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면. 김준면. 꿈에서 말해준 이름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소년의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다 타들어간 담배의 필터를 질겅질겅 씹으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머리는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될 뿐이었다.
얼마나 오래 씹었는지 쭈글쭈글해진 담배를 입안에서 뱉은 뒤, 침대 밖을 나섰다. 이렇게 꿈 하나로 인해 하루를 망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
젠장. 입에서 욕이 절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옷장 모서리에 찧은 새끼발가락이 얼얼히 아파왔다.
"아 씨발……. 어?"
아픈 새끼발가락을 부여잡고 있을 때, 옷장 위에서 떨어진 듯 한 스케치북이 보였다. 자신이 학생 때 연습용으로 사용하던 스케치북 이였다. '올려놓기 전에 한번 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본 스케치북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은 한 없이 무거워졌다.
그 스케치북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내 추억 어딘가에 김준면이 있었다.
항상 미술실에서 밖을 보면 그가 보였다.
나는 그에 대해서 하나도 알지 못한다. 그저 내가 아는 것은 이 시간 즈음이면 운동장 구석에서 농구를 하는 그가 있다는 것이다.
농구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작고 하얘서 눈에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나는 조용한 이 미술실에서 그를 바라보고, 바라보며 크로키 하는 것을 좋아하였다.
매 순간순간이 새로운 사람 같이 생동감이 넘쳤다.
그를 보는 이 시간이 좋았다.
한참을 바라보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가 이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 혹시나 나일까. 그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조심스레 같이 인사를 하려해도,
소심한 나는 그저 그가 그려진 스케치북을 향해 고개를 내리는 일 밖에 하지 못했다. 소심하고 용기 없는 나에게는 손을 흔들어주는 '그'보다, 그림 속 '그'가 더 좋았다.
아니,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반대였다.
나는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18살의 어린 나는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처음으로 맞이한 첫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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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루한 글 계속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덧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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