온 식사상에는 부대찌개와 갓 지은 쌀밥이 네 그릇 놓여있었다.
항상 세 그릇 뿐이었던 상 위에 그릇이 한개 더 있는 걸 보고 의문을 가진 성열은 국물을 한 숟갈 떠 마시고는 아주머니께 물었다.
"오늘은 네 그릇이네요? 손님이 한 분 더 계신가봐요."
"아참, 아이구 내 정신 좀 보소. 우현아, 그 학생도 데리고 나와야제."
"알겠어요."
아주머니는 당신 정신이 제 정신이 아니라며 애꿎은 나이를 탓했다. 잠시 후에 우현이 어느 방의 문을 똑똑, 두드리곤 안에 있는 사람을 불러냈다.
"학생, 식사하세요. 벌써 저녁 때에요."
성열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우현의 앞에 위치한 103호 방 문을 쳐다봤다. 그렇게 멍하니 있는 동안 문이 열리고, 우현보다 한 뼘 정도 더 큰 앳된 학생이 나타났다.
"아.. 죄송합니다, 깜박 잠이들어서..."
참 잘생겼다, 라고 말하기 입아플정도로 잘생겼다.
첫인상은 그랬다. 식사를 함께하며 자신보다 3살정도 적은 대학생이란걸 알았고, 사진찍기가 취미고 중앙대 사진학과에 다니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우현과 성열이 동시에 감탄했고, 상대는 상당히 쑥쓰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러고보니 이름을 모르네요. 저는 이성열이에요. 스물여섯이구요."
"김명수라고 합니다, 잘부탁드려요."
명수가 먼저 악수를 청하자 성열은 참 붙임성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며 손을 덥썩 잡고는 위아래로 흔들었다.
앞으로 잘 지내봐요, 라는 말도 써가며 성열은 친해지기를 원했다. 여행중에 사귄 친구라, 근사하지 않아? 뭐, 이런 심산이었음이 분명했다.
다음 날 아침, 성열은 신발끈을 동여매고 일어서려던 차에 맞은편 방에서 명수가 나오는 것을 보곤 애써 매었던 끈을 다시 풀고 처음부터 묶기 시작했다.
귀찮았지만 조금이라도 관심받기 위해서랄까, 얘기를 많이 할 수록 친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명수는 그런 성열을 놓치지 않고 성열의 앞으로 걸어왔다.
어제까진 몰랐는데, 명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색 옷과 악세사리를 착용하고 있었다. 성열은 몰랐던 부분을 하나 더 알아낸 것에 대하여 상당히 만족한 듯 했다.
오늘은 어딜가지, 음...
어젯 밤 새 친구에 대한 설레임으로 오늘 여행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잠이 들어버린 탓에 오늘 무얼해야할지, 점심은 어디서 먹고 구경은 어디를 해야할 지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아 골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아, 굿모닝."
성열은 괜히 쑥쓰러운지 미소짓기만 계속했다. 왠지 어색한 기류를 눈치챘는지 명수가 대화를 이어나가려 말을 걸었다.
"오늘은 어디로 가세요? 들어보니까 꽤 오랜 여행중이신 것 같던데."
"그게..."
명수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성열을 주시했다. 습관인지 정말 '뚫어져라' 얼굴을 쳐다보는 명수에 성열은 진땀을 빼며 눈을 피했다.
부담스러웠는지 창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성열의 눈을 좇는 명수는 누가 봐도 이상한 사람이었다.
"오늘은... 결정된게 없어요. 어제 바로 자서.. 하..하하.."
"그럼 저랑 가실래요?"
"네?"
"저는 오늘이 처음이라 그냥 살짝 둘러만 보고 올 예정인데.. 장기간 여행하셨으면 저랑 같이 좀 쉰다는 마음으로 다녀오시는것도 괜찮을것 같아서요. 어떠세요?"
"아...그래요 그럼. 괜히 폐끼치는거 아니죠?"
"물론 아니죠, 혼자 있으면 적적해서 걱정했는데, 성열씨 있어서 다행이에요."
"다행이다. 어...그럼 갈까요?"
갑작스레 결정된 동행에 성열은 아리송한 표정을 한켠에 치우고 웃음을 띄었다. 아직까진 어색하지만, 이제 친해져야지! 성열은 명수와 함께 나무가든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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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연에서 물어왔어요
상중하 로 나뉘는데 중편은 좀 길거에요.. 아~마도..? ㅋㅋㅋ
익인이가 원했던 분위기가 안나오면 어쩌지 엉엉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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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못입는 사람은 평생 못입는다는 겨울옷..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